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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이라면 알레르기부터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결막염 = 알레르기 행진(allergic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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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와 눈은 스테로이드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스테로이드 연고나 로션은 조심스럽게 발라야 하고, 스테로이드 안약은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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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imagetoday

 

봄이 옵니다. 춥고 긴 겨울이 물러간다는 생각만 해도 힘이 납니다. 하지만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습니다. 봄과 함께 알레르기도 찾아올 테니까요. 알레르기 비염이 심한 어린이들은 이맘때면 벌써 코가 가렵고 재채기가 나며, 콧물이 줄줄 흐릅니다. 알레르기 결막염이 함께 있는 경우도 많지요. 눈물이 나고 눈 주위가 가렵습니다. 보통 가려운 게 아닙니다. 주먹을 꼭 쥐고 안간힘을 쓰면서 참아 보지만 어느새 손이 눈가로 갑니다. 한번 비비면 시원함과 동시에 가려움이 곱빼기가 됩니다. 몇 번 비비면 눈이 빨개지고 심한 아이들은 결막이 부어 조갯살처럼 비어져 나옵니다. 피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비염과 결막염으로 죽지는 않지만 삶의 질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염증이 계속되기 때문에 몸이 처지고 피곤합니다. 코가 막히고 눈이 가려워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습니다. 공부에 집중할 수도 없습니다. 이차 감염이 되어 세균성 결막염이나 축농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알레르기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외래성 물질과 접한 생체가 그 물질에 대하여 정상과는 다른 반응을 나타내는 현상”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은 꽃가루가 날려도 아무렇지 않은데 나는 코가 가렵고 재채기가 난다, 다른 집 아이들은 새우를 맛있게 잘만 먹는데 우리 집 아이는 새우만 먹으면 쌕쌕 거리고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뭐 이런 증상입니다. 알레르기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자연과 멀어진 삶, 항생제, 대기오염 같은 것을 지목하지만 사실 원인은 잘 모릅니다. 우리나라에서 알레르기 비염은 1980년대 초 2.2~5.2%에 불과했지만 1999년 어린이 15.5%, 성인 19.3%로 급증했고, 2012년 조사에서는 7~9세 어린이 중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호소한 아이가 34.0%였습니다.

 

알레르기의 대표적인 병은 아토피,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결막염입니다. 네 가지 병은 사실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체질이 있는 아이가 증상이 피부로 나타나면 아토피, 기관지로 나타나면 천식, 코로 나타나면 비염, 눈으로 나타나면 결막염이 되는 거죠. 한 아이가 유아기에는 아토피, 학교 다니기 전에는 천식, 학교 다니면서는 알레르기성 비염과 결막염 등 이 병들을 차례로 모두 앓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현상을 ‘알레르기 행진(allergic march)’이라고 합니다.

 

순서대로 다루지 않고 비염과 결막염 얘기를 먼저 하는 것은 고3들 때문입니다. 입시 준비로 바쁜데 알레르기에 된통 당하면 두세 달이 금방 가버립니다. 병원을 운영할 때 저는 고3이 되는 친구들에게 2월부터 찾아오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나중에는 아예 집에 전화를 해서 증상이 시작되기 전에 병원에 오도록 했습니다. 미리 가면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느냐고요? 있지요.

 

알레르기의 특효약은 스테로이드입니다. 뭐라꼬, 스테로이드? 그 악명 높은? 이 양반 사람 잡겠네!하는 비난에 벌써부터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물론 스테로이드는 100% 안전한 약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불안해할 것은 없습니다. 의사의 지시대로 정확히 쓰면 됩니다. 약이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칼은 어떤가요? 같은 칼이라도 강도가 들면 생명을 해치는 무기가 되고, 외과의사의 손에 들어가면 사람을 살리는 도구가 됩니다. 칼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는 겁니다. 스테로이드도 남용하면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되지만, 적절하게 잘 사용하면 알레르기를 다스리는 특효약이 됩니다. 적절히 잘 사용한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알레르기에 있어서는 ‘국소요법’을 쓰는 겁니다.

