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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 “부정당했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다”

『구혜선 악보집』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온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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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시작하니까 다시 마음을 비워낼 수 있었어요.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고요. 『구혜선 악보집』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활동을 안 했거든요. 그 전 상황에 계속 갇혀있던 거예요. 사실 이번 작업이 굉장한 탈출구가 됐죠. (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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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알레르기성 쇼크(아나필락시스, anaphylaxis)로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배우 구혜선. 그가 작가이자 작곡가로 다시 섰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 때문에 식욕을 완전히 잃었었다는 그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음악으로 지탱했다고 말했다. 『구혜선 악보집』은 직접 작사, 작곡한 음악 30곡을 담은, 그에게는 버팀목과도 같은 책이다. 글, 그림, 연출 등 배우라는 활동 외에도 다양한 타이틀로 활동해온 구혜선은 음악이야말로 가장 힘들 때 나온다면서 『구혜선 악보집』을 내는 과정이 “굉장한 탈출구”였다고 설명했다. 『구혜선 악보집』에 마치 그림자처럼 죽음과 이별의 이미지가 짙게 드리운 것은 그러니 자연스러운 결과일지 모른다.

 

오랫동안 함께 해온 최인영 프로듀서와의 음악 작업에 큰 애정을 내보인 구혜선은 이번 악보집을 시작으로 의심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시나리오집(12월 중순 출간 예정)과 남편 안재현과의 일상을 사진에 담은 ‘안구의집’을 이어 출간할 예정이다. ‘지금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로 인해 다시 태어나고 싶은 소망을 갖는 때’라고 적었듯 구혜선은 다시 씩씩하게 바깥으로 나간다. 오는 11월 29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북카페‘디어라이프’에서 팟캐스트 <예스책방 책읽아웃>의 공개방송으로 진행되는 북콘서트에서 구혜선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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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제일 힘들 때 나와요


주위에서 건강 걱정을 많이 했을 텐데, 요즘 좀 괜찮으신가요?

 

너무 건강한 척, 씩씩한 척 했더니 그게 조금 힘들었는데요. 아픈 게 밝혀진 다음부터는 사람들이 잘해줘요.(웃음) 병이라고 보기는 조금 어려운, 증상이에요. 게다가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니까요. 원인을 알기까지 굉장히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무조건 회피하는 게 답이라 한동안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 식욕이 완전히 없어졌었어요. 계속 굶었었는데요. 그래도 요즘에는 조금씩은 먹어요.

 

악보집이지만 짧은 글이 군데군데 실려 있는데 거기에서도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이미지들이 있어요. 이별, 죽음, 무덤 같은 것들인데요. 아팠던 때의 작가가 많이 담겨 있는 거겠죠?


네, 아플 때 쓴 글들이에요. 거의 아플 때 나온 글들이고요. 그때는 완전히 저기 가 있었어요. 저기, 먼 곳에요. 밥도 못 먹고, 식욕도 없고, 어떤 욕구 자체가 다 끊긴 시기였어요. 건강이 좋지 않으니까 생각만 많아지고요. 그러니까 이런 글들이 나오더라고요. 고통스러운.

 

아팠지만, 아파서 결과물이 나온 거라고 생각하면 참 얄궂어요. 창작자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개인으로서는 너무 힘든 시간이고요.


아이러니하죠. 그 상황에 몰려야 글이 나오니까 어느 순간 스스로를 그 상황에 몰아붙이고 있잖아요. 창작을 할 때에 그 상황을 만들 때도 있어요.

 

그림, 음악, 글,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하시잖아요. 각각의 작업을 대하는 태도도 저마다 다를 것 같아요. 방금 몰아붙이는 상황을 만들 때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때는 어떤 작업이 나오는 건가요?


음악이 제일 힘들 때 나와요. 어려울 때, 제일 슬플 때 나오죠. 기쁠 때는 제 음악은 신경 안 쓰고 남의 음악 들어요.(웃음) 한편 의외로 그림은 굉장히 정신 바짝 차리고 있을 때 되죠. 그림은 정확하게 ‘작업’이에요. 작업에 대한 에너지를 그림에 쓰고요. 글은 글마다 조금 다르거든요. 짧은 글은 때때의 감성을 담은 것이고 긴 글은 목적이 있는 것이잖아요. 시나리오 같은 경우는 목표를 정해놓고 쓰니까 작업할 때의 태도와 비슷하죠.

