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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이 책을] 너, 그렇게 사는 거 좋아! 멋있어!

『곤란한 성숙』, 『쫌 이상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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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쫌' 이상한 사람들을 한 번 이야기해드릴까요? 우선 첫째, 아주 작은 것에도 마음을 씁니다. 혼자라고 느끼는 이가 있으면 곧바로 알아채고, 자기 편이 졌을 때도 상대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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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 안녕하세요~ 감기 걸리기 쉬운 겨울 오후입니다.


지혜 : 곧 봄이 온다지요.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봄에는 아무나 사랑을 한다”는 사실 아세요? (뜬금포)

 

의정 : 에? 책 구절인가요?


지혜 : 제가 대학생 때, 처음으로 쓴 단편 소설 제목입니다. 하하하하. 엄청 유치하죠?


의정 : 헉, 좋네요. 저라면 나오지 않았을 제목입니다 ㅋㅋㅋ. 저였다면 뭔가 더 비관적으로 지었을 것 같은 느낌이...


지혜 : 아쉽게도 제가 지어낸 문장은 아닙니다. 잡지에서 읽은 글귀인데, 좋아서 메모해놓았다가, 소설 제목으로 붙여 봤지요. 제 인생의 첫 소설이자 마지막 소설입니다. 엄청 유치한 러브 스토리입니다.


의정 : 저는 예전에 쓴 글을 읽어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하고는 합니다. 지금 쓰는 글도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읽으면 또 부족한 점이 보이려나요?


지혜 : 아마도요? 어제 쓴 글도 유치해서 몸 둘 바를 모를 때가 있으니까요. 하여, 의정님의 이번 달 추천 책은 무엇인가요?

 

의정 :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성숙해진다는 건 무엇일까 생각하던 참에 『곤란한 성숙』이라는 제목의 책이 나와 선택했습니다. 지혜 님의 책은요?


지혜 : 제 선택은 미겔 탕코의 『쫌 이상한 사람들』! 매우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이에요. 아마, 의정 님도 이 책은 보자마자 반할지도 몰라요~


의정 : 오호! 이상한 사람들이 나오나요?


지혜 : 네, '쫌' 이상한 사람들 이야기인데요. 제 기준에서는 사실 이상하지 않고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곤란한 성숙'은 왜 '곤란한' 성숙인가요? 성숙한 사람들을 보면 저는 되게 부럽던데. 곤란한 성숙도 있나요?


의정 : 네, 저자는 우치다 타츠루라는 일본 사상가인데요, 레비나스의 『곤란한 자유』에서 제목을 빌려왔다고 합니다. 여기서 급 질문, '덜 성숙한 사람'과 '성숙한 사람'을 나눌 수 있는 기준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지혜 : 컥, 급 질문이 아니라 어려운 질문인데요. 음. 저는 질문을 회피하거나 길게 생각하는 걸 싫어하니까. 최대한 빨리 답변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답변이 후회가 될 지 몰라도요. 음.... 음.... 끄응. 끙끙......... 저는 '자유'를 꼽고 싶네요. 자유로운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정 :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질문을 드렸네요. 저는 막연히 책을 읽기 전에는 '남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가 성숙의 기준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저자가 말하는 성숙은 연령이나 성별이나 직업이나 경험과 관계없이, '역할'의 의미라고 합니다. 어리든 경험이 없든 상관없이 '중재하는 역할'을 맡아서 수행하면 성숙한 사람이라는군요.


지혜 : 관계적인 측면의 '성숙'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곤란한 성숙』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아 일본 저자가 아닐까 싶었는데요. 계속 되새김질 하게 되는 제목이네요. 저도 예상되는 질문 하나 드릴게요. 의정님이 생각하는 '쫌 이상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에요? 막 이상한 사람 말고, 쫌 이상한 사람이요!


의정 : 음, 음음, 다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쌍화탕을 먹는 사람? 남들과 다르게 사는데 그게 그렇게 남에게 큰 해악을 안 끼치는 사람 아닐까요?


지혜 : 쿠쿠, 쌍화탕은 무척 좋지만! 그렇다면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쫌' 이상한 사람들을 한 번 이야기해드릴까요? 우선 첫째, 아주 작은 것에도 마음을 씁니다. 혼자라고 느끼는 이가 있으면 곧바로 알아채고, 자기 편이 졌을 때도 상대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요. 가끔은 그저 자기들을 위해 음악을 연주합니다. 즐거우면 그만이라면서요. 어떤가요? 쫌 이상한가요?


