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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혼내는 것을 교육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감정 조절 육아법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펴내 훈계할 때는 안전하게, 사랑을 밑바탕에 둬야 한다 육아에서 중요한 두 가지, 기다림과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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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감정적으로 안정되지 않았을 때는 훈육을 하지 않는 게 낫다. 잘못하면 아이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훈육의 전 과정은 안정적이어야 한다.

“어떻게 아이를 키우면서 한 번도 욱하지 않을 수 있나요?” 부모들의 질문에 오은영 박사는 단호하게 말한다.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노력하면 할 수 있어요. 저는 고3짜리 아들을 키우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욱하지 않았습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EBS <60분 부모>를 통해 대한민국 부모들의 ‘육아 멘토’가 됐다. 11년 남짓 육아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반복된 문제의 핵심이 ‘부모 혹은 아이가 못 참고 욱하는 것’에 있음을 깨달았다. 3년 전부터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를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 최근에 같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오은영 박사는 “욱’으로 비롯된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데, 원인을 살펴보면 ‘육아’에서부터 출발한다”며, “육아에서 충동과 분노를 조절하는 감정 발달 단계를 제대로 거치지 못한다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아이가 적절히 자기 욕구를 참을 수 있다면 육아는 한결 쉬워지고, 부모 역시 욱하지 않으면 앞으로 일어날 많은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는 비단 ‘욱’하는 부모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다. 지나치게 조급한 부모, 아이의 말대꾸가 유난히 불편한 부모, 징징거리는 아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부모, 아이에게 너무 높은 기대를 가진 부모, 유독 공격적인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를 위한 조언이 가득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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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혼란을 주는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

 

꾸준히 책을 집필하고 있다. 벌써 9번째 책인데, 제목이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다. 특히 이 주제로 책을 쓰게 된 까닭이 있나.

 

인간의 감정 안에는 희로애락이 존재한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게 당연한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상황에 적당한 감정을 느끼는 일이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해결을 잘 못하면 쉽게 없어지지 않고 결국 다른 형태로 표현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육은 많이 받았지만 감정을 다루는 기술은 굉장히 미숙하다. 내 감정, 타인의 감정을 잘 포착하려는 노력이 너무 부족하다. 오래 전부터 감정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중에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을 보면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육아 고민에 있어서도 감정 조절이 실패해서 벌어지는 일이 많다.

 

육아의 기본은 인내다. 책에서 “욱하는 것만큼 꼭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에게 감정을 폭발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부모는 부모가 된 순간부터 본능적으로 아이를 사랑한다. 아이에게 하는 대부분의 말과 생각이 기본적으로 사랑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동시에 착각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내는 화이기 때문에 언제나 당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방식에 있어서는 어떻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로부터 보호 받아야 할 대상이다. 평상시에는 아이를 잘 보호하다가 갑자기 아이에게 욱하면서 화를 내면, 아이는 혼란스럽다. 보호하는 대상이 순식간에 공격하는 대상이 되니까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객체의 차이는 있다. 툭툭 털고 잘 사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이건 남의 집 이야기다.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한 번쯤 욱하지 않은 부모는 없을 텐데.

 

현실적으로 화를 내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중요한 개념은 마음가짐, 철학이다. 노력하는 자세다. 육아를 하면서 필요성, 효율을 이유로 아이에게 화내는 것은 좋지 않다. 부모란 어떤 존재인가, 나의 육아 철학이 아이한테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에게 혼란을 주는 부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는 이런 고민이 많이 들어간 책이다.

 

부모 중 한 명은 대개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비교적 잘 참는데, 배우자가 자꾸 아이들에게 욱해서 나도 덩달아 화가 나게 된다’고.

 

그래서 부부 사이에 대화가 많이 필요하다.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 있어서 개인 차이가 있다면 대화로 풀어야 한다. 상대가 아이에게 자주 화를 낸다면, “당신이 욱할 때는 주로 이런 상황일 때인데 그 때 마음이 어떤 거야? 왜 화가 자꾸 나는 거야?”라고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남녀 차이를 두는 건 편견일 수 있지만, 대체로 남자들이 감정 표현을 어려워한다. 아빠들은 자기 나름대로 아빠 노릇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좋은 의도일지라도 아이는 상처 받을 수 있다. 부모들은 아이가 “엄마 미워, 아빠 미워”라고 말해도, 아이를 너무 사랑하니까 이런 말들을 금방 잊는다. 그래서 아이도 자신들과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욱했지만, 내가 그동안 너를 훨씬 많이 사랑해줬으니까 이해해줄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때때로 혼란을 겪는다.

 

사랑해서 혼낸다는 걸 아이는 인식하지 못한다는 뜻인가?

