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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에서 찾아온 묵직한 소설

홍콩을 무대로 한 여섯 건의 사건과 하나의 숫자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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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건의 사건과 한 인물의 죽음을 통해 작가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홍콩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지닌 슬픔이다. 1967년에서 2013년까지 정치, 사회적으로 격변을 겪어온 홍콩과 그 속에서 경찰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 작품을 무척 흥미롭게 만든다.

오프닝

 

어느 날 문득, 창가 책상에 놓인 그것들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아, 참 아름답다’ 느낀 적이 있습니다.

 

가로와 세로의 이상적인 비율.
저 단호한 직각의 고요와 단정함.
사려 깊은 함구와 믿음직스런 과묵함.
그리나 일단 입을 열면 그 누구보다 재밌다는 걸 알고 있죠.

 

그중 하나를 집 어들어 봅니다.
손 안에 들어와 맞춤하게 잡히는 느낌이나
솜처럼 가볍지도, 돌처럼 무겁지도 않은 존재감도 적당합니다.

 

그것을 넘길 때, 내 검지 손가락 끝은
얇은 단면을 쓰다듬으며 내려와, 단 한 장을 가려쥡니다.
배운 적 없는 그 동작을 손은 어떻게 그렇게 잘 하는 걸까요.
어느 밤에는, 나의 지문과 종이의 살결이 마찰할 때의 그 느낌,
그 소리까지도 좋아집니다. 
그런 순간에는 깨닫게 되죠. 아, 내가 정말 사랑하게 됐구나! 
 
글자들은 줄지어 기어가는 개미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작고 검은 몸들이 꼬물거리며 이렇게 나에게 오고 있는 거라고요.
그러니 좋아하지 않고 배길 수 있나요.
그래서 커트 보니것도 이렇게 썼나 봅니다.
“책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책은 느낌이 아주 좋으니까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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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에서 찾아온 묵직한 소설.
찬호께이의 미스테리 소설 13.67』은 분명 그런 소설일 것입니다.
홍콩 작가 찬호께이의 이 소설은 1967년과 2013년 사이에 벌어진 여섯 건의 범죄 사건이 이어져 이야기를 완성해 나갑니다. 그 속에서 홍콩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묵직한 메세지까지 즐길 수 있는 이 작품을 함께 합니다.


『13.67』
홍콩을 무대로 한 여섯 건의 사건과 하나의 숫자 조합

 

1) 책 소개
홍콩 작가 찬호께이 장편소설. 2015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대상 수상작이다. 뛰어난 추리 능력을 갖춘 홍콩 경찰총부의 전설적 인물 관전둬, 오랜 파트너인 뤄샤오밍과 함께 복잡하고 의문점이 많은 사건을 해결해왔다. 첫 단편 '흑과 백 사이의 진실'은 관전둬가 경찰총부에서 퇴직한 뒤 오랜 시간이 흘러 암 말기 환자로 혼수상태에 빠진 시점에서 시작한다. 뤄샤오밍은 특수한 기계장치를 통해 관전둬와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사건의 진상을 찾아간다.

 

책 제목인 '13.67'은 2013년과 1967년을 가리키는데, 1967년부터 2013년까지 벌어진 여섯 건의 범죄사건이 각 단편의 주된 이야기다. 특이하게도 가장 최근인 2013년의 사건에서 시작해 1967년의 사건까지 시간의 역순으로 전개된다.

 

여섯 건의 사건과 한 인물의 죽음을 통해 작가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홍콩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지닌 슬픔이다. 1967년에서 2013년까지 정치, 사회적으로 격변을 겪어온 홍콩과 그 속에서 경찰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 작품을 무척 흥미롭게 만든다.

 

2) 저자 : 찬호께이
1970년대 홍콩에서 태어났다. 홍콩 중문대학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 뒤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타이완추리작가협회의 작품공모전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16년 현재 타이완추리작가협회의 해외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 추리동화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으로 제6회 타이완추리작가협회 공모전 결선에 오르며 타이완 추리소설계에 등장했고, 다음 해인 2009년 추리동화 후속작 『푸른 수염의 밀실』이 제7회 공모전에서 1등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장편 추리소설 『합리적인 추론』, 단편 SF소설 〈시간이 곧 금〉 등으로 타이완의 대중문학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2011년 기억나지 않음, 형사로 제2회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을 수상, 일본 추리소설의 신으로 불리는 시마다 소지로부터 “무한대의 재능”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2015년에는 장편 추리소설 13.67』로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 밖의 작품으로 『어둠의 밀사』(공저), 『운 좋은 사람』 『풍선인간』 『마법의 수사선』 등이 있다.

 

◆ 223-224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모던 팝 스토리』


영국 밴드 '에티엔'의 멤버이자 음악평론가인 밥 스탠리.
그는 '모던 팝'의 정의로 로큰롤 이후 젊은 세대를 울린 모든 팝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의 책 『모던 팝 스토리』는 1950 ~ 2000년까지의 시간 속에서 펼쳐진 팝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책, 임자를 만나다'이번 시간에서는 『모던 팝 스토리』와 함께 음악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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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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