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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무조건 피하고 보자

감기인지 독감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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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예방접종을 받으면 유행을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예방접종을 하는 건 내 몸뿐만 아니라 친구와 이웃의 건강을 지키는 일도 되는 겁니다. 그나저나 올해 독감은 정말 유난하네요.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독감은 봄까지 유행합니다.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온 가족이 맞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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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imagetoday

 

감기인지 독감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감기와 독감은 다른 병입니다.”

 

“선생님. 저도 그 정돈 알아요. 그 얘기는 하도 많이 들어 물릴 지경 이랍니다. 그런데요, 우리 젬마는 감기 걸리지 말라고 독감 주사도 맞혔는데 왜 이렇게 감기에 자주 걸릴까요?”

 

“음….(아신다면서요?)”

 

아는 것도 많고 똑똑한 젊은 엄마들도 비슷한 질문을 합니다. 의학에 있어 지식격차가 참 해소하기 어렵다는 생각과 함께 의학용어를 정할 때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독감은 한자로 毒感입니다. ‘독한 감기’란 뜻이죠. 이름이 감기라고 되어 있으니 감기의 일종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습니다. 우리 인간은 언어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거든요. 이름만 비슷하면 괜찮겠는데 사실 증상도 비슷합니다. 열이 나고 목도 아프고 콧물도 나지요. 그럴 때 감기인지 독감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증상의 강도가 다릅니다. 감기는 미열, 콧물, 재채기가 나면서 목이 아픈 증상이 며칠 지속되다가 사라집니다.

 

반면 독감에 걸리면 느닷없이 고열이 치솟고 오한이 나며, 온 몸이 쑤시고, 피로감이 심해 일어나지 못할 정도입니다. 구토를 할 정도로 두통도 심하고, 안구통이 심해 눈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기보다 증상도 오래 갑니다. 심한 증상만 일주일 정도 가고, 피로감은 몇 주씩 지속되기도 합니다. 합병증도 훨씬 심합니다. 감기가 모기에 물린 것이라면 독감은 뱀에 물린 것 정도 됩니다. 모기에 물려도 붓고, 가렵고, 물집도 생기고 때로는 아프기도 하고, 눈물이 날 정도로 괴롭지요. 하지만 뱀에 물렸을 때 붓고 아프고 괴로운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잖아요.

 

 

일단 독감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독감은 바이러스 질환입니다. 항생제를 써도 듣지 않고, 특별히 빨리 낫는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 몸이 스스로 싸워 이겨야 합니다. 그러니 몸을 도와줘야죠. 무엇보다 충분히 쉬어야 합니다. 몸이 아파도 불굴의 의지로 학교에 가는 걸 미덕으로 알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제 이런 생각은 많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직장에 나가는 분들은 눈치가 보인다고 합니다. 물론 어디든 사람이 남아도는 곳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픈 사람이 직장에 나왔다가 다른 사람에게 독감이 옮기면 결국 전체적으로 더 손해입니다. 아플 때는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쉬는 게 답입니다.

 

독감에 걸리면 입맛이 뚝 떨어집니다.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다면 먹으면 좋습니다. 그래야 힘이 나서 바이러스와 싸우지요. 하지만 어린이들이 너무 입맛이 없으면 억지로 먹이지 마세요. 먹고 토하면 안 먹는 것보다 더 손해입니다. 하루 이틀 정도는 안 먹어도 큰일 나지 않습니다. 단, 물은 충분히 마셔야 합니다. 고열이 나고, 먹지도 못하는데 물도 안 마시면 탈수가 될 수 있으니 빨리 병원에 가세요. 탈수는 무서운 병입니다. 열이 많이 나고 온몸이 아프다고 하면 해열제를 주세요. 해열제를 먹지 않아야 더 빨리 낫는다거나, 면역을 키울 수 있다는 말을 믿고 힘들어 하는 아이를 그냥 두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해열제는 보통 타이레놀이나 부루펜을 씁니다.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아스피린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증상이 아주 심하거나, 독감에 걸리면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사람은 항바이러스제를 씁니다. 따라서 2세 미만 어린이나 65세 이상 고령자, 천식, 당뇨, 심장질환, 신장질환, 혈액질환, 면역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 암 생존자 등은 독감이 의심되면 바로 의사를 만나야 합니다. 항바이러스제는 증상이 생긴 후 2일 이내에 써야 하므로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예 안 걸리면 제일 좋잖아요?


당연합니다. 어떤 병이든 처음부터 안 걸리는 게 제일 좋지요. 독감은 뱀에 물린 것과 비슷하다고 했지요? 젊고 건강한 사람은 3~5일이면 낫지만, 노약자나 어린이는 2주 넘게 앓기도 합니다. 이렇게 오래 끌면 체력소모가 심하고 면역 기능이 떨어져 합병증이 잘 생깁니다. 특히 세균성 폐렴이 문제입니다. WHO는 매년 25만-50만 명이 독감으로 사망한다고 추정합니다. 독감 자체 때문이 아니라 합병증, 그 중에서도 주로 폐렴으로 죽습니다. 대부분 노약자와 어린이입니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사망률이 높지만 항생제 내성균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므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독감을 앓는 중에, 또는 앓고 나서 기침이 심해지고 열이 난다면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감기는 특별한 예방법이 없지만 다행히도 독감은 예방접종을 하면 피할 수 있고, 걸리더라도 가볍게 지나갑니다. 따라서 노약자나 어린이는 반드시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한 성인도 독감에 걸리면 매우 고생스럽고 사회생활에도 무리가 가므로 접종을 권장합니다.

 

독감 접종을 해도 별 소용없다며 안 맞으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첫째, 독감과 감기를 구분하지 못해서 나오는 얘깁니다. 독감 접종을 해도 감기는 걸립니다. 하지만 감기는 심각하지 않지요. 둘째, 접종했는데 진짜로 독감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독감은 해마다 유행하는 균주가 다릅니다. 따라서 몇 차례만 맞으면 평생, 또는 장기간 면역이 유지되는 다른 백신과 달리 매년 맞습니다. 봄이 되면 WHO에 많은 과학자들이 모여 겨울에 어떤 독감 균주가 유행할지 열심히 예측 작업을 하지만 미래를 정확히 알 수는 없는 거지요. 때로는 예측이 빗나가 독감 백신의 효과가 신통치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백신은 대부분 효과를 발휘합니다. 어쨌든 뱀이 우글거리는 풀밭에 종아리를 걷고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피할 수 있다면 무조건 피하고 봐야죠.

 

제일 우려되는 건 무슨 주의(主義)에 사로잡혀 백신을 기피하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아이들이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으면 죽잖아요. 건강한 사람은 독감에 걸려도 대부분 며칠 앓으면 되죠. 하지만 특별한 질병이 있는 사람에게 독감은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소아청소년 암의 생존율이 80%에 육박합니다. 학교마다 암 치료를 마치고 복귀한 아이들이 한두 명은 있습니다. 우리 학교엔 없다고요? 아니에요. 그 아이들은 차별받을까봐 치료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아 당뇨를 앓는 아이들도 많고, 천식은 너무나 흔합니다. 독감이 유행하면 이런 친구들과 가족들은 얼마나 마음을 졸이는지 모릅니다.

 

많은 사람이 예방접종을 받으면 유행을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예방접종을 하는 건 내 몸뿐만 아니라 친구와 이웃의 건강을 지키는 일도 되는 겁니다. 그나저나 올해 독감은 정말 유난하네요.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독감은 봄까지 유행합니다.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온 가족이 맞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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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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