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김영수 “중국 이해하려면 삼국지보다 사기를 읽어야”

『사기를 읽다』 김영수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한국에 『사기』의 중요함을 강조해온 김영수 저자가 이번에는 『사기』 입문서를 냈다. 『사기를 읽다』는 여러 도서관에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한 말을 글로 만든 책이라 『사기』 입문서로 제격이다.

EBS에서 방영한 ‘김영수의 사기와 21세기’가 큰 방향을 얻으며 한국사회에 『사기』의 존재를 널리 알린 김영수. 『사기』 완역 작업을 진행하는 중에 이번에는 입문서를 냈다. 『사기를 읽다』는 여러 곳에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강의 내용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친근한 문체와 어렵지 않은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사기를 읽다』는 왜 우리가 중국을 알아야 하며, 중국을 알기 위해서는 『사기』를 읽어야 하는지를 먼저 알려준다. 독서의 당위성을 설득한 뒤, 『사기』의 탄생과 저자 사마천의 생애, 『사기』에서 주목해야 할 내용을 다뤘다.

 

KEI_1209-6.jpg

 

지금까지 ‘사기’를 주제로 다양한 책을 내오셨는데요. 이 책은 선생님의 학문 여로에서, 저작 활동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 책인가요?

 

사마천의 『사기』는 솔직히 어려운 책입니다. 인지도는 높지만 완독은 물론이고 입문서조차 읽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습니다. 그래서 늘 어떻게 하면 이 절대 역사서를 손에 잡게 할까 고민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도서관의 제의로 대중 강의를 여러 차례 하게 되었고, 그 참에 가장 쉽게 강의를 진행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 결과물이 이번에 나온 『사기를 읽다』입니다. 사마천과 『사기』를 알고 이해하고 나아가 읽기 위한 쉬운 입문서라 할 수 있지요. 저는 늘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글도 말도 쉽게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아무튼 제 연구 과정에서 의미 있는 작업 하나를 끝냈다고, 아니 시작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기를 읽다』는 장성도서관, 꿈빛도서관, 하남 나룰도서관에서 이루어진 강의를 엮은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여러 곳에서 다양한 주제로 이루어진 ‘사기’ 강연 중에서 인상적인 순간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세요. ‘사기’의 어떤 대목을 말씀하실 때 청중 반응이 뜨거웠는지도 궁금합니다.

 

뜨거운 반응이라니까 조금 쑥스럽습니다. 사마천의 삶이나 『사기』의 내용은 대단히 진지하고 때로는 처절합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을 아프게 후벼 파는 대목들이 많습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사마천이 리더와 리더십을 이야기하면서 ‘부지기군(不知其君)이면 시기소사(視其所使)라’라고 일갈한 대목이 모두에게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그 리더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거든 그가 부리는 사람을 보아라’는 뜻입니다. 참 기가 막힌 구절이 아닐 수 없지요.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고요.

 

서문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아들과 다음 세대의 미래를 걱정’한다고 표현하셨습니다.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이유를 알려주신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남북관계를 비롯하여 주변국들의 상황이 대단히 어렵고 불안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에 대한 이해도는 대단히 부족합니다. 이 점은 조정래 선생님께서도 지적한 바 있고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다음 세대들은 당장 취업을 비롯한 자신들의 미래는 물론 남북 관계, 중국 관계 등 많은 부담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게다가 고령화에 따른 노인 양육까지 떠안아야 하지요. 그런데 지금 다음 세대들을 위한 준비가 전혀 안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국가 정책은 물론 교육도 중국에 대한 대비가 속수무책이라 할 정도입니다. 오랫동안 중국을 공부하고 지켜본 제 입장에서는 이것이 가장 큰 걱정입니다. 중국을 알고 공부하고 이해하고 대비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기’라는 책 못지 않게 ‘사마천’이라는 인물에도 매력이 많은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사마천은 어떤 인물이었나요. 키워드 3개 정도로 요약한다면 어떤 단어가 어울릴까요.

