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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변태라고요? 수집광일 뿐입니다” - 이우일 『콜렉터』

만화가 이우일의 놀라운 자택이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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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날드 닭’과 ‘노빈손’의 작가 이우일. 일상에서 번뜩이는 재치와 깨달음을 발견해내는 그가 에세이집 『콜렉터』를 출간했다. 『콜렉터』의 부제는 <한 웃기는 만화가의 즐거운 잉여수집생활>. 말 그대로 이우일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수집생활을 기록한 책이다.

시인은 단어의 수집가다. 소설가는 문장의 수집가다. 화가는 이미지의 수집가다. 그리고 우리는 죽는 그날까지 아름다운 기억을 수집하며 살아간다. 우리 모두는 결국 수집가다. 중요한 건 물건 그 자체이기보다는 모으는 사람이다. - 『콜렉터』 서문 中


‘도날드 닭’과 ‘노빈손’의 작가 이우일. 일상에서 번뜩이는 재치와 깨달음을 발견해내는 그가 에세이집 『콜렉터』를 출간했다. 『콜렉터』의 부제는 <한 웃기는 만화가의 즐거운 잉여수집생활>. 말 그대로 이우일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수집생활을 기록한 책이다.

“저는 그동안 여행기나 취미생활 같은 경험담을 많이 썼어요. 그리고 이번에 출간한 『콜렉터』에는 제가 무작위로 모아온 수집품들과 숨은 사연을 담았습니다. 제 수집품들을 슬며시 자랑도 해보고 수집을 취미로 하시는 분들과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우일 작가의 집을 공개합니다!

이우일 작가가 도대체 무엇을 모으냐고? 이우일 작가의 수집품은 그 양만큼이나 종류도 다양하다. LP, CD, 비디오테이프, DVD, 각종 서적은 기본이고 똑딱이 카메라에서부터 홍보용 엽서, 책 띠지, 각종 스티커, 옷에 붙어 있던 태그, 낙서 된 포스트잇, 심지어 도끼까지 모은다.


“저는 만화가이지만 글도 쓰고 사진도 찍어요. 무엇이든 특별한 경계를 긋지 않는 성격이죠. 그러다 보니 한 가지 품목으로 넓은 계통을 이루기는 어려워요. 그리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프로정신을 가지고 한 가지 품목을 모으시는 수집가분들도 조금씩은 다른 품목에도 관심을 두시더라고요. 우표를 모으다가 화폐 쪽으로 넘어가거나 엽서를 모으시던 분이 극장표나 팸플릿 등에 심취하는 경우죠.”

이우일 작가는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에서 소중하다고 믿는 잡동사니로 가득한 이층집에서 살고 있다. 크리스마스 산타보다 택배기사가 더 반갑다는 이우일 작가는 아내의 눈총을 피해 딸과 함께 레고를 조립하며 삶을 즐기고 있다.

그런 이우일 작가가 yes24에 수집품과 함께 자택을 공개했다. 보물지도의 느낌이 나는 이우일 작가가 직접 그려준 약도를 보고 그의 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연희동의 2층 단독 주택에는 이우일 작가와 그의 아내 선현경 씨가 있었다.

이우일 작가의 안내를 받아 둘러본 집에는 소위 장난감이라 부르는 피겨와 프라모델들이 눈에 띄었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장난감 더미에 휩싸이자 yes24촬영팀과 이우일작가 사이에 금세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yes24 취재진인 김장현 사진기자는 프라모델의 모델명을 줄줄 외우고 있는 숨은 고수였고, 윤지원 동영상감독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태엽 장난감의 움직임을 담으며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기자 역시 『콜렉터』에 나오는 수집품의 실물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던 터라 인터뷰는 뒷전이요, 수집품 관람이 먼저였다.

그렇게 평균연령 38세(이우일 작가가 평균연령을 높이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덕후 아저씨 4인방의 즐거운 취재가 시작되었다.


