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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특집] 애묘인을 위한 책방 ‘슈뢰딩거’

<월간 채널예스> 10월호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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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들은 다 안다는 그곳, 냥덕이라면 한 번쯤 들러야 할 공간! 소문난 고양이 책방 ‘슈뢰딩거’를 찾아 나섰다. (2017.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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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의 뒤편, 주택가로 이어지는 골목길에 접어들면 고양이 책방 슈뢰딩거를 만날 수 있다. 2016년 6월 숭인동에서 처음 문을 연 슈뢰딩거는 올해 4월에 지금의 동숭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의 책장을 차지하기 위한 조건은 단 하나, 고양이와 관련된 책이어야 한다. 에세이, 사진집, 동화, 실용서에 이르기까지 장르는 다양하다. 웬만한 신간은 전부 입고되는 데다 프랑스, 체코,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레어템 도서까지 만나볼 수 있다. 오픈 초기에 200종 정도였던 규모는 현재 500여 종으로 늘어났다.

 

“책과 고양이를 좋아해서 둘을 합치니 ‘고양이 책’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당장 책을 만들 수는 없고, 도서관은 지속 불가능할 것 같았어요. 책방이라면 최소한 월세는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열게 됐죠.”

 

김미정 대표는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가 슈뢰딩거의 책방지기가 됐다. 고양이 조르바의 영향이 컸다.

 

“조르바를 입양해 키우면서 실수가 많았어요. ‘조금 더 공부하고 잘 대해줄 걸’ 하는 후회가 남아 있죠. 책방을 열어서 고양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처럼 실수하지 않고 고양이와 관계 맺을 수 있다면, 그게 제 보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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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슈뢰딩거가 길고양이의 삶과 동물권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장이 되는 것이다. 책방 한켠에 관련 서가를 따로 마련해 둔 것은 그 때문이다.

 

조르바와 함께 미오, 다윈의 집사이기도 한 김미정 대표는 독특한 운영 원칙을 가지고 있다. ‘책방이 망하면 내가 가져도 되겠다’ 싶은 책 위주로 취급하는 것. 덕분에 슈뢰딩거는 애묘인들이 헤어 나올 수 없는 공간이 됐다. 눈길 닿는 곳마다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책들뿐이니, 발길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

 

『또 고양이』, 『고양이의 기분을 이해하는 법』은 가장 꾸준하게 판매되는 책이다. 고양이의 사계절이 담겨 있는 『또 고양이』는 일러스트 모음집이자 힐링 에세이로 대만의 일러스트레이터 미스캣의 작품이다. 『고양이의 기분을 이해하는 법』은 집사들의 참고서로 손꼽히는 책. 일본의 고양이 전문 의사인 핫토리 유키가 고양이의 언어와 마음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추천하고 싶은 또 다른 책은 『캣 센스』예요. 고양이를 너무 의인화하거나 감정 이입해서 바라보는 책들과 달리, 약간 연구서에 가까운 책이에요. 다른 종으로서 고양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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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판계의 핫 키워드는 고양이다.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관련 도서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160% 증가했을 정도다.

 

“확실히 고양이 관련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는 걸 느껴요. 단행본, 연속간행물은 물론이고 고양이를 소재로 한 개인 창작품, 영화도 많아지고 있고요. 고양이 소품샵이나 다른 고양이 책방도 몇 군데 생겼어요.”

 

슈뢰딩거는 단순한 ‘고양이 책방’을 넘어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플랫폼’을 지향한다. 일본어 원서 읽기, 사진, 자수, 글쓰기 강좌 등 애묘인을 위한 다양한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그 중에서도 그림, 글쓰기, 어학 강좌가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다. 원데이 클래스로 진행됐던 자수 강좌는 반응이 좋아 정규 수업이 개설될 예정이다.

 

간혹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슈뢰딩거를 찾아온다. 일반 서점으로 알고 들어왔다가 ‘무슨 서점에 영어사전도 하나 없고 다 고양이 책뿐이냐’며 돌아서기도 하고, 카페인 줄 알고 찾아왔다가 ‘나는 고양이 싫어’를 연발하다 떠나기도 한다. 듣는 냥덕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아플 법 하지만, 김미정 대표는 손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애쓴다. 슈뢰딩거를 계기로 고양이의 매력을 발견하고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까닭이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슈뢰딩거는 냥냥, 말을 걸어오는 고양이들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다. 애묘인이라면 새어 나오는 행복한 비명을 참을 수 없을 터. 아직 고양이의 매력에 눈뜨지 못한 사람이라면 냥덕에 입문하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

 

“애묘인을 위한 서점, 카페, 잡화점, 작가들의 작업실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유기묘들이 넓은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 놀다 입양 갈 수 있는 곳이면 좋겠고요.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수익구조를 다양화하고 애묘인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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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대표가 추천하는 ‘고양이 책’

 

『둘이면서 하나인』 (고경원 저, 안나푸르나)

 

길고양이들의 삶을 보면 불쌍하고 마음이 아플 때가 많잖아요. 이 책은 길고양이를 불쌍한 존재로만 보지 않고, 희로애락을 다 담고 있어요. 아재냥과 아깽이, 엄마냥과 새끼냥, 고양이 자매, 사람과 고양이 등 커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이고요. 길고양이 삶의 희로애락과 함께 유대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안녕, 초지로』 (고이즈미 사요 저/권남희 역, 콤마)

 

펫로스(Pet Loss,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책인데요. 고양이 책방을 열 때부터 펫로스에 관한 책은 꼭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양이를 반려하는 사람은 언젠가 마주칠 일이잖아요. 자식 잃은 슬픔이랑 마찬가지인데, 사회에서는 그깟 개 고양이 죽은 것 가지고 유난 떤다고 말하기도 하죠. 위로 받지 못하니까 계속 상처로 남아 트라우마가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슈뢰딩거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기획을 했었어요. 임상심리 전문가를 섭외해서 한 차례 진행을 했고, 관심 가져주신 분들이 많아서 또 한 번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어요.

 

『우리 집에 온 길고양이 카니』 (문영미 글/이광익 그림, 한겨레아이들)


아이들도 같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길고양이를 들이고 적응해 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서 고양이에 대한 정보도 있고요. 너무 딱딱하지 않게 쓰여진 책이라 아이와 어른이 같이 읽기에도 좋아요.


 

 

 

위치 서울시 종로구 낙산길 19  문의 070-5123-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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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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