의정 : 쫌 이상한데, 쫌 멋있기도 하네요. 저라면 주변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못 그랬을 것 같기도 하고요


지혜 : 의정 님은 눈치 별로 안 보는 편이라고 사료됩니다만, 아니군요. ㅎㅎ


의정 : 아무래도 옳은 일이라고 느끼더라도 모두가 안 하고 있으면 눈치가 보이긴 합니다. 성숙의 역할을 아직 못 하고 있나 봐요.


지혜 : 타인의 눈치를 보는 것도 성숙일 수도 있겠지요.


의정 : 『곤란한 성숙』에는 지혜 님이 흥미로워 할 만한 내용이 하나 나오는데요, 이 책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데 아빠랑 엄마가 의견이 조금 달라도 괜찮다고 하네요.


지혜 : 역시! 타깃 독자를 바로 아시는군요.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의정 : 후후, 적합한 독자 선정과 알맞은 콘텐츠 제공! 저자는 육아의 최종 목적을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의견 속에서 아이 스스로가 '행복이란 이런 건가?' 하면서 훌륭하게 갈등하는 게 낫다고 하네요. 문장을 하나 인용해 보겠습니다.


아빠가 '이 자식, 호적에서 파 버리겠다!'고 아이를 야단치며 몰아세울 때, 엄마는 몰래 부엌에서 '맛있는 것 사 먹으렴' 하며 용돈을 찔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중략) 한마디로 '평범하게 대하면' 됩니다. '뛰어나게 현명한 사람들이 필사적인 노력을 치르지 않으면 잘 해낼 수 없는 일'이 아닙니다. - 『곤란한 성숙』, 282쪽


의정 : 육아 때문에 고민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이 문장에서 깜짝 놀라다가도, 어쩐지 위로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혜 : 저 읽을 책 많은데 이 책도 카트에 담아야 하는 건가요?  ㅠㅠ 훌륭한 갈등! 이라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갈등을 해봐야 성숙하겠죠. 그런데 육아 전문가들은 대개 부모의 일관성을 강조하는데요. 흠~ 저는 남편이 아이를 훈육할 때, 되도록 남편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편이지만요. 가끔은 저런 모습도 필요하겠죠. 아이가 숨 막혀 버릴 지 모르니까요.


의정 : 네, 꼭 저렇게 윽박지르고 과자를 쥐여준다기보다, 육아는 결국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라는 결론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ㅋㅋ

 

지혜 : 역시 곤란한 성숙은 어렵네요. 저는 『쫌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마음에 들었던 게, 판형인데요. A5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공책 크기라고 할까요? 그림책치고 굉장히 작고 가벼워요. 멀리서 보면 노트 같기도 한 디자인이에요. 어린이 독자가 읽어도 좋겠지만요. 선물해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더라고요. 누군가에게 "너, 그렇게 사는 거 좋아! 멋있어"라고 응원해주고 싶을 때, 이 책을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아요. 받는 사람이 정말 기분 좋을 책이라고 자신해요.


의정 : 오, 누군지 몰라도 이 책을 선물 받을 사람이 부럽네요. 그림책이라고 하시니, 그림체는 어떤가요?

 

지혜 : 왠지 모르게 스페인 느낌이 나고요. 장 자끄 상뻬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얼굴 빨개지는 아이』, 이 책 안 좋아하는 사람 없었잖아요. 『꼬마 니꼴라』를 좋아했던 작가라면, 이 그림책을 분명 좋아할 것 같아요.


의정 : 그러고 보니 미겔 탕코는 어떤 사람인가요?


지혜 : 우리나라에서는 첫 작품인지라 많은 정보는 없는데요. 스페인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어린이,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워크샵을 운영하며 일러스트레이션을 가르치고 있다고 해요. 분명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네요. 언젠가 방한을 한다면 제가 꼭 가서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스페인어는 못 하지만요.


의정 : 『곤란한 성숙』의 저자 우치다 타츠루도 저는 잘 몰랐던 분인데, 벌써 한국에 소개된 책이 10권이 넘는다는군요. 곧 '곤란한 결혼'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신다고 하니, 그 책도 기대가 됩니다.