“집 사람은 제가 이렇게 많이 모을 줄은 몰랐던 거 같아요. 하지만 저는 솔직히 그렇게 많다고 생각 안 해요. 진정한 콜렉터들이 많은데 저는 명함도 못 내밀죠. 그래서 제가 겁 없이 『콜렉터』라는 책을 쓸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어요. 진짜 콜렉터들은 수집하기에도 바쁘시겠죠. 저는 본업이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고 수집은 취미에 가깝죠. 하지만 제가 이렇게 모으는 것에도 ‘어떤 뿌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거예요. 책을 썼다는 자체가 아마추어라는 걸 거예요.”


“저를 변태라고까지 생각하시기도 하세요”

전혀 아마추어 같지 않은 이우일 작가 컬렉션의 별미는 역시나 장난감. 전문가들은 피겨와 프라모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역시나 기자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난감이라는 용어가 더 친숙하다. 그리고 기자도 저런 장난감을 꽤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사 갈 때마다 “다 큰 애가 무슨 장난감이냐”며 어머니께 핀잔을 듣고는 무참히 버려져야 했다. 그게 기자의 경우는 초등학교 때부터였는데, 불혹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꾸준히 장난감을 사 모으는 이우일 작가의 열정이 놀랍다.


“그래서 어떤 분은 저를 변태라고까지 생각하시기도 하세요(웃음). 나이도 꽤 먹은 덩치 큰 사람이 애들 장난감 같은 걸 모으고 있으니까요. 사실 저도 가끔은 누가 안 봤으면 하는 생각도 들긴 들어요.”

『콜렉터』표지모델로 수고해주신 배트맨과 로빈.
배트맨이 당당하게 앞표지를 장식한 데 반해, 로빈은 뒤표지에 출연하였고
얼굴에 글까지 깔려서 로빈이 섭섭함을 표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지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요즘은 그런 선입견들이 많이 사라져가고 있다. 레고나 기타 프라모델을 모으는 성인들이 많이 늘었고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동호회들도 활성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우일 작가와의 인터뷰가 있기 전날에는 yes24가 주최한 ‘이우일 작가와 수집가들의 만남’이 있었다.

“제가 어제 yes24 독자분들을 모시고 이벤트를 했는데 굉장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레고를 수집하시는 분이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집 안이 레고로 된 건물들로 가득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분은 레고를 사실 때 똑같은 걸 세 개씩 구입하신데요. 레고가 절대 싼 게 아니거든요.”

레고를 수집하는 독자는 똑같은 레고를 세 개씩 구입해서 하나는 실제 조립용, 다른 하나는 망실에 대비한 보관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남은 하나는 그 제품이 품절되면 판매한다는 것이다.

“한정품 같은 경우는 그 상품이 품절되고 나면 가격이 세배 이상 뛰어요. 50만원하던 게 200만원 하고 그러거든요. 그러니까 초기 투자비용은 많이 들어도 유지가 되는 거죠.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그게 부동산 투기하는 방법이랑 비슷한 거 같더라고요(웃음). 그리고 그런 분들을 만나다보면 ‘나는 참 별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창시자인 ‘이언 플레밍’이 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집필한 동화,
『치티치티 뱅뱅』에 등장하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이우일 작가가 소유한 프라모델은 70년대에 제작된 제품으로 보기 드물게 훼손이 없는 완제품이다.
특히 날개 부분이 부러지기 쉽고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모형이 분실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래서 가격도 20만원 상당의 고가다. 하지만 이런 드문 경우를 제외한다면
이우일 작가의 수집품은 대체로 만원을 넘지 않는 저렴한 제품이 많다.