 

일반 가정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 중 하나가 가르치는 것과 화내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거다. 따끔하게 가르친다고 생각하면서 화를 내고 격분하는데, 화를 내는 일은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잘해주다가도 갑자기 화를 내면, 아이는 혼란스럽다. 화를 내는 존재와 사랑을 주는 존재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이한테 늘 “오냐 오냐”하라는 말이 아니다. 가르칠 때는 분명해야 하지만, “얘야, 이렇게 하면 안 되지”라고 할 말을 “너 이렇게 하면 안돼!!!!”라고 할 필요는 없다. 감정적인 격분을 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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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문제는 아이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가 아닌 부분까지도 아이에게 해소하는 부모가 있다는 사실이다.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 부모는 아이에게도 화를 덜 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항상 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내 감정이 소화되지 않았다고 다른 사람에게 그 감정을 분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아무리 내가 낳은 자식이라도 누군가를 때릴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부모는 없다. 내 아들이 지금 고3인데, 아들을 안 때리고 키웠다고 하면 “그게 가능하냐?”고 되묻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아이가 수월해서 그런 게 아니라 굉장히 노력한 결과다. 내가 이렇게 노력한 이유는 내가 실천을 해야 다른 사람에게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생 실천하려고 정말 애를 썼다. 이런 과정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는 화를 내지 않지만, 배우자에게는 화를 잘 내는 부모도 있다. 아이가 부모가 싸우는 광경을 목격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가?

 

자외선을 받아 피부가 빨개지면 진정을 시켜주면 괜찮아진다. 아이 감정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아이의 신변뿐만 아니라 감정을 보호해줄 의무도 있다. 아이에게 “너 놀랐구나. 괜찮아. 엄마(아빠)가 미안하구나. 편히 있어”라고 말해주면 아이는 곧 안정된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 늘 완벽한 모습을 기준 삼아서 아이 앞에서 조금 화를 냈다고, “아이고, 큰일 났네. 나는 애를 다시 키워야 한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 아이는 회복력이 빠르다. 부모가 진심으로 다가가면 아이는 부모를 금방 용서한다.

 

공공장소에서 내 아이가 버릇 없는 행동을 하거나 민폐를 끼칠 때, 부모는 무척 당황하고 현장을 빨리 떠나려고만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 때, 주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적당한 훈계를 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감정은 누구나 편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부정적인 감정도 잘 소화해야 한다. 부모들은 아이가 버릇 없는 행동을 할 때 너무 창피해 하며 아이를 나무라는 일에만 급급하다. 간혹 부모들은 “창피해서 이제 너랑 외출을 못 하겠다”는 식으로 반응을 하는데, 이런 모습은 아이에게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불편한 감정도 잘 마주대할 필요가 있다. 공공장소에서 내 아이가 민폐를 끼쳤으면 주변 분들한테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많이 창피한대요. 우리 아이를 좀 가르쳐야 해서요”라고 말하면서 아이를 잘 타일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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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분하고 야단 치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훈육 문제는 부모들의 영원한 숙제다. 대개 만 3세 이후가 훈육을 시작하기 적당한 나이라고 하는데, 정말 쉽지 않다. 훈육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훈육은 아이가 부모로부터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첫 교육이다. 훈육을 통해 옳고 그름,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배워야 한다. 이런 가르침을 받지 못하면 자기 감정 조절도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평화롭게 살아갈 수 없다. 못 배우면 외부로부터 제재가 반드시 들어온다. 그러면 본인이 고통스럽고 불행하다. 훈육은 반드시 부모가 해줘야 한다. 왜냐면 시간이 무척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한다. 또 사랑을 기본으로 해야 가능하다. “너 말 안 듣지? 내가 혼내줄게”라는 생각으로 훈육을 하면 안 된다. 요즘은 아동 학대가 정말 심각하다. 어떤 부모는 아이를 때려놓고는 “훈육 차원에서 때렸다”고 하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나는 “여보세요. 훈육을 아무데나 갖다 대지 마시라”고 한다.

 

야단 치는 것과 훈육을 착각하는 부모들도 많은 것 같다.

