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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과 장염은 뭐가 다를까?

겨울은 감기의 계절일 뿐 아니라 장염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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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염은 겨울철에 더 많습니다. 장염 바이러스가 낮은 온도에서 더 오래 생존하고 더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겨울철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실내에서 지내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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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와 설사가 겹치면 제일 무서운 건 탈수

 

지난 번 글에서 토하고 설사하고 배 아픈 병을 장염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병이 또 있습니다 바로 식중독입니다. 이 두 가지 개념은 때때로 의사들도 헛갈립니다. 의사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용어 자체가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의사들도 헛갈리는 걸 꼭 알 필요는 없겠지만 ‘알쓸신잡’ 차원에서 슬쩍 짚고 넘어가봅시다.

 

식중독은 ‘음식에 중독되었다’는 뜻이니 말 그대로 상한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걸 가리킵니다. ‘음식이 상했다’는 말은 대개 세균이 번식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식중독은 세균성입니다. 음식은 겨울보다 여름에 잘 상하지요? 그래서 식중독은 여름철에 많습니다. 학교 급식이나 잔치 음식 등을 통해 집단발병하는 일도 많지요. 대개 음식을 먹고 몇 시간 내에 증상이 시작되며 구토, 설사, 발열 등은 장염과 비슷하지만 복통이 훨씬 심한 수가 많습니다.

 

장염은 병원균이 장에 침입하여 융모를 손상시키는 병이라고 했지요? 이때 병원균은 대개 세균이 아니라 바이러스입니다. 구토나 설사를 할 때 바이러스가 쏟아져 나옵니다. 토사물이나 대변이 묻었던 자리, 사람의 손이나 의복, 침구 표면에 바이러스가 바글바글합니다. 이걸 깨끗하게 치우지 않거나 손을 잘 씻지 않으면 남아 있던 바이러스가 여기저기 퍼져나갑니다. 장염은 겨울철에 더 많습니다. 장염 바이러스가 낮은 온도에서 더 오래 생존하고 더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겨울철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실내에서 지내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식중독과 장염이 헛갈리는 이유는 두 가지 사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증상(복통, 구토, 설사, 발열)이 같습니다. 증상으로는 구분할 수 없습니다. 식중독은 세균, 장염은 바이러스라고 했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식중독은 상한 음식, 장염은 오염된 표면이나 손을 통해 전파된다지만, 오염된 음식을 통해 바이러스성 장염이 집단발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 그런 골치 아픈 구분일랑 의사에게 맡기고, 지난 시간에 배운 것만 알아두세요. 구토와 설사가 겹치면 제일 무서운 건 탈수입니다. 식중독이든 장염이든 탈수를 막고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면 대부분 저절로 좋아집니다. 많이 아프거나, 구토/설사가 아주 심하거나, 고열이 나거나, 자꾸 처진다면 빨리 의사를 찾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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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씻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장염은 겨울철에 더 많다고 했지요? 겨울이 다가오니 장염에 관해 좀 더 알아봅시다. 현재 장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노로바이러스(norovirus)입니다. 이 녀석은 전염력이 아주 강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일단 생존력이 대단합니다. 영하 20℃에서도 살아남고 표면에 묻으면 수일에서 수주까지 생존하여 사람을 감염시킵니다. 60℃로 30분을 끓여도 죽지 않는다니 찜통에서 살짝 찌는 정도로는 잘 안 죽습니다.

 

찌는 방식으로 조리하는 게 뭐가 있나요? 예, 해산물이지요. 그래서 해산물 요리를 통해 발병하는 일이 많습니다. 환자의 대변으로 보통 수십억 마리가 쏟아져 나오는데, 그 중 수십 마리만 섭취해도 장염에 걸릴 수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집, 학교 등에서 한 명만 걸려도 쉽게 전염되어 집단발병이 일어납니다. 음식을 통해 집단발병하는 병이라면 정의상 식중독이지요? 그래서 노로바이러스 장염이라고도 하고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이라고도 하는 겁니다.

