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21세기에도 에이씨디씨는 건재하다

에이씨디씨(AC/DC) < Rock Or Bust >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번 그래미에서 공연하는 에이씨디씨의 신보, 건재합니다.

에이씨디씨(AC/DC) < Rock Or Bust >

 

어느 시점서부터 전설 급 아티스트들의 신보 소식은 고만고만하게 다가온다. 잘 내주면 물론 감사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특히 그 결과가 '고만고만한' 기록이 많은 경우라면 실망이라고는 부르기 싫은 공허함이 감상을 뒤덮기 때문이다. 이 때 붙는 영예도 음반이 아닌 이름에서 오는 경외이리라. 창작자들에게는 실로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새 앨범 소식에 아쉬움을 표하지 않아도 될 사례들도 있다. 에이씨디씨가 그 중 하나다.

 

L (8).jpg

 

21세기에도 에이씨디씨는 건재하다. 이는 단순히 상업적 성공에만 한정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작품 단위에서도 밴드는 준수한 결과물을 선사해왔다. 8비트 하드 록에 기초한 특유의 작법은 늘 여전했으나 남다른 활력이 그 안에서 매번 조금씩 차이를 만들어냈다. 흥겨운 로큰롤이 몰아치는 2000년의 < Stiff Upper Lip >은 수작이었고 탄탄함이 돋보였던 < Black Ice >도 괜찮은 작품이었다. 이제 2014년의 < Rock Or Bust >를 보자. 작품은 앞선 두 앨범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출사표를 던지기에는 에이씨디씨의 컬러가 그대로 담긴 육중한 타이틀 곡 「Rock or bust」만한 것이 없겠으나 진짜 재미는 이후의 「Play ball」에서부터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기타 리프들 사이에서 잡히는 재미가 상당하다. 「Miss adventure」와 「Baptism by fire」를 장식하는 그루비한 연주 라인, 「Play ball」에 긴장을 부여하는 기타 릭, 「Got some rock & roll thunder」의 블루스 멜로디가 그 예들이다.

 

밴드 고유의 특징들도 잘 맞물려있다. 필 루드의 드럼으로 시작하는 명료한 리듬 라인부터 두터운 기타 배킹, 청각을 자극하는 보컬 코러스, 더 없이 캐치한 훅 라인이 분명 예와 동일하나, 구미를 잘 자극할 방향으로 제 역할을 수행한다. 각기 다른 색 아래 구성 요소들이 적절히 놓인 모양새. 덕분에 트랙 리스트 말미에 이르러서도 동력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고전적인 「Rock or bust」를 필두로, 직선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Hard times」, 댄서블한 「Miss adventure」, 「Baptism by fire」 등 놓치기 힘든 곡들이 산재해있다.

 

이 맥락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지루함도 보였던 전작 < Black Ice >보다도 나은 지점에 앨범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음반이다. 단순하나 단조롭지 않고 정형은 있으나 획일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 지점에서 밴드는 확실하게 본능을 건드린다. 쉼 없이 내달리는 이 열한 트랙도 좀처럼 일시정지를 허락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직관성에 승부를 걸어온 이들과 결과물이 잘 어울린다.

 

 

2014/12 이수호 (howard19@naver.com)

 

 

 

 


[관련 기사]

- 아시안체어샷 “음악은 멤버들 간의 화학작용” 
-핫펠트, 그녀의 음악은 이제 시작
-빈지노, 한국 힙합의 이슈메이커
-요즘 LP가 인기라면서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6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의 대표작

짐 자무시의 영화 〈패터슨〉이 오마주한 시집.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국내 첫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 20세기 현대문학에 큰 획을 그은 비트 세대 문학 선구자,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번역되었다. 도시 패터슨의 역사를 토대로 한, 폭포를 닮은 대서사시.

본격적인 투자 필독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경제/재테크 최상위 채널의 투자 자료를 책으로 엮었다. 5명의 치과 전문의로 구성된 트레이딩 팀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최신 기술적 분석 자료까지 폭넓게 다룬다. 차트를 모르는 초보부터 중상급 투자자 모두 만족할 기술적 분석의 바이블을 만나보자.

타인과 만나는 황홀한 순간

『보보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신간.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심장으로 세계와 인간을 꿰뚫어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번에 시선을 모은 주제는 '관계'다.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만나는 순간을 황홀하게 그려냈다. 고립의 시대가 잃어버린 미덕을 되찾아줄 역작.

시는 왜 자꾸 태어나는가

등단 20주년을 맞이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시집. 돌멩이, 새 등 작은 존재를 오래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으로 가득하다. 시인의 불협화음에 맞춰 시를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자. 죽음과 생,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린 또 하나의 시가 탄생하고 있을 테니.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