“불이 난다면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스노우볼을 들고 도망가겠죠”

‘yes24 독자와의 만남’에서 뭔가 대단한 감응을 받은 듯한 이우일 작가. 안 그래도 같은 물건을 두 개씩 구입해서 아내의 속을 썩이고 있다는 데, 세 개씩 구입했다가는 살아남기 어려울 듯싶다. 『콜렉터』에서 아내 선현경 씨는 잔소리꾼으로 등장한다.


“제 책을 그동안 보신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이우일이라는 사람은 부인 잘 만나서 별 탈 없이 잘살고 있다는 걸요. 『콜렉터』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악화된 것에 대해서는 별로 불만이 없는 거 같아요. 하지만 ‘왜 자꾸 이렇게 사들이나?’ 하는 고민은 항상 가지고 있죠. 그래도 아내 덕분에 중도를 유지한다고 할까요? 아내 덕분에 균형을 잡는데 굉장한 도움이 돼요.”

실제로 이우일 작가의 아내 선현경 씨는 평소 화를 거의 안 내는 매우 유순한 성격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발끈 할때가 있으니… 하루에 택배가 몰아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올 때는 아무리 선한 아내라도 참아내기가 힘들다 한다.

“아내는 굉장히 검소해요. 생활에 꼭 필요한 것도 금방 결정을 못 하고 한참을 고심하는 타입인데, 그에 반해 저의 소비생활은 정말 잉여지요. 생활에 필요하지 않은 걸 쉽게 사니까 아내가 마음고생이 심할 거예요.”

『콜렉터』에서 꼭 사고 싶노라 밝혔던 ‘대니얼 클로즈의 신작만화’ 작가 사인본.
이베이를 통해서 기어이 지르고야 말았다.

이우일 작가와 아내 선현경 씨는 미술학원에서 만났다. 당시 이우일 작가는 재수생이었고 아내는 고3 수험생이었다. 이우일 작가는 그해 홍대 시각디자인과를 들어갔고, 선현경 씨는 재수해서 다음 해에 홍대 도예과를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선현경 씨가 도예를 했으니 작품이나 컬렉션이 있을 법 한데, 여기저기 둘러봐도 이우일 작가의 컬렉션뿐이다.

“아내가 만든 거는 집에는 없고요. 장모님 댁 창고에 많이 있어요. 아내가 만든 도자기에 제가 그림 그려서 전시회를 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아내 작품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도자기가 맨질맨질한 재질도 아니고 흙더미 같은 재질인데요, 그거 정말 짐이에요. 진짜… 버리지도 못하고(웃음).”

이우일 작가와 아내 선현경 씨의 합작품.
초벌 되어서 판매하는 컵에 이우일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아내 선현경 씨가 공방에서 구워서 완성시켰다.
기자가 컵의 그림을 보고 “따님이 그렸나 보군요!”라고 말했다가
이우일 작가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이우일 작가의 농담 섞인 말과는 달리 이우일 작가가 최우선으로 치는 애장품은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것들이다. 이우일 작가는 아내와 1년간의 신혼여행을 했다. 그리고 그 1년간 모아온 추억들이 많다.

“이 스노우볼은 15년 전에 신혼여행 가서 산 거예요. 보기에는 다른 스노우볼하고 다를 바 없지만, 저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거지요. 추억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불이 난다면 당연히 아내와 신혼여행 가서 산 스노우볼을 들고 도망가겠죠.”

이우일 작가와 아내 선현경 씨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스노우볼.


“제 수집품을 계승할 수 있도록 딸을 계속 세뇌시키고 있어요”

이우일 작가에게 신혼여행이 행복한 기억만으로 남은 것은 아니다. 이우일 작가가 신혼여행을 떠난 사이 이우일 작가의 어머니가 이우일 작가의 LP판을 모조리 중고가게에 넘겨버린 것. 이우일 작가는 여전히 그날의 충격을 기억하고 있다.

