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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이 책을] 그래, 문학을 읽고 싶으시다고?

『문학의 기쁨』, 『그래, 사랑이 하고 싶으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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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에 애정이 없는 사람에게 『그래, 사랑이 하고 싶으시다고?』를 추천하고 싶어요. 혹시 모르죠, 어느 순간 모르는 사람에게 호감이 생기듯이 마음에 들어오는 시가 있을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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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 안녕하세요. 벌써 목요일이네요~

 

의정 : 식목일도 지나고 비도 지나고 이제 진짜 정말 봄입니다.


지혜 : 벌써 4월이라니! 시간이 놀랍게 빨라요. 의정 님은 4월에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의정 : 특별한 계획은 없고요, 미세먼지가 없는 틈을 놓치지 않고 자전거를 타볼 생각입니다. 아, 그러고보니 제가 오늘 고른 책도 '봄탄다'는 느낌에 맞겠네요.


지혜 : 오, 봄을 부디 타고 싶습니다만!  책 제목이 뭔가요?

 

의정 : 『그래, 사랑이 하고 싶으시다고?』라는 시선집입니다. 제목이 도발적이죠?


지혜 : 앗, 그 책이요?

 

의정 : ?! 왜...왜 그러시죠?


지혜 : ㅋㅋㅋ 아니. 사랑을 하고 싶으신가 해서요. 그나저나 제 책은 안 궁금하신가요?


의정 : 에이, 물론 궁금하죠~ㅋㅋ 지혜 님 책은 무엇인가요?


지혜 : 『문학의 기쁨』! 정말 상투적인 제목이죠? 제목만 들어서는 '이게 뭐야~' 싶은데, 첫 문장부터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재미 지수 90점 드렸고요! 『그래, 사랑이 하고 싶으시다고?』는 시선집이라고 하셨잖아요. 총 몇 분이 쓰셨나요?


의정 : 여덟 분이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지원을 받은 젊은 시인들이 모여서 냈다고 합니다. 『문학의 기쁨』은 어떤 분들이 쓰셨나요? (안 궁금하냐고 물어보기 전에 선수쳐야겠어요 데헷)


지혜 : 데헷이라니.ㅋㅋ 이거 웬만큼 귀엽지 않으면 쓰지 못하는 단어인데! (참고로 저는 못 씀) 서평가 금정연, 소설가 정지돈이 쓴 책입니다. 문학평론 책인데요. 굉장히 독특합니다. 대화 평론이라고 할까요? 수다 평론이라고 할까요? 한 장 한 장 매우 빠르게 훅훅 읽힙니다. 두 저자님의 치고 빠지는 매력이 아주 대단합니다.


의정 : 대화 평론?! 저희처럼 이야기하는 건가요?! 그런 거라면 저희가 먼저 했는데?! (막 넘겨짚는다)

 

지혜 : ㅋㅋ 저희는 메신저 평론(?)이잖아요. 『문학의 기쁨』을 쓴 두 분은 좀 뭐랄까. 딱 봐도 평범하진 않습니다. 프로필 사진을 보면, 마스크를 쓰고 있어요. 얼핏 듣기론 누군가의 병문안에 갔다가 찍은 사진이라더군요.


의정 : 그러고보니 표지도 독특하네요. 추상화같기도 한 두 사람이 서로를 그리고 있어요.


지혜 : 『그래, 사랑이 하고 싶으시다고?』는 어떻게 나온 제목인가요? 누군가의 시 제목인가요?


의정 : 시에 나온 내용은 아니고, 독자들한테 제목으로 말을 건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 사랑이 하고 싶으시다고? 그럼 이 시들을 읽어보지 않을래?' 뭐 이런 느낌으로요. 먼저 여는 글을 좀 소개할게요.


현대시가 어렵다는 것은 이미 통설이 되어버린 것 같으니, 그런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그럼 연애는 쉬웠냐고, 또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과 한 사람의 고유한 언어를 온전히 읽어내보려는 노력은 당신의 연애와 얼마나 다르냐고.

