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과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게 뭔가요?

『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 편집 후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편집하면서 익힌 여러 가지 과학적 사고법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선 ‘무엇이 과학’이고 ‘무엇이 과학이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는 힘이었기 때문이다. (2017.09.21)

책사진1.JPG

 

바람은 왜 불까? 어떻게 불까?


세상에 신이 있고 신들이 자연의 의인화였던 시대에 바람은,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날숨이었다. 폭풍이 불면 아이올로스가 화가 난 것으로, 순풍이 불면 아이올로스가 도와주려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었다.

 

나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여전히 이런 비유에 재미있어하지만, 실제로 바람이 아이올로스의 기분 따라 불어댄다면, 우리 모두 비행기를 타기 전날 밤마다 기도를 올려야 할 것이다. “부디 내일 아이올로스님의 기분이 좋기를!”

 

다행히 지금 바람은 ‘과학의 영역’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바람이 부는 진짜 이유를 안다. 바람은 공기의 움직임이다. 압력 차이가 온도와 관련이 있어 공기 분자들은 계속 움직이는데, 그때마다 바람이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과학적인 답변은 ‘아이올로스가 화났다’에 비하면 길다. 어렵게 얻은 지식의 여러 조각을 함께 맞추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과학과 기술 덕분에 우리 삶이 얼마나 편리해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아이올로스 시대의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지구가 약 6,0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창조과학의 근거는 성경이다. 지구온난화가 음모론이라는 미국 상원의원 제임스 인호프의 주장 역시 성경에서 나온다. “땅이 있는 한, 뿌리는 때와 거두는 때,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밤과 낮이 쉬지 않고 오리라.”(창세기 8장 22절) 한낱 인간이 어찌 하나님이 설계한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있겠는가? 이런 근거로 인호프는 환경 예산을 크게 삭감하려 했다.

 

“과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게 뭔가요?”

 

『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을 준비하면서 수 차례 받은 질문이다. 글쎄. “비판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답하면, 말하는 나도, 질문한 그도 찝찝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찝찝할 것이다.) 그래서 아이올로스 이야기를 꺼냈다. 편집하면서 익힌 여러 가지 과학적 사고법 중 가장 기억에 남고 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선 ‘무엇이 과학’이고 ‘무엇이 과학이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는 힘이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최지은(길벗 편집자)

길벗에서 인문교양 책을 만듭니다.

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

<데이비드 헬펀드> 저/<노태복> 역16,200원(10% + 1%)

비판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과학적 사고의 힘 컬럼비아대학교 필수교양수업 400년 동안 축적된 과학지식은 지구 구석구석에 발자국을 뚜렷하게 남기고 있지만, 여전히 과학이 무엇인지, 과학적 사고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퍼져있지 못한 듯하다. 한 예로, 지구가 약 6천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창조과학은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의 대표작

짐 자무시의 영화 〈패터슨〉이 오마주한 시집.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국내 첫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 20세기 현대문학에 큰 획을 그은 비트 세대 문학 선구자,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번역되었다. 도시 패터슨의 역사를 토대로 한, 폭포를 닮은 대서사시.

본격적인 투자 필독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경제/재테크 최상위 채널의 투자 자료를 책으로 엮었다. 5명의 치과 전문의로 구성된 트레이딩 팀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최신 기술적 분석 자료까지 폭넓게 다룬다. 차트를 모르는 초보부터 중상급 투자자 모두 만족할 기술적 분석의 바이블을 만나보자.

타인과 만나는 황홀한 순간

『보보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신간.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심장으로 세계와 인간을 꿰뚫어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번에 시선을 모은 주제는 '관계'다.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만나는 순간을 황홀하게 그려냈다. 고립의 시대가 잃어버린 미덕을 되찾아줄 역작.

시는 왜 자꾸 태어나는가

등단 20주년을 맞이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시집. 돌멩이, 새 등 작은 존재를 오래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으로 가득하다. 시인의 불협화음에 맞춰 시를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자. 죽음과 생,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린 또 하나의 시가 탄생하고 있을 테니.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