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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권력이 된 한국 개신교

물뚝심송 박성호의 대한민국 모든 떡밥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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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있었던 물뚝심송 박성호의 다섯 번째 강연은 종교에 대한 이야기로 진행되었다. 종교는 우리 사회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공공연하게 이야기되기 어려운 주제다. 물뚝심송은 그렇기 때문에 우리사회는 종교에 대해 더 자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 제대로된 떡밥을 물어라!

 

 강의를 시작하며 물뚝심송은 지금까지 종교떡밥이 어떤 수위로 진행되고 있는지 간단히 언급했다. 종교떡밥은 언제나 유신론과 무신론의 충돌로 시작하지만 물뚝심송은 누구도 증명할 수 없는 이런 논쟁은 비생산적인 일이며, 그보다는 종교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해를 끼치지는 않는지를 연구하고 논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일이라 말했다.

 

 그는 서양과학의 모태는 신학이었다는 말로 설명을 이어갔다. 화학, 철학, 의학 등 자연과학 대부분에 대한 연구가 신학에서 출발했으니, 사실 기독교 신학이 없었다면 오늘날 인류 문명의 거의 대부분을 만들어낸 서양과학도 없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기독교는 자선이나 구호사업, 학술의 전파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물뚝심송은 모든 일에 공과 과가 있는 것이니, 장점은 취하고 단점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라 말하며, 종교에 대해 더 살펴보자고 했다.

 

종교는 인간의 본성일까?

 

 그는 최근 우리 사회에 벌어지는 다양한 정치적 현상을 보면 신앙을 갈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력한 존재에 의지한다는 건 일단은 무척 편한 일이다. 물뚝심송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끌어와 인간이 종교에 기대온 역사를 풀어냈다. 그리스 시대 유행하던 연극의 플롯은 발단, 전개, 위기, 절정으로 넘어가는 순간 배우가 기중기에 매달려 올림푸스 신의 역할을 하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곤 했다. 여기서 ‘마키나’는 ‘머신’ 즉, 기계를 뜻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연극 구성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 번에 갈등해소가 되도록 짜인 극은 좋은 것이 아니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옳지 않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걸 좋아한다. 초월적인 절대자, 즉 신에 의한 문제 해결에 열광하는 것이다. 물뚝심송은 독재자 박정희 전대통령을 이 나라를 구원해준 위대한 지도자로 간주하며, 그 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고, 박정희 전대통령의 아들이 손자를 낳았다고 마을 어귀에 경축 플래카드를 붙이는 사람들에게서도 이런 마음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성향은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역시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심리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슨상님’께서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 같은 기대 말이다. 그는 본인 역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이루어진 것처럼 열광했다고 고백하며, 어쩌면 이런 인간의 본성이 종교를 영속시킨다고 짚어내며, 종교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상품으로 팔고 있는지도 모른다 덧붙였다.

 

 이렇게 종교 전반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마친 물뚝심송은 우리사회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개신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가 우리사회에 어떻게 전래되어 왔고, 어떻게 성장해 왔으며,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 사회에 영향을, 그것도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을 더욱 많이 끼치게 되었는가를 이야기 하자고 했다.

 

한국 개신교, 그 폭발적인 성장의 이유

 

 한국에는 1884년 처음 개신교가 전래되지만, 실질적으로 개신교가 조선사회에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원산에서 평양으로 이어지는 대부흥이다. 물뚝심송은 모여서 집회를 하고, 열정적인 설교를 들은 집단이 열광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고, 몸을 떨거나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대부흥은 축제를 통해 엑스터시를 느끼는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원산-평양 대부흥사건은 한국 개신교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데, 대부흥 이후로 개신교 신자 수가 급증을 했고, 하나의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평양대부흥.jpg

평양대부흥 (출처: 한국교회사연구소)


평양대부흥 모습

 

