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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약이 안 들을까 – 알레르기 비염

꾸준히 치료하기가 너무 힘들고 귀찮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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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치료의 좋은 점은 한 번 성공하면 더 이상 치료가 필요 없이 완치가 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인내’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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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imagetoday

 

알레르기 비염의 증상은 콧물, 재채기, 가려움 등이지만 제일 괴로운 것은 코막힘입니다. 잠을 잘 수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콧물, 재채기, 가려움은 먹는 약으로도 꽤 효과를 보지만, 코막힘은 잘 듣지 않습니다. 코막힘에도 좋은 효과를 보이는 거의 유일한 약이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입니다. 그래서 스테로이드를 알레르기 비염의 특효약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이제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없어졌을까요?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알레르기 환자는 여전히 많고, 심지어 계속 늘고 있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약을 처방 받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를 처방 받은 사람도 여전히 알레르기로 고생을 합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이렇게 안 듣는 경우가 많다면 ‘특효약’이라고 할 수 없는 게 아닐까요? 물론 정말로 스테로이드가 안 듣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다음과 같은 원인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겁니다.


1)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는 뿌리면 바로 효과가 나는 약이 아닙니다.

 

보통 3일 정도는 써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최고의 효과를 보려면 꾸준히 1-2주를 매일 뿌려야 합니다. 하루 이틀 쓰다가 효과가 없다고 중단하거나, 뿌리는 걸 잊어버려서, 혹은 귀찮아서 썼다 안 썼다 하면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어린이는 부모가 챙겨주는 것이 좋습니다. 함께 달력에 뿌린 날을 체크하여 5일 연속 뿌리면 조그만 상을 준다든지 하는 방법을 쓰면 증상도 좋아지고 성취감도 느낄 수도 있습니다.

 

2) 열심히 뿌리긴 하는데 방법이 잘못되었습니다.

 

분무제를 뿌릴 때는 비강(콧구멍)이 뚫린 방향과 평행하게 뿌리고, 깊이 들이마셔야 합니다. 그래야 약이 콧속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면서 점막에 고루 달라붙어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런데 비중격, 즉 콧구멍 사이에 있는 벽을 향해 뿌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렇게 뿌리면 분무된 약의 작은 입자들이 모두 코 가운데 벽에 달라붙어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효과가 없을 수 밖에 없지요. 게다가 비중격 쪽에는 혈관이 아주 많습니다. 분무제를 뿌릴 때 압력에 의해 자극을 받는 데다 스테로이드 자체가 혈관 벽을 약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따라서 비중격을 향해 며칠 뿌리면 코피가 날 수 있습니다. 코피 때문에 약을 뿌리다 마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비중격 쪽으로 뿌리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몸은 손을 코 쪽으로 들어올리면 팔과 손이 자연스럽게 안쪽을 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손으로 분무제를 들어보세요. 분무제 끝이 비중격을 향할 겁니다. 비강과 평행하게 뿌리려면 손목을 약간 밖으로 비틀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약을 처방할 때 의사나 약사가 설명을 잘 해줘야 합니다.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약만 주면서 ‘잘 뿌리세요’하면 대부분 치료에 실패합니다. 심지어 약을 뿌릴 때 숨을 들이 마시지 않고 내쉬는 아이도 보았습니다. 설명하고, 시범을 보이고, 확인해야 합니다.

 

3) 열심히 써서 증상이 좋아지면 끊어버립니다.

 

가렵고 코가 막혀서 잠도 못 잘 때는 너무 괴롭습니다. 약도 열심히 챙겨 먹고 분무제도 부지런히 뿌립니다. 하지만 좀 살 만해지면 치료에 소홀해집니다. 인지상정이니 크게 나무랄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치료의 만족도가 뚝 떨어집니다. 심지어 전혀 듣지 않는다고 호소하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재미있는 계산을 하나 해보지요.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는 효과가 나타나는 데 7일,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생기는 데 2~3일이 걸립니다.

 

여기 영수란 아이가 있습니다. 특별히 성실한 아니라 두 달을 하루도 빠짐없이 약을 썼습니다. 처음 7일이 지나자 증상이 완전히 좋아져 53일간 증상 없이 잘 지냈습니다. 60일 뿌려 53일 잘 지냈으니 53 / 60 x 100 = 88.3% 효과를 본 셈입니다. 물론 두 번째 달은 효과가 100%입니다. 같은 반에 병우란 아이도 있습니다. 병우도 7일간 뿌리고 효과가 좋았습니다. 첫 달 15일까지 계속 증상이 없으니 15, 16일 이틀을 뿌리지 않았습니다. 증상이 재발하여 ‘아차!’ 하고 다시 뿌렸으나 좋아지는 데 다시 7일 정도가 걸리므로 24일에야 증상이 좋아집니다. 첫 달을 보면, 영수와 뿌린 날짜는 2일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증상 없이 지낸 날은 15일에 불과합니다. 다음 달에도 비슷한 식이라면 거의 반 정도 밖에 효과를 보지 못하므로 치료 만족도는 50%가 될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증상이 좋지 않은 날이 사이사이에 끼어 만족도는 이보다 훨씬 떨어집니다. 부모가 조금 성급한 성격이라면 전혀 좋아지지 않고 증상을 달고 사는 것처럼 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스테로이드가 효과가 있었다면 절대 끊지 말고 꾸준히 사용해야 합니다. 저는 꾸준히 써서 효과가 없는 환자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치료하기가 너무 힘들고 귀찮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알레르기 치료의 근본은 회피입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피하자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알레르기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이 집먼지 진드기입니다. 집먼지 진드기는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니 집안의 습도를 조절하고 카펫이나 러그를 치운다든지, 매트리스에 집먼지 진드기가 통과하지 못하는 커버를 씌운다든지, 아예 침대를 없애고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잔다든지, 증기 청소로 진드기를 죽이는 등 별별 방법을 동원합니다. 하지만 생활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데다, 효과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황사나 미세먼지를 어찌할 수 없는 것처럼 꽃가루나 잡초 홀씨 등 공기 중에 날리는 원인 물질은 통제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회피요법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 보루는 면역요법입니다. 예를 들어 삼나무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극소량의 삼나무 성분을 몸에 넣어주는 겁니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삼나무 성분을 조금 올려서 넣어줍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조금씩 올려가면서 아이의 몸이 서서히 적응하여 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만드는 치료입니다. ‘몸에 넣어주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주사를 하거나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물약으로 만들어 혀 밑에 넣어주는 겁니다. 주사는 매주 맞다가 나중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빈도가 줄어들지만 역시 주사를 맞는다는 부담이 있지요. 매우 드물게 전신반응이 일어나 위험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설하치료가 더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모든 물질을 설하치료제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많이 쓰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면역치료의 좋은 점은 한 번 성공하면 더 이상 치료가 필요 없이 완치가 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인내’가 필요합니다. 3년간 계속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치료 기간을 2년으로 줄여볼 수는 없는지 연구한 결과 재발율이 너무 높아 반드시 3년을 채우는 것이 좋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알레르기는 골치 아픈 병인 셈입니다. 하지만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를 알레르기가 가장 심한 계절만이라도 꾸준히 쓰면 대부분 큰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병이 낫지 않느냐, 나만 유난히 심하다 등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지 마세요. 한방에 해결해 준다는 비방을 찾아 다니지 마세요.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면서 약간의 부지런함과 정성을 투자하면 대부분의 병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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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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