 

그렇다. 훈육은 교육이다. 소리를 지르거나 격분하고 야단 치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교육은 가르쳐주는 거다. “야, 너는 뭐가 되려고 이렇게 행동하니?”라고 호통을 치는 건 교육이 아니다. 때문에 부모가 감정적으로 안정되지 않았을 때는 훈육하지 않는 게 낫다. 잘못하면 아이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훈육의 전 과정은 안정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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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프로그램에서 “훈육할 때,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잘 붙잡고 행동을 통제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다. 첫째는 아이를 안전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는 훈육을 받는 과정에서 몸부림을 치고 부모를 때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부모와 아이의 몸이 얽히면서 서로가 다칠 수 있다. 또 부모가 아이에게 지도력을 잃는 모습을 보이는 건 훈육 과정에서 좋지 못하다. 아이도 자신이 부모를 때리면, 나중에 그 기억이 떠올라 괴로워질 수 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마주 보는 자세가 좋다. 아이가 몸부림을 치다가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팔목을 가볍게 잡아줘야 한다. 아이의 다리를 펴서 엄마의 다리 사이에 넣는데, 아이의 옆구리가 엄마의 허벅지 안쪽으로 들어오면 자세를 잘 잡은 것이다. 아이가 팔을 움직이면 그 움직임에 따라 엄마도 같이 움직여 주는 게 좋다. 훈육 자세가 완성되면 단호하게 “화난다고 동생을 때리면 안 돼”라고 말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아이가 차분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아이는 절대 한번에 고쳐지지 않는다. 여러 번의 훈육 과정이 필요하다. 한 번 제대로 하면 많이 좋아진다. 적절한 통제를 몸으로 배우는 게 좋다.

 

훈육할 때, 부모가 쉽게 하는 실수가 아이에게 질문하는 것이라고 했다.

 

훈육은 사회 안에서 지켜 가야 하는 기본 질서나 원칙을 가르치는 일이다. “왜 그랬어?”를 물을 것이 문제가 아니다. 훈육할 때 너무 많은 말을 주고 받으면 좋지 않다. 사거리에서 신호등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 안 지키면 나도 다치지만 다른 사람도 다치게 할 수 있다. “왜 빨간불인데 건넜어?”라고 물을 문제가 아니다. 이유는 일단 훈육이 끝나고 편안할 때 물어야 한다.

 

훈육 과정에서 부모의 표정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사무적인 표정이 가장 좋다. 째려보지도 않고 웃지도 말고, 가만히 보는 거다. “너를 기다릴 거야. 너를 보호할 거야”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 좋다. 아이랑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면, 부모도 성장한다. “너 따끔하게 혼내줄 거야”라는 마음이 아니라, “너에게 좋은 생활 태도를 가르쳐줄 거야. 앞으로 네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 시간이 필요해”라는 마음을 갖고 훈육해야 한다.

 

영유아 자녀에게 존댓말을 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좋지 않은 태도라고 지적했다.

 

안 하는 게 낫다. 존중하려는 의도지만 서열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 올바른 언어 사용법을 가르치려면 아이에게 존댓말을 하는 건 좋지 않다. 아이는 어쨌든 잘못을 저지르면서 큰다. 평소에 아이에게 존댓말을 하다가 갑자기 반말을 하면, 아이는 내 부모가 돌변했다고 느낀다. 의도는 좋지만, 존댓말을 쓰는 게 아이를 존중하는 태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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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가 아이를 키워주는 가정이 많다. 부모와 조부모 사이의 교육관이 달라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데, 지혜로운 방법이 없을까.

 

참 어려운 문제다. 일단 대화가 어렵다. 부모들은 일단 아이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미안한 마음 크기 때문에 대개 참는다. 열 번에서 아홉 번은 참다가 한 번 정도 욱하면서 화낸다. 그러면 조부모들은 “기껏 키워줬더니 이런 소리나 듣는다”면서 서운해 한다. 부모들이 더 지혜로울 필요가 있다. “어머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이런 방식이 좋대요. 이렇게 하는 게 필요해요”라고 말하자. 조부모가 “내 방식대로 했어도 너 잘 크지 않았냐?”고 되물으면 “그래도 요즘 세상이 바뀌었으니까 좀 이해해주세요”라고 공손히 말할 필요가 있다. 내 아이와의 관계도 어렵듯이 부모와의 관계도 어렵다. 가족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감정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대화를 자주 하는 게 중요하다.

 

요즘은 직장맘이 많아지면서 만 2세가 되기 전에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분리 불안 문제 때문에 부모들의 고민이 크다.

 

분리 불안 문제에 있어서는 개인 차이가 크다. 비교적 빨리 부모와 떨어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상당히 오래 걸리는 아이도 있다. 무조건 애착 장애라고 볼 필요는 없다. 나이에 맞게 이해하는 태도도 필요하지만, 내 아이가 이 우주 가운데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을 잘 못한다면,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것이 좋다. 너무 낯설어 한다면 분리를 시키기 전에 여러 번 데려가 보면 된다. 아이랑 같이 여러 공간을 살피면서 잘 관찰하고 파악하면 훨씬 덜 어색해 한다. 요즘 부모들은 지나치게 잘 키우려다 보니까, 개념 정립보다는 문구에 집착한다. 예를 들어, “36개월까지는 부모가 가정에서 키우는 게 더 좋아요”라고 말하면, ‘36개월’에만 집착한다. 하지만 모든 부모가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나. 대안도 있고 해야 할 경제활동도 있다. 어떤 명제, 단어에 너무 몰두하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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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감정 조절 능력도 중요한 것 같다. 자기 감정을 소화해야 아이의 행동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부모의 지나치게 완벽하고자 하는 태도는 아이에게 오히려 부담감만 안겨준다.

