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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딱 벗은 『은혼』

언제쯤 되면 그리기 쉬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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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치는 『은혼』이 최종장에 들어갔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라치의 마음처럼 『은혼』이 마무리되는 게 가능할까. 팬들이 간곡히 막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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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망가’라고 명명된 일본 만화 중에는 ‘레전드’라는 별명이 붙는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국내에서 단연 자주 거론되는 것은 『나루토』『원피스』, 『블리치』다. 이런 대단한 ‘망가’들의 이야기는 위키피디아만 조금 뒤져도 다 알 수 있을 정도이니, 오늘은 이 만화들보다 국내 인지도는 비교적 낮지만 역시 레전드에 속하는 10년 넘은 주간 점프 장기연재 시리즈 『은혼』을 소개해볼까 한다.

 

작가 소라치 히데아키는 처음 『은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랜 기간 『점프』에서 매주 연재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소라치는 1권 말미에 어떻게 이 만화를 시작하게 되었는가를 적나라하게 밝힌다. 작가의 문장이 재미있기에 그대로 실어본다.

 

“(전략) 일은 담당인 몬치치 오니시의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내년에 대하드라마에서 신선조 다루는 거 알지? 거기에 편승해.” 당시 연재용 만화를 구상하고 있던 나는 본 적도 없는 해리포터를 껍데기만 살짝 빌려 일본풍으로 다듬은 요마퇴치학원물로 한 건 터뜨릴 예정이었다(터질까?). 게다가 시대극은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시대극은 대사가 제한돼서 싫어요. 그리고 속이 뻔한 짓을 어떻게 합니까, 몬치치!”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내가 왜 몬치치야?! 넌 현대물을 그려도 재미없어. 그리고 넌 해리에 편승하려고 했잖아!” “해리는 괜찮아! 외국인이니까.” 하더니 결국 “시대설정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판타지다! 판타지 시대극이다!! 신선조와 괴물과 칼싸움 얘기면 돼!!”라며 윽박지르는 것이 아닌가.” - 『은혼』 1권 권말 페이지 ‘홀딱 벗은 은혼’ 중에서

 

이렇듯 『은혼』은 어디까지나 즉흥적인 산물인 탓에 세계관이 상당히 복잡하다. 우주인이 일본에 와서 일으킨 양이전쟁 이후 지구는 전근대와 미래가 공존하는 세계로 변한다. 어찌 보자면 지금의 일본과 전혀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신주쿠하고도 가부키초 1번지, 한 허름한 스낵바 ‘오토세’ 2층에 사카타 긴토키는 해결사 사무실을 차린다. 이후, 양이지사를 비롯해 막부 관련 인물들, 신선조, 우주해적이 차례차례 사카타를 찾아오며 저작권 문제와 노출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대소동을 벌인다.

 

2004년 시작될 당시만 하더라도 소라치를 비롯해 독자, 담당자 그 누구도 이 작품이 10년 넘게 지속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실제로 햇수가 넘어 3년, 5년이 지날 때마다 소라치는 여러 번 엄살을 부려왔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언제쯤 되면 그리기 쉬워지나.” 소라치의 염려와 달리 나날이 치솟는 인기는 영화로 뻗어나가고 있다. 국내 개봉이 확정된 실사판 영화 <은혼>의 주연은 무려 오구리 슌으로, 소라치는 시리즈 27권 236화 ‘생일파티에서는 평소의 그 녀석이 다른 녀석으로 보인다’ 편에 ‘오구리 슌스케’로 그를 출연시킨 바 있다. (『은혼』 65권 작가의 말 페이지에 실사판 영화와 관련된 사연이 상세히 실려 있다.) 평소 같으면 만화 원작 실사판 영화가 나온다고 하면 의구심부터 일겠지만 이번에는 기대가 크다. 감독이 바로 그 후쿠다 유이치다. 후쿠다 유이치는 일본통 사이에서는 <변태 가면> 시리즈나 <용사 요시히코> 시리즈 <어린이 경찰> 시리즈 등으로 이미 단단한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소라치는 『은혼』이 최종장에 들어갔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라치의 마음처럼 『은혼』이 마무리되는 게 가능할까. 팬들이 간곡히 막을 것 같다. 나 역시 그 중 한 명인 고로 사심을 듬뿍 담아 칼럼을 마무리해 본다. “소라치 상, 5월 25일 생일 축하해요. 최종장 같은 소리 말고 천 년 만 년 『은혼』연재해 주세요.” 이 칼럼 보시는 분들 중 혹시 일본어 잘 하시는 분 계시면 이런 팬 여기 한 명 있다고 소라치에게 알려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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