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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똑똑한 척하면, 정말 피곤하거든요”

『봄날을 지나는 너에게』 펴낸 월간 <페이퍼> 발행인 내가 언제 행복한지를 떠올려보라 한가로운 휴일, 내면의 소리를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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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페이퍼> 발행인이자 아트디렉터인 김원이 두 번째 책 『봄날을 지나는 너에게』를 펴냈다. 2011년 첫 책 『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를 출간한 지 3년 만이다. 여전히 백발이 가장 잘 어울리는 아저씨, 김원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낼까.

캘리그래피가 유행하기 전, 김원은 자신의 손글씨를 잡지에 실었다. “마음대로 만들어도 되는 책”을 만들고 싶어 <페이퍼>를 창간했고, 19년째 같은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누구는 정년을 맞이한 나이, 김원은 여전히 ‘청춘’을 이야기하는 곳에서 20, 30대와 어울려 지내고 있다. ‘전력투구’가 인생의 모토였던 김원은 유학 시절 중, 처음으로 실패를 맛보고 ‘나답게 사는 삶’을 꿈꾸며, 그렇게 살고 있다. 태생적으로 타고난 낙천주의자인 그는 시시때때 친구들로부터 “아직도 그렇게 살아? 좋니?”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김원의 대답은 한결같다. “응, 좋아!”

 

『봄날을 지나는 너에게』는 <페이퍼> 독자들이 ‘백발두령’ 김원에게 물은 인생의 소소하고도 깊은 질문들을 기록한 책이다. ‘철이 든다’는 게 도대체 뭐죠? 부모님을 속이고 여행을 가도 되나요? 왜 저는 사랑을 못 하는 걸까요? 평범하게 사는 법은 무엇인가요? 화를 잘 내는 방법은 없나요? 등 청춘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질문에 김원은 애정 어린 마음으로 대답을 이었다.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거예요?”였다. 평범하고 진리에 가까운 답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법이다. 김원은 어떤 응답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훔쳤을까? 몽상가 기질이 다분한 그에게 물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행복에는 한계가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에도 그 한계가 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뭐 그렇게 아둥바둥거리며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도 저렇게 살아도 ‘결국 죽는다’는 건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그 죽음이라는 게 있어서, 우리의 삶에 끝이 있어서… 살아있다는 것’이 더욱 빛나는 의미를 갖게 된다. 이왕 태어나서 이렇게 살아 있는 거, 어떻게 살면 나 자신이 좀더 만족하는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 나의 질문은 시작되고 나의 대답도 시작되는 것이다. (『봄날을 지나는 너에게』 14쪽)

 

만나고-김원

 

 

마음대로 만드는 책, 월간 <페이퍼>


책에 실린 저자 소개가 인상 깊다. 따뜻한 심성을 지니기는 했으나, 무책임한 성격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곤 한다고?!

 

봄날을지나는너에게

무책임한 앞에 ‘다소’를 써야 하는데 빼먹었다(웃음). 잡지사 발행인은 배를 이끌고 나가는 선장인데, 무책임하면 어떻게 되겠나? 최소한의 책임감은 있다. 다만, 개인적인 성향으로 봤을 때 “나, 아무렇게나 할 거야” 이런 스타일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무책임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20년 동안 잘 살아남았으니, 이 정도면 잘한 거 아닌가? (웃음)

 

문화전문지 <페이퍼> 이야기를 먼저 묻자. 19년째 한 해도 쉬지 않고 발행하고 있다. 잡지계가 점점 힘들어지고 꽤 잘 팔렸던 잡지들도 폐간되고 있는데, <페이퍼>는 여전히 건재하다. 어떻게 가능했나?


독자들의 힘이다. <페이퍼> 독자들은 그냥 독자라기보다는 응원군이다. 항상 전폭적이고 꾸준하게 우리에게 힘을 준다. 새로운 독자들이 끊임없이 생기는 점도 우리에게 큰 힘이다. 반응이 폭발적으로 있다가 식는 게 아니라, 새 독자들이 찾아오면서 초창기 독자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 필진들이 나이를 먹어 가고 있지만 우리의 관심은 여전히 20대에게 가 있으니까, 그 마음이 통하는 것 같다.

 

초기 멤버들이 아직도 함께하는 것이 놀랍다.


우리는 마인드 자체가 가족이다. 말로만 가족이 아니라, 가슴에서 가슴으로, 서로를 가족이라고 느끼는 관계다. 그런 느낌이 있기 때문에 가족으로 갈 수 있는 거다.

 

멤버들은 어떻게 꾸려진 건가?


