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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보물을 찾기 위해 탐험을 떠나듯, 서점을 산책하는 작가 ‘미우라 시온’

『배를 엮다』,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의 저자 서툴지만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마지메’, 혹시 당신의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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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의 서점 직원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 『배를 엮다』. 서점 직원들이 가장 판매하고 싶은 책을 선정하는 ‘서점대상’에서 1위를 수상하며 60만부를 판매한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현재 일본에서 상영 중이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배우 마츠다 류헤이, 미야자키 아오이, 오다기리 죠 등이 영화에 출연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누군가와 서로 통하기 위해서 모든 말이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을 쓰면서 쓰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배를 엮다』 는 일본의 국어사전 ‘대도해’ 편찬을 둘러싼 한 출판사의 편집부 사람들 이야기다. 날카로운 언어적 감각을 가진 주인공 ‘마지메’와 평생을 사전 만들기에 시간을 쏟은 편집자 ‘아라키’와 감수자 ‘마쓰모토’, 사전편집부의 분위기 메이커 ‘니시오카’ 등은 대형 출판사에서 가장 인기 없고 존재감 없는 부서 ‘사전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지만, 저마다의 직업의식이 투철한 편집인이다. 이들의 일상을 쫓아가다 보면 문득 필름 카메라의 따뜻한 색감이 책장 한 장 한 장에 묻어나는 듯하다. 작가 미우라 시온은 『배를 엮다』를 집필하기 위해 실제로 한 출판사에 출근하며 편집부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조용하지만 성실하게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고, 여전히 ‘종이’ 사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사전은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이기 때문에, 바다를 건너는 데 어울리는 배를 엮자는 의미로 『배를 엮다』라는 소설 제목이 탄생했다. 누군가와 통하기 위해 말이 있듯, 미우라 시온은 신작 『배를 엮다』를 통해 독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지만, 미우라 시온은 일본의 문학상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모두 수상한 유일한 소설가로 대학 졸업 후, 편집자 지망생으로 구직 활동을 하던 중에 한 편집자에게 작가의 길을 제안 받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미우라 시온의 처녀작은 자신의 실제 취업 활동을 소재로 쓴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 그는 주인공 가나코를 통해 버블 세대의 무기력한 초상을 코믹한 문체로 그려냈다. 2006년에는 격월간지에 연재한 작품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으로 제135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요시모토 바나나 이래 가장 참신한 작가’, ‘현재 일본에서 ‘인간’을 묘사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젊은 작가’로 평가 받고 있다. 비행기를 굉장히 싫어해 해외 방문은 좀처럼 쉽지 않은 미우라 시온을 <채널예스>에서 서면으로 만났다.




사전

 

『배를 엮다』  는 국어사전을 만드는 출판사 편집자들의 이야기인데, 어떻게 이런 소재를 소설화할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전’은 작가에게 어떠한 의미이며 인상 깊게 본 사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릴 때는 어른 흉내를 내면서 오로지 사전 페이지만을 넘겼습니다. 얇은 종이의 촉감이 무지 기분 좋았거든요.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 사전은 저의 든든한 파트너입니다. 각각의 사전마다 개성이 있어서 ‘사람과 비슷하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인상에 남은 사전은 중학교 때 받은 <다이지린>입니다. 두툼하고 큰 사전으로, 일러스트도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 사전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기뻐서, 불상이나 일러스트 같은 것도 왠지 모르지만 열심히 노트에 그리곤 했습니다.



캐릭터

주인공 ‘마지메’ 캐릭터가 독특합니다. 성실하지만 엉뚱하고, 또 언어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상시 작가님이 좋아하는 성격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소설 속 다양한 인물 중에 가장 애착이 가거나, 작가님과 닮은 인물이 있을까요?

주인공 마지메에게 가장 애착이 갑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고, 서툴지만 누군가와 서로 통하고 싶다고 바라는 마음을 잊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저와 비슷한 캐릭터는 없는 것 같습니다(웃음). 전 항상 제멋대로 빈둥빈둥 하거든요. 통통한 체형은, 고양이 도라와 닮은 것 같습니다. 도라와 같은 사랑스러움이 없다는 게 안타깝지만요.


단어

『배를 엮다』 를 통해 작가님의 언어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쓸 때 단어 선택에 기준이 있나요? 글을 쓸 때 적합한 단어를 선택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있나요?

비슷한 표현이나 같은 단어를, 특별한 의도 같은 것 없이 똑같은 페이지 안에서 몇 번이나 쓰는 일 같은 건 되도록 피하려고 합니다. 너무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복잡한 마음을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도전하려고 마음을 쓰고 있는데 잘 되지 않는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말이란, 소설이란 즐겁고 심오한 것이라고 느낍니다.


출판사

『배를 엮다』  를 쓰기 위해 이와나미쇼텐 출판사에 직접 출근하며 취재를 하셨는데, 평소 가지고 있었던 출판사 및 사전편집부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나요?