 

말씀을 들으니 어느 정도 분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짧은 글과 음악, 그림과 시나리오 등으로 나뉘네요.


확연하게 구분이 돼요. 차이가 많이 날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구혜선 악보집』이 나온 게(웃음) 어떤 건지 짐작 되실 것 같아요. 이게 또 새로운 시작이겠죠. 이것이 없었다면 계속 거기에 머물러 있었을 테고요. 음악을 시작하니까 다시 마음을 비워낼 수 있었어요.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고요. 『구혜선 악보집』이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활동을 안 했거든요. 그 전 상황에 계속 갇혀있던 거예요. 사실 이번 작업이 굉장한 탈출구가 됐죠. 

 

가장 처음 수록된 글 마지막 부분에서 ‘지금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로 인해 다시 태어나고 싶은 소망을 갖는 때’라고 적었잖아요. 여기서도 일말의 희망 같은 것이 느껴지죠.


그 글만 3년 전에 쓴 글인데 지금도 똑같은 생각이에요. 그러니 저는 변한 게 하나도 없는 셈이죠.(웃음) 매번 이 시기가 되면 그런 생각에 잠기나 봐요. 해가 거의 다 가고, 가을이 지나는, 10월 31일 즈음이면 항상 그 생각을 해요.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고요.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그렇게 정리를 하면 씩씩하게 한 해를 보내게 되기도 하는데요. 올해는 초에 아프면서 내내 좋지는 않았죠. 올해는 참 길더라고요. 


너무 힘들어서 상황을 바꿔야겠다, 작업을 해보자, 라는 순간의 생각도 있었던 건가요?


생각도 사실 했죠. 생존 본능으로 말이에요. 그런 상황에 처하니까 살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작품이 막 나왔던 것 같아요. 안 그러면 그 낭떠러지에서 다른 선택을 했겠죠.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을 때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잖아요. 작품으로 해소를 하느냐 아니냐, 이런 극단성에서 나온 작업인 것 같아요. 이번 작업은 굉장한 탈출구가 됐어요. 덕분에 극단적인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죠.

 

창작 작업이라는 것이 구혜선 작가에게는 삶으로의 회귀와 같은 거군요.


막 떠드는 거잖아요. 속 얘기를 불특정 다수에게 막 떠드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생각에 함몰돼서 극단적인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사실 많죠. 그 상황에 몰입해 있다 보면 그런 감정까지도 가고요. 그러니까 그것을 꺼내는 작업이라서요. 작업을 해서 상황으로부터 빠져나오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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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많이 부여하게 되는 책


악보집 작업을 최인영 프로듀서와 함께했어요. 두 분 함께 작업한지 오래 되셨죠?


계속 최인영 프로듀서와 작업을 했어요. 처음 뉴에이지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작업을 같이 했었는데요. 전혀 모르는 회사에 있는 음악하시는 분으로 만났던 거죠. 그렇게 인연이 됐어요. 저는 연주자가 아니잖아요. 제가 작곡을 한 것을 가장 제 생각답게 편곡을 해주시고, 연주를 해주시는 정확한 기술을 갖고 있는 분이 최인영 프로듀서였어요. 제가 생각을 하고, 기술력까지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가능한 건 그림뿐이에요. 혼자 하는 작업은 그림뿐이고요. 다른 건 전부 협업해야 하는 영역이죠. 음악도 협업해야 하는 것 중 하나예요.
 
호흡이 딱 맞는 분과 계속 작업할 수 있다니, 굉장한 행운이에요.


감성적으로 정확하게 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일단 저는 믿는데요. 이 사람이 잘한다는 걸 믿어요. 그가 내 감정이 어떤지 정확히 안다기보다는 사실 굉장히 비슷한 사람인 거죠.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진짜 감사하죠. 그건 영화 작업도 마찬가지인데요. 계속 작업해 온 팀이 있어요. 저는 우리 팀에 대해 믿음이 있어요. 다 알아서 잘하거든요. 내버려두면 다 알아서 잘하겠지, 생각하는 거예요.