 

노로바이러스에 걸리면 장염에서 회복되어도 최대 2주간 대변으로 바이러스가 나옵니다. 따라서 환자는 회복된 후에도 2-3일간은 음식을 장만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린이가 걸린 경우,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역시 회복 후 3일까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내서는 안 됩니다. 노로바이러스는 아직 백신이 없지요. 따라서 철저한 위생을 통해 예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상식처럼 정착되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만, 손 씻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화장실에서 나올 때, 기저귀를 갈아줄 때, 식사나 음식을 만들기 전에, 환자를 돌보고 나서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합니다. 환자가 구토하거나 설사를 하면 즉시 치우고, 배설물이 묻은 곳을 완전히 닦아 내야 합니다. 노로는 일부 소독약에도 죽지 않으므로 락스를 써서 닦는 것이 좋습니다(1L에 10cc는 써야 합니다). 또한 배설물이 묻은 옷이나 침구는 즉시 빨아야 합니다. 바이러스가 공중에 흩날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취급하세요. 비닐 장갑을 끼면 좋습니다. 물론 배설물을 치우거나 빨래를 한 후 손을 잘 씻어야지요.

 

일차적으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옮는 병이니 완전히 익혀 먹는 음식은 걱정할 것 없습니다. 과일이나 야채 등 익히지 않고 먹는 음식은 깨끗한 물에 잘 씻어야 합니다. 반쯤 익혀 먹는 음식, 특히 해산물은 문제입니다. 게나 새우는 익혀 먹는다지만 굴은 어떻게 할까요? 서양에서는 ‘-ber로 끝나는 달(10월, 11월, 12월)에만 생굴을 즐기라’는 말이 있는데, 요즘은 노로 때문에 굴도 완전히 익혀 먹으라고 권합니다.

 

생굴은 우리 식문화에도 깊이 들어와 있지요? 특히 김장을 담근 후나 보쌈에 곁들여 먹는 굴은 별미로 칩니다. 김치에 넣기도 하지요. 우리나라가 서양에 비해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이 특별히 많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생굴을 즐기는 문화와 노로바이러스의 발병률에 관해 뚜렷한 연구가 없기 때문에 통계가 올바른지, 정말 연관이 없는지, 연관이 없다면 어떤 이유로 우리만 특별히 병에 덜 걸리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국가나 민족만 특정한 질병에 덜 걸린다는 생각은 잘못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괜찮았더라도 지금 노로가 설치는 것이 변형된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보고가 있으므로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노로가 왕좌에 올라있습니다만, 사실 예전에 겨울철 장염의 대명사는 로타바이러스였습니다. (토르와 로키가 아니라 노로와 로타입니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에 걸리면 허연 쌀뜨물 같은 물설사가 아주 심합니다. 아차하는 순간 탈수가 되어 심각한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지요. 저도 환자를 많이 봤지만 로타의 시절에는 노로 따위는 명함도 못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먹고 살만한 나라에서는 로타바이러스가 거의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백신 덕분입니다.

 

유아기에 입으로 먹는 백신으로 접종하며 안전합니다. 이상한 사람들의 말에 속아 백신도 맞지 않고, 설사가 심한데 병원에도 가지 않고 버틴다면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정말 무서운 병입니다. 아직도 가난한 나라에서는 연간 수십만 명의 어린이가 이 병으로 목숨을 잃습니다. 부모님들의 현명한 판단을 바랄 뿐입니다. 아직 백신을 맞추지 않았다면 소아청소년과 선생님과 상의하세요. 겨울이 다가옵니다. 겨울은 감기의 계절일 뿐 아니라 장염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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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대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5년 영국 왕립소아과학회의 ‘베이직 스페셜리스트Basic Specialist’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기도 하다. 옮긴 책으로 《원전, 죽음의 유혹》《살인단백질 이야기》《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존스 홉킨스도 위험한 병원이었다》《제약회사들은 어떻게 우리 주머니를 털었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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