<페이퍼>를 만들기 전, 황경신 편집장과 같은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나는 아트디렉터, 황 편집장은 기자였다. 큰 조직 안에서 책을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내고 싶었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지낸 지, 1년쯤 있다가 황경신 편집장도 퇴사를 하면서, ‘우리 마음대로 만드는 책’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정유희 기자는 황 편집장이 평소에 아끼던 후배의 친구였고, 만화가 김양수 씨는 정유희 기자와 누나 동생 하는 사이였다. 태동부터, 가슴이 통한 상태에서 만났기 때문에 지금까지 끈끈하게 이어진 것 같다.

 

만약 <페이퍼> 발행인이 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


글쎄, <페이퍼>가 없었더라도 나는 잘 살았을 거다(웃음). 무용을 했을지, 뮤지션이 됐을지는 모를 일이다. 운명론자는 아닌데, 상당 부분은 필연적인 게 있다고는 생각한다. <페이퍼>가 그렇다. 우리는 매월, 작품을 발표하는 느낌으로 <페이퍼>를 만든다. 백남준 선생님이 그림을 그려서 작품을 발표한 게 아니라, 비디오라는 매체를 통해서 대중과 소통을 한 것처럼 우리도 잡지라는 매체를 통해 작품을 발표한다.

 

19년간 만들어왔으니, 발표한 작품이 벌써 230여 권이다.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없다. 한 두 시간만 이야기를 하면, 하고 싶은 게 다 나온다. <페이퍼>가 좀 더 매력적인 이유는 각자 원하는 걸 한다는 거다. 조직에서는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표지를 디자인해서 가지고 가면, “이거 말고 딴 거 해봐”라고 하니까 의욕이 안 생긴다. 그런데 <페이퍼>는 각자 하고 싶은 걸 한다. “누구 인터뷰 해봐”가 아니라, “나 이번 달에는 이 사람 만나고 싶어” “그래? 해봐” 이렇게 진행이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사람은 후끈 달아오른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니까 준비를 많이 하게 되고, 다른 데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 느낌들을 담을 수 있다.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니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지겹고 재미없고 소통이 막혔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만나고-김원

 

얼만큼의 돈이 있으면 나답게 살 수 있을까


책으로 돌아가자. 제목이 『봄날을 지나는 너에게』다. 인터넷 PAPER 홈페이지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라는 코너에 독자들이 질문한 내용을 답변과 함께 소개했다.


독자들이 이렇게 많은 질문을 쏟아낼 줄은 몰랐다. 하루도 쉬지 않고 질문이 올라왔고, 거기에 꼬리를 물고 대답들이 이어졌다. <페이퍼> 친구들의 질문을 보면서, 나 역시 공부를 많이 했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시간이었다.

 

첫 질문이 “돈 버느라 젊음을 보내버리면 나중에 후회할까요?”다. 슬프지만, 청춘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다.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 정말 많다. 풍족하게 사는 것과 행복하게 사는 것을 동일한 선으로 보니까. 하지만 이런 가치관은 문제 있는 거 아닌가? 돈이 소중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돈을 최상의 가치로 둔다는 게 문제다. ‘내가 얼만큼의 돈이 있으면 나답게 살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 기준이 너무 높게 측정되어 있는 게 문제다. 서른 살쯤 되면 차가 있어야 하고, 30대 중반이 되면 번듯한 생활거주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까. 그런데 그렇게 사는 게 과연 잘 사는 건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월 50만 원으로 사는 젊은 친구가 있는데 아주 재미있게 산다. 해외여행도 자주 다닌다. 세 달을 모으면 150만 원인데, 몇 달 동안 아껴 쓰면 동남아, 티베트, 네팔 같은 나라를 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돈을 쓰는 것보다 적게 드니까. 사람이 200만 원을 번다고 더 행복한 건 아니다. 300만 원을 버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지니까. 내 지금 상황을 불평하게 되고. 그래서 가치관을 어떻게 설정하는가가 중요하다.

 

독자들의 질문을 들으면서, 청춘 시절도 떠올랐을 것 같다. ‘나도 이 고민 많이 했는데’하고 동병상련을 느낀 질문은 무엇이었나?


사랑을 하는데 외롭다는 이야기, 사랑에 빠지는 게 두렵다는 이야기가 많이 와 닿았다. 사랑에 빠지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서로 마음이 통할 때는 좋지만, 내 뜻이 통하지 않거나 한 사람의 마음이 바뀌면 너무 고통스럽다. 또 많이 사랑하는데 그 마음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을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너무너무 심각한 고통이라서, “사랑만 없으면 정말 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랑이 온갖 고통의 근본이 될 때가 있으니까.

 

가장 황당했던 질문은?