 

비운, 극복, 인간애 정도가 문득 떠오릅니다. 참 슬픈 삶을 살았던 분이고 그 슬픔을 역사서 저술로 극복하면서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 자신의 삶과 역사서를 승화시켰습니다. 위대하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 써야 맞을 듯합니다.

 

책에서 강조하셨는데요. 『삼국지』의 위상을 이제는 『사기』가 찾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은 우리가 말하는 『삼국지』는 소설 『삼국연의』입니다. 이 소설이 중국과 중국인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텍스트이기는 합니다만 매우 단편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이라 시야가 좁습니다. 또 과대평가되어 있고, 우리의 경우는 더 합니다. 진지하게 연구되고 비판된 적 없이 그저 안 읽으면 안 되는 것처럼 인식되었죠. 솔직히 말씀드려 『삼국지』는 안 읽어도 되는 책입니다. 다만 문화 콘텐츠로서 다양하게 변형되어 온 점은 주목해야 합니다. 하나의 소설이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형태로 변형, 변주될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클래식이 되지요.

 

반면 『사기』『삼국지』와는 비교 자체가 쑥스러울 정도로 엄청난 콘텐츠입니다. 사실 너무 엄청나서 엄두가 안 난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3천 년 통사에 수많은 사람과 광활한 무대, 인간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깊이 있는 문장 등등이 이 책을 선뜻 들지 못하게 하는 장애 요인들입니다. 하지만 『사기』만큼 중국과 중국인을 제대로 보여주는 책은 없습니다. 어렵지만 반드시 접해야 할 콘텐츠입니다. 그래서 이번 책처럼 쉬운 입문서 내지 안내서가 필요하겠지요. 다양한 입문서와 안내서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책에서도 공자, 항우, 유방 등 다양한 인물을 소개해주셨는데요. 선생님께서 가장 관심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일반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을 들라면 역시 유방을 들고 싶습니다. 영웅의 면모, 잔인한 권력자의 모습,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속임수를 쓸 수 있는 유연성,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뻔뻔함 등등이 중국인의 속성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모택동이 항우와 유방을 깊이 있게 연구한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주요하게 할애한 부분 중 하나가 언어입니다. 『사기』에는 수많은 고사성어가 등장하는데, 선생님께서 좋아하는 문구를 알려주세요.

 

『사기』는 52만 6500자입니다. 대단히 많은 양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고도로 압축하고 압축한 언어들입니다. 3천 년 역사를 52만 여 자로 기술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사마천은 바닷물을 길어 소금을 정제하듯 글자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그 정수가 바로 고사성어입니다. 네 글자로 이루어진 사자성어만 약 600항목이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고사성어는 수시로 바뀌는데 최근에는 앞에서 말씀드린 ‘부지기군, 시기소사’라는 명구를 많이 인용합니다. 또 인간관계의 오묘함을 절묘하게 표현한 ‘백두여신(白頭如新), 경개여고(傾蓋如故)’라는 구절도 좋아합니다. ‘머리카락이 허옇게 쇠도록 만난 사람도 낯설게 느껴지고, 지나가다 우산을 기울여 만났는데도 오랜 친구 같다’는 뜻입니다. 또 여론의 위력과 소통을 강조하는 ‘방민지구(防民之口), 심어방수(甚於防水)’라는 구절도 추천합니다. ‘백성들의 입을 막기란 홍수를 막기보다 더 어렵다’는 뜻입니다.

 

『사기』에 주목할 점이 많지만 그 중 하나로 <화식열전>인데요. 돈 이야기를 역사서에서 다뤘습니다. 흔히 중국에서 떠받드는 유교적 가치와는 약간 안 어울리는 느낌도 드는데요. 중국에서는 ‘화식열전’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부에 대한 추구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사마천은 그 점을 통찰했습니다. 그래서 천고의 명편 <화식열전>이 나오게 되었지요. 『사기』가 세상에 출현한 이래 2천 년 넘게 비판을 받은 저주 받은 명편이기도 합니다. 유교의 허위의식에 사로잡힌 수구 학자들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한 편이야말로 전무후무한 명편 중에서 명편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중국에서는 더 하지요. 중국식 사회주의, 중국식 자본주의의 논리적 근거를 <화식열전> 한 편이 다 마련해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이니까요.