 

상대에 대한 깊은 신뢰가 없으면 실은 불가능한 일이겠죠.


저는 인간관계를 잘 못해서 인간관계를 통해서 발생되는 것이 소중하죠. 말 그대로 의심이 많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을 보면, 잘 모르겠거든요.

 

앞서 이별과 죽음에 대한 감상을 많이 느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번 악보집에서 그 생각이 가장 많이 담긴, 특별히 작가에게 의미를 갖는 곡을 꼽는다면 어떤 곡인가요?


‘십 년이 백 년이 지난 후에’라는 곡이에요. 프로듀서에게 곡을 맡기고 아버지가 계시는 예천에서 지냈어요. 그곳에서 그냥 생각에 빠져 지냈는데요. 곡을 맡은 프로듀서가 편곡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텔레파시처럼 딱 맞았어요. 휴대전화로 음악이 와서 산 속에서 그 음악을 듣는데 정확히 저의 생각이 담겨 있더라고요. 더구나 ‘달빛’이라는 곡은 공동작곡이거든요. 제가 작곡을 했는데 최인영 프로듀서가 편곡을 했더니 다른 곡이 됐어요. 결과물이 너무 좋았어요. 그러니 이건 편곡이 아니라 공동작곡인 거예요. 그래서 그 곡은 공동작곡으로 올렸어요.

 

피아노곡과 기타곡이 구분되어 있어요. 기타곡에는 가사가 있고요. 곡을 만들 때의 차이가 있는 건가요?


크게 다르진 않고요. 화음이 있는 걸 피아노곡으로, 코드로만 진행되는 걸 기타곡으로 구분했어요. 이건 연주곡 악보집이잖아요. 대중화된 악기는 피아노와 기타인데요. 피아노는 장소의 구애를 받고 기타는 그렇지 않아요. 그런 것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악보집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이런 구성이 된 것 같아요.

 

악보집을 내기까지 출판사로부터 거절도 몇 번 당했다고 들었어요. 악보집을 내면서 대중의 반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요.


이건 정말 구매하시기 쉬운 책은 아닐 것 같아요. 저도 선물 드릴 때 피아노 치는 분이 계시면 전해주라는 개념으로 했는데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성취감이 있고요. 함께 작업해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이 있어요. 요즘은 음원 자체가 거의 디지털에 모여 있잖아요. 연주곡에 대한 창작 자체도 줄어들고 있죠.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만 또 같이 성장할 수 있어요. 그런 의미를 많이 부여하게 되는 책 같아요. 악보는 세계 공용어잖아요. 누구나 볼 수 있으니까 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연주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 정말 많거든요. 악보가 필요해요. 계속 만들어야죠.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이것을 유지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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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인간으로 이해하지 못할 때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거기에 깊이 빠지는 편인가요? 무척 힘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사실 상황 자체가 굉장히 힘들진 않고요. 그 이후에 발생되는 일들이 어려운 거죠. 아프고, 쓰러지고, 이거는 문제가 아니에요.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되죠. 그러나 그 이후 발생하는 사회적인 문제들, 약속과 자본과 분쟁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이런 이후의 과정들이 굉장히 힘들죠. 백수일 때는 아파도 상관이 없는데요. 일을 했을 때, 약속으로 똘똘 뭉쳐있을 때는 사실 힘들었어요. 그걸 겪으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잖아요. 배려가 있지 않으면 반드시 그 과정에서 배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있는 것 같아요. 또 거기서 도움을 주신 분들도 기억에 오래 남고 그렇죠. 이것도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재미있게 만들어볼 수도 있을 거예요.(웃음) 이제는 웃지만 웃지 못 할 상황이 계속 발생됐었거든요.

 

드라마 하차 말씀이시죠?


네, 그건 사고잖아요. 정말 큰 사고죠. 다들 모르는 일이 일어난 거니까요. 어떤 건 협의해야 하고, 어떤 건 협의하면 안 되고, 이런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쉰다고 쉬는 게 아니더라고요. 평소에는 세상이 냉정하지 않아요. 문제가 발생됐을 때 냉정해져요. 이럴 때 일과 인간관계가 더 잘 보이기도 했어요.