책에 실리지 않은 질문들도 많은데, 책 내용 중에 고른다면 “남자친구와 예쁜 펜션에 놀러 가는데, 내 몸을 지키고 싶다”는 질문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질문이지? 이건, 남자를 고문하겠다는 거 아닌가? (웃음)

 

젊었을 때, 저자가 가장 많이 고민했던 문제는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내가 잘 사는 거 말고, 나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는가가 관점이었다. 내 인생을 바라볼 때, 내가 행복하고 내가 즐거운 게 우선이다. 수입은 많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면? 나는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돈이 중요하다면 그걸 해야 맞겠지만, 내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그걸 안 할 수 있는 거다. 그 절반만 받으면서 내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다. 그 선택이 유학이었고.

 

미대 졸업 후, 아트디렉터로 7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한 살 아이도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유학을 떠났다. 회사가 싫었던 건가? 새로운 환경이 갈급했던 건가?


어려서부터 꿈이 화가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는데, 사회에 실제로 쓰임새가 있는 일을 한다는 건 좋았지만, 내가 자유롭지 못했다. 예술을 하려면 자유로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답답했다. 나도 자유로운 생활을 해보고 싶었다. 결혼을 했으니 기본적인 수입이 있어야 하니까 직장 생활을 했지만, 이렇게 계속 살다가 끝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렇게 살다가 10년 후는 어떻게 될까 상상해봤더니, 아득했다. 이렇게 살다가 죽고 싶지는 않아서 일단 그만두고 보자, 이렇게 된 거다. 그림 공부가 내 선택이었는데, 자신감은 있었다(웃음).

 

2년간의 유학생활은 어땠나? 상상대로 자유로웠나?


서양미술의 본고장인 프랑스에 가면, 내가 훌륭한 화가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웃음). 당시에는 자만심이 많았다. 그런데 알아보긴 뭘, 나 같은 애들이 너무 많았다(웃음). 그래서 인생 공부를 많이 하고 왔다. 그림 공부도 했지만, 삶에 대해서 많이 깨닫는 시간이었다. 쫄딱 망하면서 깨닫고 건들건들거리다가 한국에 다시 왔는데, 그래도 7년 동안 책을 만들어온 게 나의 자산이고 재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다른 책을 만들어보기로 마음을 먹고, <페이퍼>가 탄생한 거다. 다행히 독자들도 재미있게 생각해줬고.

 

책 속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질문에 “열심히 일하며 살면서도 특별한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욕심을 갖지 않는 삶이란, 인간에게 불가능하지 않나?


젊어서는 욕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대부터 욕심이 없으면 청춘도 아니다. 꿈도 꾸고 욕심도 있어야 한다. 욕심이 아예 없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다. 욕심이 우리를 살게 하는 에너지 아닌가? 다만, 그 욕심으로 인해서 고통을 받을 정도의 욕심은 자신에게 좋지 않다. 젊을 때, 나는 기고만장한 삶을 살았다. 자만심과 착각, 그게 나를 지탱해준 삶의 힘이었다. 내가 좀 성장한 건, 꿈꾸던 것을 실천하고 망했을 때 얻은 깨달음이다. 실패를 받아들이면서 많이 배웠다. 거기에서 다시 돌파구를 찾았다.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걸 통해서 새로운 길을 찾는 게 중요하다.

 

바보처럼 사는 게, 똑똑한 척하면서 사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척이라는 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그런 것처럼 군다는 거 아닌가? 겉만 있고 알맹이는 없다는 건데, 그 인생은 행복한 인생이 될 수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안다. 자기가 어느 정도인지, 재능이나 능력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거기에 맞게 움직이는 게 좋다는 거다. 남들보다 위에 서려고 노력하니까 힘든 거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편안해질 수 있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내가 언제 행복해지는지를 공부하면서 살아야 한다. 매사에 ‘약게 그리고 똑똑하게’ 살려면, 인생이 진짜 피곤해진다. 머리를 너무 많이 쓰면, 머리를 쓰지 않은 게 차라리 더 나았겠다 싶은 경우도 많고(웃음).

 

만나고-김원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길 


요즘은 언제 행복한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잘 그려져서 좋고. 말이 통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는 시간도 즐겁다. 생각이 통하는 즐거움은 상당하다. 또 음악도 만들고 있다. 뚱땅뚱땅 만들 때, 기분이 좋다.

 

또래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동창생이나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들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나?


나보고 이상하게 산다고 한다. 너는 아직도 정신 못 차렸냐고(웃음). “그렇게 사는 게 좋냐?”라고 물으면 나는 “좋다”고 한다. 그러면 나를 보고 “부럽다”고 한다(웃음). 친구들의 생활을 보면 일단 나보다 스케일이 크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으니 간부급이 되고, 회사의 대표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랑은 발상이 다른 것 같다. 내 발상은 “내 영혼이 어떻게 하면 자유롭게 살 수 있느냐”인데,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재산을 키우거나 노후 대비에 대한 관심이 많을 거다. 나 역시, 돈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자본 문제 때문에 못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내 식대로 사는 삶에 대한 관심이 더 크다.