 

인간이 평생을 살면서 계속 행복할 수는 없다. 가끔 엄마들이 상담실에 와서 “우리 아이는 언제나 웃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내 대답은 “아이고. 그건 안 돼요. 불가능해요”다. 인간은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내가 전교 1등을 했다고 치자. 한 순간은 기쁘지만 곧 1등을 놓칠까 봐 불안해 한다. 그게 인간이다. 직장에서 승진을 해도 마찬가지다. 더 실적을 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에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우리가 평생 스트레스를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스트레스를 잘 처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좌절, 실패는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잘 극복해야 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게 감정 조절과 욕구 조절이다. 조절 능력을 잘 배운다면 언제나 행복할 순 없지만 비교적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소아청소년클리닉을 비롯해 학습발달연구소,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굉장히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할 텐데, 평소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고 있나.

 

나이가 50이 넘으니까 세월이 해결해주는 부분도 있다. 또 레지던트 수련의를 할 때, 3년간 역동적 정신분석 치료를 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3년간 주 2회를 받았는데 나를 이해하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 나의 미숙함, 단점을 이해하니까 다른 사람도 편안하게 볼 수 있다. 내가 어떤 특정한 사람을 발아들이기 힘들어 할 때, 이게 나의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되니 사람 보는 눈이 편해졌다. 물론 일상에서 얻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지만, 좋아하는 일, 가치를 부여하는 일을 하면서 얻는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그렇게 괴롭지 않다. 나는 굉장히 활동적인 사람이지만 정작 스트레스 해소는 책을 보고 글을 쓰면서 푼다. 토요일까지는 정신 없이 일하지만 일요일에는 꼭 아침에 4시간씩 글을 쓴다. 신문 칼럼을 2주에 1번씩 쓰고 있는데, 이것 또한 나에게는 스트레스를 푸는 일이다.

 

“아무리 공들인 육아도 ‘욱’ 한 번이면 와르르 무너진다”고 말했다. 자주 욱하는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한다면.

 

나라에서 상위 레벨의 가치에 두는 법이 있듯이, 의학적 진단에도 상위 레벨이 있고 아이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는 절대 욱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시간과 돈, 체력을 들여서 최선을 다해도 부모가 자주 욱하면 그 모든 게 의미 없다. 좋은 것 먹여주고 보여주는 것보다 욱하지 않는 게 아이에게는 백배 더 유익하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거다. 혼란스러워지면 모든 것이 불안하고 두렵다. 내재화되는 자기 기준을 하나도 갖지 못하고 자신감이 없어진다. 또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자존감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아이에게 과도하게 잘하기보다는 평소에 욱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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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박사의 부모 십계명

 

1. 아이 말을 중간에 끊지 마세요.
: 부모에게 거절당했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2.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 주세요.
: 학습 지도나 밥 차려 주기는 다른 사람도 할 수 있지만, 진심 어린 사랑의 표현은 부모만이 할 수 있습니다.

 

3. 여러 사람 앞에서 나무라지 마세요.
: 누구나 창피 당한 기억은 잊고 싶기 때문에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고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4. 때리지 마세요.
: 부모에게 맞으면 아이는 세상이 안전하지 않은 곳이라고 느낍니다. 체벌의 90% 이상은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결과입니다.

 

5. 그렇다고 버릇없이 키우진 마세요.
: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딱 잘라 얘기하세요. 소리 지르지 않고도 얼마든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답니다.

 

6. 지키지 못할 약속은 절대 하지 마세요.
: 사실이 아닌 말로 그 순간만 모면하려 하면 아이는 부모를 믿지 못하게 됩니다.

 

7.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대신 해주지 마세요.
: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행동입니다.

 

8. 자녀에게 사과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 아이들은 부모를 쉽게 용서해 줍니다.

 

9. 아이가 “엄마 아빠 정말 미워”라고 화낼 때 너무 속상해하거나 같이 화내지 마세요.
: 아이가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게 됩니다.

 

10. 아빠들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의 양보다 질을 더 신경 쓰세요.
: 일주일에 한 번을 놀더라도 진심으로 아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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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오은영 저 | 코리아닷컴(Korea.com)
아이에게 소리지르거나 분노를 폭발시키지 않고도 아이의 문제 행동을 얼마든지 잘 가르칠 수 있다. 이 책은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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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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