 

이런 경험이 어떤 작품으로 나올지 궁금해지네요.


제가 언젠가는 어디에 일러바치는 성격이더라고요.(웃음) 경험을 어떤 방향으로든 항상 기록하고, 남겨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표현이라고 하지만 그냥 본능 같아요. 번번이 의심하고, 기록해요. 곧 나올 시나리오집이 의심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본질적으로 그게 없이는 쓸 수 없는 거라는 생각도 해요.

 

결국 구혜선 작가가 기록하게 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라고 할 때 아마도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이 아닐까 싶어요.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인간을 인간으로 이해하지 못할 때 생기는 문제들이 항상 있잖아요. 최악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사람을 분명히 변질시켜요. 그러니까 최악으로 몰아붙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궁지로 몰아붙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죠. 사회가 워낙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자비, 용서가 좀 필요한 시간이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죠. 이해가 없으면 어렵다고 생각해요. 인간을 강제하면 사람은 대개 저항하게 되잖아요. 완전히 비뚤어지기도 하고요. 사실 저도 글을 쓸 때는 굉장히 비뚤어지는 면이 있거든요. 결국 제 작업은 인간을 많이 공부하는 과정 같아요.

 

인간적이지 않은 장면을 많이 봤기 때문일까요?


30대가 되니까 다르더라고요. 10대 때는 겪을 것 다 겪었고, 20대 때는 놀 것 다 놀았어요. 이제 30대가 되니까 어느 정도 경험도 있고, 남을 속이는 것도 정확하게 할 수 있고, 어떻게 악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삶이 굉장히 피곤해지고, 사람들이 다 적으로 보였어요. 30대는 굉장히 힘든, 욕망의 고지에 가까운 나이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배우, 영화감독, 작가 등 워낙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더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해를 받기도 했었어요. 다 해봐야만 인간을 관찰하고 통찰할 수 있는데 사회는 그걸 못하게 하죠. 전문적인 것을 강요한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면에서 많은 경험을 했죠. 영화감독을 했다는 것 때문에 배우로서 의견을 제시할 때도 오해를 받았고요. 20대 때는 음악을 조금 한다더니, 하면서 질타를 아주 많이(웃음) 받았어요. 맷집이 좋아졌죠. 뭘 해도 두드려 맞던 때였던 것 같아요. 그걸 계속 해나가다 보니까 서로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다른 영역에 도전을 했어요. 도전을 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을 텐데 말이에요.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왔던 걸까요? 


저항의 힘이죠. 부정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계속 못했어요. 그때 칭찬 받고, 인정받았으면 안 했을 거예요. 계속 부정당했기 때문에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정말 부정의 에너지는 엄청나더라고요. 누군가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하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거예요. 저는 부모님이 엄청 엄격하셔서 어릴 때 사이가 안 좋았어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거예요. 그러면서 이제는 부모님이 왜 그랬는지 알게 된 거죠. 사실 자격지심도 있고, 피해의식도 어마어마했어요. 지금도 그런 면이 좀 있고요. 없으면 못해요. 열등감도 있어야 계속 하는 거죠. 일찍 꼭대기가 되면 더 이상 삶의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니 꼭대기를 원하면서도 됐을 때가 두렵죠. 되지 않겠지만요.(웃음)

 

지금 원하고 있는 꼭대기는 뭐예요?


뭐든 원해요. 원하는 건 뭐든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거예요. 그게 된다고 믿고 가는 거죠. 혼자 김칫국도 마셔요. 되면 어떡하지(웃음), 큰일이네, 잘 되면 안 되는데, 이러면서요. 요즘에는 잘 안 돼서 참 다행이다, 잘 안 됐으니까 계속 한다, 이런 생각으로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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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악플 때문에 힘들어 한 적이 있다는 인터뷰를 봤는데요. 좀 놀랐어요. 악플이 많은 줄 몰랐거든요. 직업에 대한 고민과 닿아 있기도 할 텐데, 연예인이란 너무 많은 관심을 받는 직업이잖아요.