 

간혹, 그래도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나?


내 장점 중 하나가 불가능한 것에 대해서는 빨리 포기한다는 점이다. 젊은 나이로 돌아가면 어떨까? 상상해볼 수는 있지만 그건 불가능하니까 생각을 안 한다(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 살아온 거랑 비슷하게 살 것 같다. 다시 20대로 돌아가서 30년을 산다고 해도 지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

 

좀 더 편안해지는 것. 받아들이는 자세가 된다는 거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젊을 때보다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젊을 때는 빨리 바꿔버리고 싶었는데, 그것도 긴 역사의 한 대목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꼰대 같은 선배, 상사 때문에 고민하는 청춘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다른 사람의 고민을 생각해볼 때, 그 자리에 나를 대입시켜 본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고, 답을 찾는 편이다. 꼴 보기 싫은 선배가 있는데, 그 선배가 이 회사에 오래 머물 가능성이 많다면 나는 회사를 옮길 거다. 그렇게 살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먼저는 ‘이 선배가 왜 이렇게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연구를 해볼 것 같다. 왜 맨날 나한테 잔소리를 하고 못 살게 구는지, 그 선배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보긴 할 거다. 집에 우환이 있는지, 건강이 좋지 않은지 등 선배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게 되면, 선배에 대한 배려를 할 수 있을 거다. 나로 인해 생긴 짜증이 아니고, 다른 환경 때문에 나에게 짜증을 낼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 그 사람이 정말 상대를 못할 만한 막돼먹은 사람이라면, 이별하는 게 현명하다.

 

‘어른’을 정의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세상을 열심히 잘 살아서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많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달은 사람”. 스스로 어른이 됐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노력하면서 살고 있으니까(웃음). 간혹 제 나이 또래 친구들이 “너 아직도 그렇게 사냐? 딱하다”고 한다. 나는 반대로 그들이 딱하다. 그들의 탐욕스러움을 볼 때, 딱한 마음이 든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소박한 욕심을 넘어서 거대한 욕심을 갖게 되면, 그건 탐욕이 된다. 그건 여러 사람을 망가뜨릴 수 있는 경계해야 하는 욕심이 아닌가, 싶다.

 

만나고-김원

 

<페이퍼>를 통해 사람들을 인터뷰할 때, 꼭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있나?


살아가면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덕목을 묻는다. 또 마무리할 때 ‘세 가지 소원’을 묻는다. 뭐든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이루고 싶은 세 가지 소원.

 

저자에게도 묻고 싶다. 지금 소망하는 세 가지는 무엇인가?


나는 한 가지 소원만 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이뤄주세요(웃음).

 

아, 이거야 말로 진정한 탐욕 아닌가!


(웃음). 사나운 욕심, 정말 탐욕스러운 욕심 맞다.

 

책 제목과 딱 알맞게, 지금 봄날이 지나가고 있다. 계절의 봄이든, 인생의 봄이든. 독자들이 『봄날을 지나는 너에게』을 어떤 마음으로 읽으면 좋을까.


한가로운 휴일에 읽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좀 넉넉한 상태에서. 이 책이 공부하는 책이 아니니까. 친구랑 이야기하고 싶을 때 보면 좋을 것 같다. 왠지 살아가는 게 답답해질 때, ‘나 지금 잘 살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 때, 가볍게 쉽게 읽으면 좋겠다.

 

방금 질문을 마지막으로 하려고 했는데, 또 궁금한 것이 생각났다. 누군가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어떤 답변을 해줄 것인가.


환경적으로 조용한 상태를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 숲 속이라든지, 호숫가도 좋겠다. 아니면 TV 소리가 들리지 않는 조용한 환경에서 자기 내면을 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 내면의 소리, 생각들을 주의 깊게 집중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말하고 싶다.

 

 


봄날을지나는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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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을 지나는 너에게 김원 저 | 큐리어스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한 당신의 마음 78가지에 대한 문답집. 19년간 청춘과 함께 걸어온 월간 PAPER의 ‘백발두령’ 김원이 위트 있는 글로, 따뜻한 손글씨로, 아름다운 사진으로 당신에게 대답한다. 솔직하고 유쾌한 그의 대답을 읽다 보면 이상하게도 고민은 고민 같지 않고 막막하던 마음이 가벼워진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했던 건 섣부른 위로나 강요된 희망이 아니라 말 없이 들어주는 누군가의 존재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이 책이 우리에게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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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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