 

스테로이드를 먹거나 주사로 맞으면 전신으로 퍼집니다. 알레르기 비염이라면 코만 문제니까 코로만 가면 좋겠는데 온몸으로 가서 원치 않은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국소요법이 개발되면서 이 문제가 대부분 해결되었습니다. 아토피는 피부가 문제니 연고로 만들어 바르고, 천식은 기관지가 문제니 미세한 가루나 증기로 만들어 들이마시고, 비염은 코가 문제니 스프레이로 만들어 콧속에 뿌리고, 결막염은 눈이 문제니 안약으로 만들어 눈에 떨어뜨리자는 겁니다. 그러면 피부와 기관지와 코와 눈에만 작용하고 다른 곳으로 가지 않으니 부작용이 거의 없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직접 써 보니 다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피부와 눈은 스테로이드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스테로이드 연고나 로션은 조심스럽게 발라야 하고, 스테로이드 안약은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와 숨쉴 때 들이마시는 흡입제는 많은 연구를 통해 매우 안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천식은 흡입제만 써서는 안 되는 경우도 많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가 거의 항상 효과를 봅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일단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지면 여러 가지 방법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합니다. 항히스타민제는 1세대와 2세대가 있는데 가장 큰 차이는 졸음입니다. 1세대는 졸립니다. 따라서 졸리지 않은 2세대 항히스타민제를 먹는 게 좋습니다. 그러면서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를 꾸준히 사용합니다. 입으로 먹는 약은 익숙하지만, 코에 뿌리는 약은 익숙하지 않지요. 뿌리는 방법을 잘 배워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환자에게 약을 받아 다시 진료실로 오라고 해서 제 콧속에 직접 뿌리면서 시범을 보여줬습니다. 그 자리에서 뿌려보게 하고 다음 번 병원에 올 때도 약을 가지고 와서 제 앞에서 뿌려보라고 했지요. 그만큼 교육이 중요합니다.

 

코가 완전히 막히고 콧물이 줄줄 나오면 약을 뿌리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약을 뿌린 후에는 숨을 깊이 들이마셔야 하는데 이것도 불가능합니다. 이때 코를 바로 뚫어주는 약이 있습니다. 바로 ‘비점막 충혈 제거제’입니다. 이 약을 콧속에 뿌리면 대개 10분, 늦어도 30분 이내에는 아무리 심하게 막힌 코도 기적처럼 뚫립니다. 코가 뚫린 후에 스테로이드를 뿌려 주면 됩니다. 효과가 대략 열두 시간 갑니다. 코가 너무 심하게 막혀 잠을 자기 힘든 경우에도 아주 좋지요. 그런데 너무 좋은 약은 항상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이 약도 7-10일 이상 쓰면 오히려 코가 처음보다 더 막힙니다. 따라서 일단 초기에 쓰다가 증상이 좋아지면 스테로이드만 열심히 뿌려서 이 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태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증상이 좋아지지 않더라도 7일 이상은 쓰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코는 그렇다 치고 눈은요? 알레르기 결막염의 문제는 가렵다는 겁니다. 얼마나 심한가 하면 어른도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가렵습니다. 따라서 가려움증을 가라앉히는 게 지상 목표입니다. 이때는 눈에 넣는 항히스타민제를 씁니다. 항히스타민 안약은 비교적 안전합니다. 하루 2~4회 넣도록 되어 있으나 가려움증이 참을 만해질 때까지 되도록 자주 넣어도 됩니다. 그러면서 냉찜질을 합니다. 얼음은 물이 줄줄 흐르니까 작은 음료수병에 물을 넣은 후 얼리거나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눈에 대면 좋습니다. 3-4개를 준비해서 번갈아 쓰세요. 냉찜질을 한두 시간 하면 가려움이 그런대로 참을 만해집니다. 그때부터는 안약을 계속 쓰면서 가려울 때마다 냉찜질을 합니다. 알레르기 비염이 같이 있다면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를 열심히 써야 합니다. 비염이 좋아지면서 주변 조직의 민감성이 떨어져 눈도 함께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치료는 언제까지 해야 할까요? 그건 의사보다 환자와 보호자가 잘 관찰해서 알아내야 합니다. 알레르기 비염이 2월 말에서 3월 초에 시작되어 봄철 내내 계속되는 아이라면 증상이 시작되기 전, 즉 2월 15일 정도에 약을 타서 여름이 올 때까지 계속 뿌립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특히 입시생은 알레르기를 잘 관리하면 귀중한 시간을 아끼고 능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머리를 맑게 해준다는 둥, 시험을 잘 보게 해 준다는 둥 희한한 약에 속지 마시고 자기에게 맞게 기본적인 건강 관리를 잘 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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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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