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4월의 독자] 무용해 보이지만 그래서 가장 유용한 것

〈월간 채널예스〉 4월의 독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성과와 경쟁의 시대, 돈이 최고인 시대에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 문학을 읽는다는 건 어쩌면 쓸모 없어 보일지 몰라요. 그러나 인간으로서 갖는 생명력, 존엄함, 억압의 시대를 거슬러가는 힘은 이런 무용한 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요? 무용해 보이지만 그래서 가장 유용한 거죠.

4월 독자 안정인.jpg

 

 

안정인(35세)
두 아이의 엄마이자 비정규직 지식노동자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대학원에서는 여성학을 공부했죠. 전공 분야인 페미니즘 관련 서적은 다 읽으려고 노력하고요. 사회과학, 소설, 에세이도 즐겨 읽어요. 학교에 다닐 때는 전공 도서를 읽느라 소설은 멀리 했지만, 엄마가 된 후로부터는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을 짬 내서 읽고 있어요.

 

평론가 김현 선생님께서 “문학은 써먹을 데가 없어 무용하기 때문에 유용한 것이다. 모든 유용한 것은 그 유용성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만, 문학은 무용하므로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그 대신 억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고 하셨잖아요. 성과와 경쟁의 시대, 돈이 최고인 시대에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 문학을 읽는다는 건 어쩌면 쓸모 없어 보일지 몰라요. 그러나 인간으로서 갖는 생명력, 존엄함, 억압의 시대를 거슬러가는 힘은 이런 무용한 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요? 무용해 보이지만 그래서 가장 유용한 거죠.

 

어릴 때, 제가 좀 자주 아픈 편이었어요. 몸이 약한 아이가 에너지를 별로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독서였던 것 같아요. 결혼한 후로는 아이 둘을 낳고 기르며 사회에서 소외되었다고 느껴질 때, 책을 꺼내 읽었죠. 조용한 집에서 혼자 책을 읽고 하루 종일 골똘히 생각하다가 짧은 글을 페이스북에 풀어냈을 때, 친구들이 공감을 많이 해줬어요. 제겐 큰 힘이 됐죠. 특히 둘째 아이를 낳고 첫 아이와 관계가 힘들 때, 밤마다 일기를 썼는데요. 내가 살려고 했던 일이었는데 나중에 심리상담책을 보니, 매우 효과적인 치유법 중 하나라고 써있더라고요.

 

책은 주로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해요. 관심이 있는 책은 미리 카트에 담아뒀다가 모아서 구입해요. 물론 가끔 오프라인서점도 가요. 사 들고 오는 재미가 있어서 일부러 한 두 권은 사오곤 하죠. 신뢰 가는 사람의 추천을 받아 책을 구입하기도 해요. 진심을 다해 리뷰를 쓰기도 하고요.

 

근래 가장 인상이 깊었던 책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예요.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전부 알 수는 없다는 겸허함, 내 아이를 둘러싼 사회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어요. 또 최은영 작가님의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 오소희 작가님의 『엄마 내공』도 재밌게 보았어요. 소설가 중에는 김애란 작가님을 가장 좋아하는데, 최은영 작가님의 신작도 기대돼요. 아, 사회과학 쪽에서는 엄기호, 김두식 선생님의 책이 기다려집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수 클리볼드 저/홍한별 역 | 반비
이 책은 몇 문장으로 요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종합적으로, 딜런 클리볼드가 태어나서 사건을 벌이기까지의 17년, 또 사건 발생 후 17년, 총 34년간의 일을 정리하고 있다.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가, 사건을 벌인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이었는가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만, 사건 이후 가해자의 가족들이 어떤 일들을 겪었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겪어왔는지 역시 솔직하고 세밀하게 정리되어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오늘의 책

나의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좋을 단 하나, 사랑

임경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주인공의 일기를 홈쳐보듯 읽는 내내 휘몰아치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자기 자신을 잃어가면서도 그 마음을 멈추지 못하는, 누구나 겪었을 뜨거운 시간을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표현해낸 소설.

매혹적인 서울 근현대 건축물

10년째 전국의 건축물을 답사해온 김예슬 저자가 서울의 집, 학교, 병원, 박물관을 걸으며 도시가 겪은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살펴본다. 이 책은 도시의 풍경이 스마트폰 화면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당신의 시선을 세상으로 향하게 해줄 것이다.

2024 비룡소 문학상 대상

비룡소 문학상이 4년 만의 대상 수상작과 함께 돌아왔다. 새 학교에 새 반, 새 친구들까지!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처음’을 맞이하고 있는 1학년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이 눈부신 작품. 다가오는 봄, 여전히 교실이 낯설고 어색한 친구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전한다.

마음까지 씻고 가는 개욕탕으로 오시개!

『마음버스』 『사자마트』 로 함께 사는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김유X소복이 작가의 신작 그림책. 사람들이 곤히 잠든 밤, 힘들고 지친 개들의 휴식처 개욕탕이 문을 엽니다! 속상한 일, 화난 일, 슬픈 일이 있을 때, 마음까지 깨끗히 씻어 내는 개욕탕으로 오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