-『그래, 사랑이 하고 싶으시다고?』, 5쪽


의정 : 이 글을 보고 무릎을 탁 치...진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탁 쳤습니다. 현대시가 어렵다고 하지만 어쨌든 읽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잠시 정적)


지혜 : 제가 방금 소개해주신 여는 글을 서너 번 읽었거든요? 그런데 한 번에 안 읽히네요. 왜 일까, 생각해보니, 이게 메신저 창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역시 책은 종이책으로 읽어야 뇌 속으로 파고들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현대시보다 현대무용을 좋아합니다만, 요즘 책을 꼭 읽어야 하나? 생각도 들어요. 좀 다른 이야기 좀 해도 되지요? 데헷! (ㅠㅠ 역시 안 어울림) 몇 주 전, "커피값 좀 아껴서 책 좀 읽자"는 말을 했다가 몇 몇 분의 원성을 들었는데요. 처음엔 ‘아, 뭐 이렇게까지!’라고 생각했는데, "책이 커피보다 더 나을 건 뭔가" 이런 반성을 했어요. 너무 읽자, 읽자 하면, 더 안 읽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의정 : 뜨끔, 그렇게 말씀하시니 읽자 읽자! 소리치던 저도 부끄러워지네요. 책만이 가지는 유효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만 좋고 나머지는 다 나쁘다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현대시도 읽자 읽자 하는 건 아니지만, 나름 좋은 면이 있다는 점에서....(저는 아무래도 영업귀신이 씌었나 봅니다)


지혜 : 저는 영업 마인드가 너무 없나? 또 반성합니다. ㅎㅎㅎ 네, 물론 책만 좋다는 건 아니지요. 하지만 다독가의 오만을 마주할 때면, 책이 다 뭔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오늘도 전 딴 소리를 많이 하는군요. 여덟 시인의 작품 중 가장 마음에 훅 들어왔던 시를 소개해주시겠어요?


의정 : 꼭 하나만 집기 어렵지만, 이병철 시인의 「오늘의 냄새」를 꼽겠습니다. 제목만 알려드릴게요.


지혜 : 제목만 알려주신다니...ㅠㅜ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드는데, 아… 너무 하시는군요.


의정 : 후후후, 이렇게 원성을 듣다가 수명이 늘어나지 않을까요? 대신 다른 이야기를 좀 들려드릴게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 책의 시인들은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지원을 받은 시인들인데요, 기존에는 선정이 되더라도 중간 평가를 해서 몇 명을 탈락시켰다고 해요. 하지만 올해부터는 중간평가를 없애고 모두 지원을 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예술 지원에도 경쟁이라니, 너무하다 싶었다가 바뀌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해놓고 보니 정말 다른 이야기네요 ㅋㅋㅋ


지혜 : ㅋㅋ 다른 이야기는 좋습니다만, 자꾸 미련이 생깁니다. 「오늘의 냄새」는 과연 어떤 시인가! 오늘 기필코 책을 찾아서 이 시를 읽고 말겠어요. 그런데 『문학의 기쁨』은 혹시 보셨나요? 13쪽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나는 문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이 문장부터 저는 참 좋았습니다. 책에서도 문학을 가장 높게 떠받들지 않습니까? 저는 과연 그런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또 이 책을 읽으면서 홍상수 영화도 생각났어요. 두 사람의 대화평론을  짧은 단편영화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왜 이 책’을 읽고 있는 영화감독님들! 주목하세요. 배우로는 유준상, 유지태 씨 추천해봅니다.


의정 : 저도 잠깐 읽어봤는데, 김연수 소설가 책 제목을 패러디한 소제목에서 잠깐 피식, 하고 웃었더랬죠. '새로운 문학이라니, 지돈아'. 그래서 『문학의 기쁨』에 문학의 기쁨이 무엇인지 나오나요? 궁금합니다.


지혜 : 글쎄요. 그걸 딱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을 읽고 제가 생각한 '문학의 기쁨'은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학의 기쁨이라니, 의정아!


의정 : 아아.... 학교 다닐 때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이름의 인문대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중간고사 문제가 무려 '문학이란 무엇인가?' 였죠. 지금도 기억이 나네요.


지혜 : ~이란, 무엇인가. 이런 책은 좀 안 나왔으면 합니다. 『문학의 기쁨』85쪽을 보면 정지돈 작가가 금정연 서평가에게 편지를 쓰며 이렇게 말합니다. "기분이 안 좋습니다.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인데 말하지 않겠습니다. ~~" 그러고서 말을 많이 해요. ㅎㅎ <왜 너는 이 책을?>의 백미는 책의 핵심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냥 이런 책이 있다더라. 너도 한 번 봐볼래? 하고 어떤 책의 분위기를 알려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훅 한 번 던지는 거, 아주 가벼운 잽이라는 생각이죠. 그나저나 『그래, 사랑이 하고 싶으시다고?』이 책이 5천 원 이라면서요? 인터넷서점에서는 4500원. 충격.