성실한 사람들이 사전을 만드는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는 성실하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사람들이어서 그 분들께 여러 가지를 묻고 답을 들을 때마다 즐거웠습니다. 자료가 되는 책이나 교정지 등 상상했던 것 이상의 여러 가지 종이들이 편집부에 있어 굉장히 놀랐습니다. 사전을 만드는 작업에 지금은 컴퓨터가 도입되어 있지만, 그래도 사람이 차분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며, 지식을 얻거나 전달하기 위해서는 종이의 존재가 아직은 크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서점

『배를 엮다』  가 지난해 ‘서점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받은 작가이신데, ‘서점대상’ 수상은 서점 직원들이 뽑아주는 상이라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평소 서점을 자주 가시는지, 그리고 만약에 서점 직원이 된다면 어떤 책을 고객에게 소개하고 싶나요?

책과 서점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서점 직원들은 한 명의 독자인 저에게 있어서도, 글을 쓰는 저에게 있어서도 굉장히 가깝고 친근함을 갖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 서점 직원들에게 제가 쓴 소설이 ‘재미있다’라는 칭찬을 듣는 것은 너무나 큰 기쁨이었습니다. 서점대상은 서점 직원들이 직접 만든 상이라, 역시 기쁨도 특별하기도 했습니다. 동료, 동지에게 제가 한 일이 인정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앞으로도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서점에는 거의 매일 갑니다. 구체적인 서점의 이름을 들 수는 없지만, 집 근처의 작은 서점도, 터미널 역에 있는 큰 서점도 각기 다른 매력적인 다양한 책들이 있어서 갈 때마다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탐험에 나가 멋진 보물을 찾을 때와 같은 기분으로, 두근두근 서점의 서가 사이를 걸어 다닙니다. 예전에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는데, 만약 제가 서점 직원이라면 추천 만화나 옛날 소설이지만 재미있는 작품을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싶습니다. 손님이 찾는 것을 바로 서가에서 찾아서 올 수 있도록 책이나 잡지 지식이 풍부한 서점 직원이 되고 싶습니다.




영화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  을 비롯해  『배를 엮다』  도 영화화되었습니다. 영화로 각색된 작품을 보면 원작자로서 어떤 느낌이 드나요?

 

제가 쓴 소설이 영화화 되는 것은 언제나 굉장히 기쁩니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 ‘그렇구나, 내가 쓴 것은 이런 이야기였구나’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습니다. 감독이나 스태프, 배우 등 모든 분들의 해석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나의 소설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게 굉장히 자극이 되고 즐겁습니다. 저는 제 작품이 영화화가 결정되면 감독에게 모든 것을 맡깁니다. 사전에 시나리오를 읽게 해주시는데, 정말 아주 가끔, 아주 작은 제안을 하는 정도입니다.


한국

한국에 방문하여 한국 독자들을 만날 계획은 없나요? 한국 독자들로부터 받은 편지나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비행기를 굉장히 싫어해서 해외에는 잘 나가지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배를 타고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한국 요리를 굉장히 좋아해서 일본에 있는 한국 음식점에는 자주 갑니다. 또 한국 영화도 가끔 보기도 하구요. 몇 년 전 작품인데, <밀양>은 굉장한 영화라고 충격을 받아서 몇 번이나 돌려보고는 주인공의 그 이후를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사인회를 열 때 한국 유학생 분이 와주셔서, 그분의 이름을 한글로 적어드렸습니다. 너무나 볼품 없는 글자가 되어 버렸음에도 굉장히 좋아해 주셨고, 제 소설을 열심히, 깊이 있게 읽으셨다는 말을 해주셔서 매우 기쁘고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이전에 한국에서 출판된 책에 대한 독자 분들의 감상을 번역해서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 때도 똑같이 기쁘고 고마웠죠. 한국어로 번역해 주시는 번역자 분들, 소설이라는 표현 방식을 사랑해 주시는 한국의 모든 분들에게 항상 감사 드리고 있으며, 제 맘대로 친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획

앞으로 어떤 소재로 소설을 집필할 계획인가요? 혹시 이번 소설처럼 직업 세계를 다룰 생각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관심 있는 직업은 많이 있는데, 지금 소설로 쓰고 싶은 것은 딱히 없습니다. 다만, 직업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일에 끌리는 경향이 있어, 명화 복원이나, 절이나 신사의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목수에 관한 책을 발견하면 바로 사서 읽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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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 미우라 시온 저/권남희 역 | 은행나무
일본 내에서 그 어떤 문학상보다 대중들에 대한 인기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서점 대상. 2012년에는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가 서점 대상 1위를 수상하며 소설 부문 판매 1위, 60만부 판매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배를 엮다』는 사전 「대도해」편찬을 준비하고 있는 대형 출판사 겐부쇼보의 사전편집부에 보통 사람들에게는 없는 날카로운 언어적 센스를 가진 마지메가 오면서 시작된다. '사전 편집 이야기'라니, 언뜻 지루할 것 같지만 작가는 그 과정을 소설 안에서 지금 이 사회가 잊고 지내는 다양한 아날로그적 가치의 소중함을 리얼한 에피소드와 섬세한 감정 묘사로 녹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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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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