“그때 정말 충격을 받긴 받았어요. 밤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그 충격을 『옥수수빵파랑』이란 책에 쓰고, 『콜렉터』에서 또 썼더니 어머니께서 ‘왜 가슴 아픈 추억을 자꾸 들추냐’고 하시더라고요. 어머니께서도 제가 충격받은 걸 보시곤 무척 미안하셨던 거지요.”

중고가게에 헐값으로 넘어갔던 LP판은 이우일 작가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군것질의 유혹을 이겨가며 하나씩 사 모아온 것으로 몇백 장은 되었다 한다. 그러나 CD가 나오면서 잘 듣지도 않고 자리만 많이 차지하는 낡은 LP판이 이우일 작가의 어머니가 보시기엔 흉물스러웠던 것. 하지만 이우일 작가는 그날의 상처를 이겨내고 다시 LP판을 사 모으고 있다.

“제가 좋아했던 LP판은 거의 다 다시 모았어요. 인터넷을 통해서도 구할 수 있고 집 근처에 굉장히 큰 LP가게가 3개나 생겼어요. 그래서 마실 나갔다가 한두 장씩 사가지고 와요.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이우일 작가가 최초로 구입한 LP음반인 아바(ABBA)의 앨범.
신혼여행 대란 가운데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귀중품이다.

이유일 작가의 이런 수집 습성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혹시 유전자 중에 수집과 관련된 유전자가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해 이우일 작가는 친할머니의 수집벽을 꼽는다. 일종의 격세유전이라고나 할까.

“친할머니께서 뭐든지 버리지를 못하고 엄청 모으셨어요. 다락방에 별의별 게 다 있었죠. 친할머니께서 7남매를 낳으셨는데, 다락방에는 고모들의 성적표, 노트, 낡은 옷, 전단, 그리고 잡지 같은 것이 엄청 많았죠. 할아버지께서 기자를 하셔서 특히 외국의 흥미로운 잡지가 많았어요. 저는 그런 다락방을 누비며 보물을 찾는 기분으로 매일 모험을 즐겼죠.”

그리고 그 유전자는 이우일 작가의 중학교 1학년 딸에게도 이어졌다. 이우일 작가의 딸인 이은서 양은 머리핀, 스티커, 샤프 등을 꾸준히 모으고 있으며, 이은서 양의 진열장에는 틈틈이 모은 바비인형이 빼곡하게 차있다. 이우일 작가는 그런 딸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다고 한다. 그리고 딸이 자신의 위대한 유산을 이어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딸을 계속 세뇌시켰어요. ‘너 이게 얼마나 귀한 건 줄 아니?’, ‘이거 진짜 구하기 어려운 거야.’ 그러면서 설명을 한참 해줘요. 그런데 여자애들은 액션 피겨나 프라모델 같은 장난감을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그래도 굴하지 않고 계속 설명해줬어요. 그 결과 요즘은 세뇌가 되어서 더 귀한 거 없나 같이 찾고 있어요(웃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랍니다. 짝사랑의 고통도 겪어야 해요”

수집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사랑에 고통이 따르듯 수집에도 고통이 따른다. 간절히 원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도 항상 그림자처럼 머무는 이유 없는 불안감. 그러한 사랑의 감정들이 수집가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누구나 짝사랑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할 때의 답답함과 괴로움이 계속 유지된다는 것은 고통이지요. 원하는 수집품을 모두 다 가질 수는 없기에 그런 고통이 항상 따르지요. 그리고 가끔 ‘천재지변과 같은 사고가 생기면 어떡하나?’, ‘이렇게 모아놓은 책들과 수집품이 많은데 죽을 때 편하게 눈감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요.”