의정 : 헛 네,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이렇게 도와주시다니, 감사합니다. ㅋㅋㅋ 여러분, 4,500원입니다. 짜장면보다 싸죠. 그럼 이번엔 제가 잽을 대신. 『문학의 기쁨』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슬라보예 지젝은 중국집에서 라조기나 양장피 같은 요리를 나누어 먹기를 거부하는 대표적인 철학자다. 
- 『문학의 기쁨』, 5쪽


의정 : 도대체 지젝은 무슨 철학을 말하길래....


지혜 : ㅋㅋㅋㅋ 저는 지난 번 CS의 여파인지. 이 순간 어떤 독자 분께서 "아, 밥 먹고 살 돈도 없어. 짜장면 먹을 돈도 없는데 시집을 사라고?" 이럴 까봐 몹시 두려운 마음이 드는데요. 혹 위 같은 댓글이 달리면, 의정 님은 어떤 대댓글을 달아주시겠어요?


의정 : 아, 어렵네요. 최근 도서관에서 커피 때문에 박탈감 느껴진다는 쪽지를 붙였다는 소식도 생각나고요.


지혜 : 그럼 대댓글은 패스하시는 건가요?


의정 : 으음.... 저는! 저는...! 모르겠어요. ㅠㅜ 독자님들, 그런 댓글은 제발 달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상상만으로 그치는 대댓글이라면, 배수연 시인의 「유나의 맛」을 소개시켜드리고 싶습니다. 저렇게 화내시는 독자 분한테 다시 시를 들이밀다니, 상상만으로도 더 화내실 것 같네요.


지혜 : 저부터 몹시 화가 나는군요. 「오늘의 냄새」도 안 알려주고, 「유나의 맛」도 제목만 알려주시고. ㅠㅠ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독자 분들이 "그래서 『문학의 기쁨』은 어떤 책이냐고? 문학의 기쁨을 알려줘?"라고 물어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 오늘은 진정 멍 때리는 날인가 봅니다. 저도 정지돈 작가의 말을 패러디 해 봅니다. "기분이 안 좋습니다.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인데 말하지 않겠습니다."


의정 : ㅋㅋㅋㅋㅋ 제가 지혜 님의 기분에 또 나쁨을 끼얹은 건 아닐까 모르겠어요. 문학의 기쁨은 독자분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걸로 할까요? 저희는 오늘 멍 때리는 걸로 하고요.

 

지혜 : 그래도 저는 「오늘의 냄새」라는 시를 건졌습니다. 역시 제목만 알려주니까 이렇게 효과가 있군요. 계속 계속 생각납니다. 요즘 제가 쓰지도 않을 책 제목 짓기 놀이를 하고 있는데요. 「오늘의 냄새」 정말 좋네요. 노래 제목으로도 영화 제목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문학의 기쁨>이라는 영화가 나온다면, 망할 것 같고요.


의정 : 영화감독님들 보고 계십니까, 그렇다고 합니다. 「오늘의 냄새」가 영화로 나온다면 어쩐지 요리 영화일 것 같네요. 잘생긴 배우님이 앞치마 착 두르고 프라이팬에 달달함을 달달달 볶는 거죠.


지혜 : 오, 저는 백수가 자취방에서 찌그러진 냄비를 들고 킁킁 거리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아… 제가 요즘 이렇습니다. 그나저나 『문학의 기쁨』은 문창과 교수들이 의무적으로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몇 문장 읽고 "얘네 뭐래?"하면서 휙 던져버린다면, 그 순간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인기 0점인 교수일 겁니다. 어라 얘네 무슨 얘기래? 이러는 순간, 정말 깨어있는 교수인 거죠! 문예창작학과 학생들을 비롯, 한국 문학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어요. 장강명 작가님이 요즘 <릿터>에 '문학상' 관련 연재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장강명 작가의 『문학의 기쁨』 리뷰도 궁금하군요.


의정 : 저는 한국 시에 애정이 없는 사람에게 『그래, 사랑이 하고 싶으시다고?』를 추천하고 싶어요. 혹시 모르죠, 어느 순간 모르는 사람에게 호감이 생기듯이 마음에 들어오는 시가 있을지도요.


지혜 : 나이대를 콕 집는다면, 아무래도 젊은 독자들이 좋아할까요?


의정 : 네, 아무래도 젊은 독자층이. 봄이니까, 연애도 많이 하시고 시도 땡기시면 가끔 읽으시고 그러시기를요. 집안일은 쪼끔만 하시고.


지혜 : 선물용으로 좋을 것 같아요. 오늘의 두 책은요!


의정 : 슬슬 인사해야 할 시간이네요.  독자 분들, 2주 후에 만나요~


지혜 : 봄에는 누구나 사랑을 한대요! 사랑하는 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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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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