 여기까지 설명한 물뚝심송은 세계사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개신교가 우리나라에 빠르게 적응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가 우선적으로 꼽은 이유는 사회적 스트레스였다. 동학부터 시작해 청일전쟁, 러일전쟁으로 이어지는 극심한 사회적 혼란, 그 속에서 느끼게 되는 민중의 고달픈 삶. 거기에 조선왕조가 무너지면서 사회의 중핵적 가치관이 붕괴하자 민중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그는 삶이 고달프고 먹고 살기 힘든 것  만큼이나 믿고 따를 수 있는 가치관이 사라지는 것 역시 큰 고통이고 스트레스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새로운 질서를 찾아 나서게 되고, 자신이 느끼는 혼란을 마감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관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이때 대안이 되는 가치관으로 개신교가 등장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억눌린 스트레스를 부흥을 통해 폭발시키고 개종을 한다.

 

분단으로 탄생한 반공 - 기독교

 

 이런 흐름은 해방이후로도 계속 이어지는데, 거기에 한 걸음 더 보태지는 것이 바로 분단문제다. 개신교가 최초로 전래되고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평양을 중심으로 한 서북지역이었는데, 일제가 물러난 뒤에 이곳은 김일성의 주도하에 공산주의가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서북지역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으려던 서북지역 개신교인들이 재산과 권력을 빼앗기고 월남을 하게 된다. 이들은 서울과 부산 등에 자리를 잡고 개신교 활동을 펴나간다. 그 중심에는 바로 한경직 목사의 영락 교회가 있다. 한경직 목사의 가치관에는 기독교 국가 건설이라는 꿈과 함께 반공이라는 세속적인 원칙이 추가된다.

 

한경직.jpg

한경직 목사(출처: 한경직 목사 홈페이지)
한경직 목사(1902년 12월 29일 ~ 2000년 4월 19일)
 

 영락교회는 자연스럽게 공산주의자를 증오하는 월남인들을 결집시키는 핵심이 되고, 이들의 아이들이 자라나 그 악명 높은 서북청년단을 건설하게 된다이 전통은 오늘날에도 장로교 주류에 계속 남아있어, 원수조차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함께 공산주의자를 미워해야한다는 모순된 교리를 퍼트리고 있다.
 
권력과 자본에 눈 뜬 개신교

 

 그는 계속해서 개신교의 교리와 사상이 세속적인 현실 속에서 어떻게 왜곡되는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 개신교는 권력과 자본의 마력에 눈을 뜨게 된다. 이 전통은 일제시대에서 출발하는데, 신사참배를 강요하면서 일제에 협조하라는 요구에 교회가 무릎을 꿇은 일이 그 시작이었다. 이런 굴복은 치욕과 배교의 죄악으로 기록되고 단죄되어야 했지만, 해방 이후에는 교세를 보전하기 위한 피치 못할 현명한 선택으로 미화되었다.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것보다 권력과 타협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전통이 생긴 것이다.

 

 여기에 이승만 정권과 결탁하여 얻은 구호물자와 원조자금을 독식하면서, 일본의 적산가옥을 물려받고 교세를 확장하면서 개신교는 권력에 협조하면 자본이 집중된다는 교훈도 함께 얻는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교인들을 모으면 권려고가 관계없이 자발적인 자본이 모인다는 교훈도 생긴다. 이 두 가지를 적절히 혼용하면 교회는 그 어떤 영리기업보다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

 

 물뚝심송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독재정권 아래서 주류 교단은 언제나 부당한 정권, 군사독재정권과 타협했다고 말했다. 권력이 그들에게 부와 권세를 나눠주고, 교회는 권력에게 교인들의 지지를 몰아주는 상호 호혜적인 거래가 일상화되고, 쿠데타로 탈취한 권력의 부당함 앞에 교회는 구국의 조찬기도회라는 명목으로 축복을 내리고 면죄부를 발급해준 것이다. 이렇게 교회가 권력과 결탁해 세를 불려가는 동안,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남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였던 사람들은 일상의 고단함을 풀기 위해 교회로 몰려든다.