저도 부정할 수가 없는 게 저도 질투를 해요. 나도 누군갈 보면서 되게 비뚤어져요. 내 생각대로 잘 모르면서 나쁘게 보기도 하고요. 그걸 극복하려고 굉장히 노력하지만 하루에도 여러 번 질투하죠. 지나가는 사람만 봐도 질투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질투해서 뭐해, 라면서 인내하는 거지 사실은 그 생각을 하기 전까지는 질투를 했다는 거잖아요. 실은 그게 지금은 힘이 되기도 해요. 질투의 힘, 부정당하는 것의 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 시기를 거치고 있는 것 같아요.

 

반면에 tvN <신혼일기>를 찍으면서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놀랐다고도 했어요.


아마 <신혼일기>를 했을 때는 우리가 질투 날 만큼 좋아보이지는 않았나보다(웃음) 싶은데요. 들여다보니 별 거 없잖아요. 그냥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고요. 남편한테도 항상 하는 얘기예요. 다 똑같아요. 막상 들여다보면 밥 해먹고, 대충 입고, 씻지도 않고 그렇죠. 거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순간 망가지지 않을까 해요. 그 당시에는 우리도 별 거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으니까요.

 

12월 중순에 시나리오집이 이어 출간 예정이고요. ‘안구(안재현&구혜선)네집’도 나올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이 기획은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제가 의견을 드린 건데요. 구체적으로 한 건 아니고요. 큰 그림만 만들었어요. 남편을 꼬드겼죠. 지금 ‘안구네집’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아날로그 형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데요. 이제는 사진도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요. 그냥 찍고, 없어져버리죠. 그래서 즉석 사진 있잖아요? 한 장만 있는, 그런 사진 위주로 정확하게 기록이 되었으면 좋겠는 장면을 남기려고 해요.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쉽게 나오지가 않아요.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는데 마음먹고 “가만히 있어, 찍어!”(웃음) 하게 되니까요. 한참 그런 딜레마가 있었어요. 또 아무래도 저희의 직업이 보여지는 직업이니까 너무 편안한 건 어렵고 그래서 수위를 조절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이런 저런 어려움이 많아요. 지금껏 몇 백 장을 찍었는데 건진 건 몇 장 안 돼요. 계속 찍고는 있어요.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고요. 단순히 개인적인 행복의 시간을 넘어서는 공감이 있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다양한 작업을 많이 하셨잖아요. 더 해보고 싶은 작업이 남아 있나요?


그림, 음악, 영화, 글 등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한 영역이거든요. 연기를 제외하고는 전부 저의 이야기를 하는 영역이죠. 연기는 다른 사람의 것을 표현해내는 영역이라 조금 힘들고요. 그 외에는 사실 굉장히 게으르고 관심도 없어요. 생활에 대한 지식도 많이 떨어지고요. 경제관념도 많이 떨어져요. 남편은 저와 다르거든요. 그래서 최근에 싸우기도 했어요.(웃음) 버스를 타는데 남편이 교통카드를 자기 것만 찍고 탄 거예요. 남편은 그게 당연한데 저는 “두명이요”라고 하면 되잖아(웃음) 이러면서 싸웠죠. 그런 것도 어찌보면 제가 시스템에 뒤떨어지는 거죠. 게다가 너무 빨리 변해서 몇 년만 놓쳐도 못 따라가겠더라고요.

 

악보집도 계속 나올 예정인가요?


음악 작업을 계속 할 거예요. 곡이 또 모아지면 악보집을 또 내야죠. 이것도 사실 한 번에 30곡이 나온 게 아니거든요. 곡이 쌓이고 책으로 나온 거라서요. 결과가 단 시간에 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요. 길게 바라보고 있어요. 항상 너무 길게 봐서(웃음) 문제이긴 하지만요. 제가 하는 뉴에이지 음악도 유통기한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시대를 반영하지는 않고, 개인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음악인 것 같아요. 가요는 시대를 반영하잖아요. 그 음악을 들으면 우리는 그 시대로 돌아가서 추억할 수 있는데요. 그것과 제 음악은 조금 다른 영역에 있는 것 같아요. 


 


 

 

구혜선 악보집구혜선 저 | 더디퍼런스
소설과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사진과 직접 쓴 짧은 글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잔잔한 감동과 아름다운 선율이 하나 됨을 느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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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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