그래서 이우일 작가는 자신의 수집품을 딸에게 위대한 유산으로 남겨줄 생각을 품고 있지만, 과연 딸이 성인이 된 후에도 자신의 뜻을 따라줄지가 의문이다. 딸이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하루가 다르게 아빠의 유치함에 눈을 떠가고 있다고 것. 그래서 이우일 작가는 20만원 상당의 ‘치티치티 뱅뱅’을 비롯하여 자신의 소중한 애장품들을 사회에 기증할 대대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태준 씨처럼 전시관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좋잖아요. 여행을 다니다 보면 특히 유럽의 소도시에 장난감 박물관이 많거든요. 그리고 그런 장난감 박물관에 진열된 장난감은 대부분 개인이 모은 것들이에요.”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수집품에 담긴 추억이 중요하죠”

근래에는 인터넷의 활성화로 수집품을 구하기가 수월해졌다. 하지만 이우일 작가는 소소한 것이라도 자신의 경험이 묻어 있는 수집품이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이우일 작가는 『콜렉터』가 수집가에게 따듯한 위안과 공감이 되는 책이 되었룀면 좋겠다고 한다.


“수집을 하다 보면 가끔은 자괴감이 들 때도 있어요. ‘돈 벌기도 바쁜데 왜 이런 쓸데없는 걸 모으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하지만 수집은 무엇을 모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거 같아요. 강요된 지출이 아닌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그것이 비싸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것을 모으는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역시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요?”

이우일 작가의 수집품은 그 표면만으로는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다양한 종류의 폴라로이드 카메라로는 딸의 탄생에서부터 커가는 모습들을 담았고, 아내와 1년간 신혼여행하며 세계 각지에서 모은 소소한 수집품은 변치 않는 사랑의 증거물로 남았다.

이우일 작가와 인터뷰를 마치고 둘러본 집은 처음에 들어왔을 때 보았던 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시간의 박물관’이었다. 집안엔 소중한 이들이 함께한 시간이 오롯이 묻어 있었다. 이우일 작가는 수집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일상과 인간관계를 소중히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집가분들과의 만남에 한 중년의 여성분이 나오셨어요. 그분은 ‘저는 수집한 물건은 없지만, 꼭 나오고 싶었어요’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그분 손에는 아주 낡은 앨범 하나가 들려 있었어요. 제가 궁금해하니까 ‘부끄럽지만 오늘 모임에 참석하려면 수집품을 가져와야한다고 해서 이거라도 챙겨왔어요’라고 하며 수줍게 앨범을 보여주시더군요. 그 안에는 그분이 어린아이였을 때 부모님과 함께 가본 어린이회관의 입장권, 학창시절에 사용했던 회수권,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을 때의 공항티켓 같은 것이 모아져 있더군요. 누군가에겐 아무 쓸모없는 영수증이나 종이쪼가리로 생각될지도 모를 것들이에요. 하지만 그분에게는 소중한 추억의 모음집이죠. 전 그게 정말 중요한 거고 진정한 컬렉션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미 누구나 콜렉터입니다.”


이우일 작가의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콜렉터다. 대단한 수집품이 아니더라도 책 몇 권, 티셔츠 몇 벌이라도 모은다. 그리고 그곳에는 다 자신만의 취향이 묻어 있지 않은가.

기자는 작가의 사인본을 모으고 있다. 사실 이 일을 하며 누릴 수 있는 큰 장점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기자가 모은 책에는 작가들과 나눈 소중한 기억이 담겨있다. 그리고 『콜렉터』라는 책에 새로운 추억을 더했다. 여러분은 무엇을 모으고 있는가?

 

콜렉터 글 이우일 | 톨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를 모아왔고, 돈을 벌어 좋아하는 레고와 프라모델을 마음껏 살 수 있는 어른이 된 것을 기뻐하며 열심히 일하는 철없는 만화가 이우일. 그의 수집에는 어떤 계통도 원칙도 없다. 그저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것이면 뭐든 모은다. 잡다함의 궁극을 보여주는 컬렉션과 그에 얽힌 일화들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놓은 글을 읽다 보면, 결국 수집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 수집한 사물이 아니라 그것을 모으는 주체인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보편적인 진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일단 모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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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석

http://blog.yes24.com/musician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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