 

권력이 된 한국 개신교

 

 교회에 또 한 번 폭발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박정희 정권 때다. 폭발적인 경제 성장의 시기를 맞이하면서 빈민들은 일상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교회를 찾고, 졸부들은 조금 더 큰 부를 얻기 위한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필요로 대형교회를 찾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형교회인 순복음 교회 역시 이때 탄생한다. 순복음교회를 세운 조용기 목사의 삼박자구원론을 보면 당시의 분위기를 한 번에 알 수 있다. 교회를 열심히 나오면 영혼이 구원받고, 몸이 건강해지고, 돈을 잘 벌게 된다는 것이다. 물뚝심송은 이 주장이 자주, 근면, 협동 삼박자를 잘하면 건강해지고 돈을 벌게 된다는 박정희의 새마을 정신과 정확하게 맞닿아있다고 말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 개신교는 또 한 번의 도약을 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73년 5월 30일에서 6월 3일까지 있었던 세계적인 전도사 빌리 그레이엄의 여의도 전도집회였다. 마지막 날에는 하루에 50만명이 넘는 사람이 여의도에 몰렸고, 그 중 4만 명이 넘는 사람이 개신교 교인이 되기로 약속을 한다.

 

 이렇게 교회가 성장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교회가 그 자체로 권력이 되는 것이다. 사회적 권력을 가진 이들은 영속을 원하게 되고, 권력을 더 확장하려 한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 같은 것이다. 권력과 자본을 보유하게 된 교회집단은 스스로의 영향력 확대 재생산과 스스로의 존속을 위해 지속적으로 이 사회의 법과 제도의 변화에 간섭하기 시작한다.

 

 물뚝심송은 최근 있었던 서울시의 인권조례폐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동성애문제가 교회가 간섭하는 대표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프란체스코 교황의 발언을 빌려, 동성애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동성애자들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을 전하며 이렇게 해결책이 충분히 있는데도 한국 개신교 집단이 박원순 시장에게 인권선언을 폐기하라고 강요한 것은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라 풀이했다. 그는 권력은 강하면 굴복하고, 약하면 탄압한다며, 종교 권력이 사회현실에 끊임없이 개입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 평했다.

 

우리 사회의 네 가지 권력

 

 크게 숨을 몰아 쉰 물뚝심송은 우리 사회의 권력은 국민과 유권자에게 있다고 헌법에 적혀있지만, 현실은 몇몇 그룹이 그 사회적 권력을 분담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네 가지 집단을 나눠 설명을 했는데, 보통 권력이라고 하면 정치인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이들은 외적으로 권력이 주어져있고 시스템 속에서 부여받은 것이기 때문에 제외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재벌 권력을 들었다. 자본주의사회답게 우리 사회의 부를 거의 독식하고 있는 재벌은 우리사회 권력 중 가장 큰 부분을 나눠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은 언론이다. 재벌언론과 언론재벌, 이 둘을 합쳐 부르는 조폭 언론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재벌도 두려워하지 않고 삥을 뜯으러 다닌다. 마치 정글 속 생태계 같은 분위기인 것이다.

 

 그가 세 번째로 꼽은 집단이 바로 개신교 집단이다. 구한말에 전래되어 일제를 거치고, 오늘 날까지 겨우 백이십년 정도 되는 짧은 시간 만에 우리 사회의 권력 중 큰 덩어리를 가지고 간 것이다. 물뚝심송은 오늘 그 권력집단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며 오늘 강연을 정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또 다른 권력집단은 바로 사학재단이다. 그는 이를 사학재벌이라고 부르자고 말하며, 사학재벌과 개신교 집단이 거의 한 몸이라고 주장했다. 성장해온 역사도 유사하고, 오늘날 권력을 확대하고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점도 닮아있다는 거였다.

 

 그는 다음 시간에 계속해서 이 마지막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며 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늘 그렇듯 물뚝심송은 이번에도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생각할 것들을 던져주고, 질문을 시작하도록 도왔다. 하지만 이미 종교가 아닌, 권력으로 단단하게 굳어가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꽤나 가슴 답답한 일이었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이 단단히 엉킨 문제들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들만 쌓여간다. 어쨌거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아주 작은 걸음부터 고민하는 것. 그게 이 강연을 듣는 우리가 시작해야할 일이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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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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