 

김양수02.jpg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셨습니다. 한국에서는 『삼국사기』, 『삼국유사』가 필독서에는 있지만 입시 교육에 밀려 그렇게 많이 읽지는 않은 분위기 같습니다. 중국에서 ‘사기’는 어느 정도로 대중적으로 읽히는지 궁금합니다.

 

개혁개방 이후 연구자가 놀라울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중국의 경제력이 커질수록 더 많은 연구자가 나올 걸로 예상합니다. 교육적으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사마천의 삶이나 『사기』의 좋은 대목들을 교과서에 실어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준이 점점 더 높아집니다. 사마천이 친구 임안에게 보낸 『보임안서』라는 편지는 중국 역사상 10대 명문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이 글은 학교 교과서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다양하게 인용되고 있습니다. 책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사마천과 『사기』는 이제 중국 국가 전략의 틀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사마천 고향인 섬서성 한성시와 사마천 제사의 관심이 국가적 차원에서 높아지는 현상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생을 『사기』 연구에 매진해 오셨는데, 혹시 ‘사기’ 연구를 끝낸다면 다른 어떤 주제를 연구하실 계획인지요.

 

『사기』는 중국의 모든 역사서의 원조이자 중국인 전체를 위한 교과서와 같습니다. 이런 동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이런 동향을 알리는 일은 계속될 것입니다. 또 아시다시피 『사기』에 수록된 『조선열전』은 한중 고대사의 쟁점들을 푸는 열쇠와 같습니다. 연구에 끝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여력이 된다면 지금까지의 제 경험과 공부를 바탕으로 원래 제 전공이었던 한중 관계사 연구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img_book_bot.jpg

사기를 읽다김영수 저 | 유유
기존의 『사기』 관련 저서는 주로 열전을 해석하거나 『사기』를 경영 혹은 리더십과 접목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전문적인 학술서가 한 권 출간되어 있으나(그 책의 저자 또한 김영수이다) 내용이 어려워 일반인이 선뜻 손에 잡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아들 녀석이 읽을 만한 『사기』 입문서를 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쉽지만 결코 얕지 않은 책을 탄생시켰다.


 

 




[추천 기사]


- 강미라 “급변하는 변화 속의 기업에게”
- 안도현 “간절하게 참 철없이!”
- 오진희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건 사랑”
- 조연심 “책 100권, 인터뷰 100명, 칼럼 100편”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5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

오늘의 책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의 대표작

짐 자무시의 영화 〈패터슨〉이 오마주한 시집.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국내 첫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 20세기 현대문학에 큰 획을 그은 비트 세대 문학 선구자,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번역되었다. 도시 패터슨의 역사를 토대로 한, 폭포를 닮은 대서사시.

본격적인 투자 필독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경제/재테크 최상위 채널의 투자 자료를 책으로 엮었다. 5명의 치과 전문의로 구성된 트레이딩 팀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최신 기술적 분석 자료까지 폭넓게 다룬다. 차트를 모르는 초보부터 중상급 투자자 모두 만족할 기술적 분석의 바이블을 만나보자.

타인과 만나는 황홀한 순간

『보보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신간.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심장으로 세계와 인간을 꿰뚫어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번에 시선을 모은 주제는 '관계'다.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만나는 순간을 황홀하게 그려냈다. 고립의 시대가 잃어버린 미덕을 되찾아줄 역작.

시는 왜 자꾸 태어나는가

등단 20주년을 맞이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시집. 돌멩이, 새 등 작은 존재를 오래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으로 가득하다. 시인의 불협화음에 맞춰 시를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자. 죽음과 생,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린 또 하나의 시가 탄생하고 있을 테니.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