지혜 : 오, 그렇군요! 왠지 독자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을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제가 방금 『곤란한 성숙』 표지를 봤는데요. 바다출판사에서 최근에 나온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 표지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같은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업을 한 것 같은데요.


의정 : 역시 지혜 님, 책을 보는 관점이 남다르시네요. 엄유정 님 일러스트라고 나와 있는데, 같은 분인지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지혜 : 바다출판사는 원래 과학 책을 많이 내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요즘 에세이나 문학 책도 많이 나오더라고요. 책 고르는 눈이 뛰어난 출판사라는 인상입니다.


의정 : 하나 더 인상 깊었던 부분이 '거짓말' 인데요, 또 질문 ㅎㅎ. 사람들은 왜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하게 되었을까요? 이것도 저자의 질문입니다.


지혜 : 앗, 이건 정말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는 즉답을 좋아하니 음... 5초만 기다려주세요. "성숙하지 못해서?"요? 왠지 오답일 거라는 강력한 확신이 드는군요.


의정 : 저자의 말이 항상 맞는 건 아니니까요. 저도 나름 대답을 해보자면... '금방 들통나도 거짓말로 더 큰 이익을 얻으니까?' 같은 걸 생각했는데요, 저자는 사람들의 수명이 점점 짧아져서라고 얘기합니다. 기대수명 100세 시대에 무슨 소리? 하시겠지만, 계약직으로 3년, 국회의원도 길어야 4년인 세상에서 사람들은 어차피 '내 기간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군요. 슬픈 현실입니다.


지혜 : 그럼 과거에 산 사람들은 거짓말을 덜했을까요? 과연 그럴 것 같기도 하네요. 저는 『쫌 이상한 사람들』을 보면서, 쫌 많이 부러운 그림이 있었어요. 바로 춤을 추는 장면. "춤을 추고 싶으면 아무 때고 추는" 커플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더라고요. 또 손을 잡고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등장합니다. 저는 평소 좋아하는 광경이 있는데요. 바로 노부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에요. 팔짱보다 손을 잡는 걸 더 좋아하거든요. 제 오랜 꿈이 남편과 오랫동안 사이 좋게 손을 잡고 다니는 거예요. 쫌 이상한가요? ㅎㅎ


의정 : 아니요. 좀, 아니 많이 멋있습니다-_-b 저도 손잡고 걷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는 걸 좋아해요. 아무래도 지혜 님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그림을 봐야겠어요.


지혜 : 오늘은 우리 둘 다, 낚였군요. 서로의 책에! 흠칫. 그나저나 오늘이 『월간 채널예스』 마감일인 거 아시나요? 얼른 저희가 원고를 넘겨야 디자이너님이 수월히 작업을 하실 텐데요.


의정 : 네, 대화가 끝나고 저는 또 마감의 세계로 풍덩 빠져들어야 합니다. 디자이너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지혜 : (알면 저희가 원고를 빨리 넘겨야 하는데 말이죠.) 이번 『월간 채널예스』 3월호 김서령 작가님의 칼럼 '우주 서재'를 꼭 정독하세요. '마감을 피하는 방법'이 나오거든요. 후후, 재밌습니다.


의정 : 마감을 피하는 방법이라니! 모든 마감러들 필독입니다. 끝으로 인사 대신 유진목 시인의 추천사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기승전영업!


지혜 : 오, 유진목 시인님이 추천사를? 기대기대....!!

 

하루는 내 몫의 무거운 이불을 덮고 누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일을 더 이상은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한참 더 아이로 남고 싶은데, 어른이 되자고 생각했다. 보다 강하고 선한 마음으로 일어나 오늘을 살고 있을 당신에게도 이 책을 건네고 싶다. -『곤란한 성숙』, 325~326쪽

 

지혜 : 아, 저 완벽히 낚였다고 지금 항복을 선언합니다. '더 이상은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강하고 선한 마음'에 볼드체! 그어봅니다.


의정 : 더 좋은 문장도 많아요 여러분 소곤소곤. 책은 예스24!


지혜 : 끝으로, 지금 연애하는 독자 님들! 『쫌 이상한 사람들』을 사서, 짝꿍에게 건네보세요. "우리, 이렇게 살면 어떨까?"라는 작은 메모와 함께요. 분명, 짝꿍이 당신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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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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