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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아 “내 꿈은 내가 되는 것”

『사적인 시차』 작가 룬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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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어떤 생각이나 행동양식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나는 이렇다’ 정도의 목소리에서 그치고 싶었어요. (2018. 0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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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thecommaa

 

 

인터뷰 웹진 <더콤마에이> 작가 룬아가 직접 찍은 사진과 쓴 글을 담았다. 마음을 따라 살아가는 작가는 하고 싶은 일은 일단 시작해보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일이면 힘들어도 버틴다. 디자이너로서 회사를 다니면서 개인 작품 활동을 병행하다 사표를 내고 유학을 떠났고, 일에 한계를 느꼈을 땐 과감하게 다른 길을 찾았다. 연희동에 카페를 열어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기획했으며, 다시 한 번 진로를 바꿔 공부를 시작하고 <더콤마에이> 인터뷰 웹진을 열었다.


작가는 타인에게 질문을 던지듯 더 자주 스스로를 인터뷰한다. 하루 일상을 돌아보고 자기 마음에 물음표를 던져본다. 그 결과를 짧은 문장으로 갈무리해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내 마음 인터뷰’를 연재해왔다. 『사적인 시차는 ‘내 마음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과 써내려간 글을 덧붙여 완성한 작가의 데뷔작이다.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온 작가의 시선이 담긴 이국적인 사진들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붙잡고, 솔직하고도 매력적인 글은 읽는 이들의 공감과 로망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표지와  사적인 시차』 라는 제목이 인상적인데 제목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적인 시차』  는 책에 실린 본문 중 남편과의 실제 생활시간 차이에 대한 이야기에 달았던 제목이에요. 남편은 아침형 인간이고 저는 야행성이거든요. 책의 제목이 될 줄은 몰랐는데, 다 쓴 글을 모아놓고 보니 나와 나 자신 사이의 간극, 또는 나와 타인과의 간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저라는 개인이 다양한 대상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거리감에 대한 단상들을 글로 옮긴 셈이죠. 좁혀보려고 하면 도망가고, 또 좁혀보려고 하면 도망가는, 그 메워지지 않는 틈이 ‘시차’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서 제목이 되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지향하는 무언가에 최대한 가까워지기 위해 사는 것 같기도 하네요. 표지 사진은 스톡홀름에 사는 친구 동네에서 찍은 건데, 원래 좋아하는 사진이기도 해서 얹어봤더니 제목과 잘 어울리더라고요. 푸르고 붉은 색의 대비가 은은하게 있기도 하고, 하루 중 특정 시간의 햇빛을 잘 나타내고 있기도 하고요.

 

책에서 보면 사진 전공은 아니라고 하셨는데 사진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사진을 찍으실 때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있으신가요? 작가님에게 셔터를 누르게 되는 순간은 어떤 순간인가요?


어떤 기관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한 분야가 아니어서 그런지 깊게 생각하고 찍는 편은 아니에요. 크게 기대하는 바가 없으니 더 자유로워진다고 할까요. 주로 필름작업을 하기 때문에 이 장면이 나중에 어떻게 나올까에 대한 기대감만 잔뜩 품고 셔터를 눌러요.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울 때도 있었지만 정식으로 공부했더라면 더 무겁게 접근했을 것 같아요. 물론 장비 사용이라든지 이론적인 부분에서의 지식이 거의 전무해서 따르는 제약이 많지만, 그 한계 때문에 제가 찍을 수 있는 사진의 폭이 정해지기도 하는 것 같아서 별로 욕심 부리지 않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배워서 하려고 하니 재미가 없어지더라고요. 연출된 장면보다는 자연스러운 현장 포착을 즐기고, 그래서 인터뷰할 때도 공간을 지나치게 정리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릴 때가 있어요.


그래도 디자인을 전공했던 터라 저도 모르게 구도나 색감을 신경 쓰겠죠. 사진에서 묻어나는 어떤 스타일이 있다면 저도 말로 설명하기 힘든 저의 취향일 거예요. 사진을 찍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밝은 느낌의 이미지를 좋아하고 있더라고요. 이제는 여행을 계획해도 제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인지가 매우 중요한 선택 요소가 돼요.

 

책 내용 중 ‘내 마음 인터뷰’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보통은 타인을 궁금해 하고 타인과의 관계는 고민하지만 자기 자신의 마음은 잘 들여다보지 않게 되잖아요? 내 마음을 끊임없이 들여다본다는 것, 그 작업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작가님께 ‘내 마음 인터뷰’는 어떤 의미일까요?


‘내 마음 인터뷰’는 제가 3년 반이 넘도록 매일같이 SNS에 공유한 짧은 문구들을 부르는 이름이에요. 책에서도 얘기했지만 오래도록 꿈꿨던 길 끝에서 한참을 방황했고, 다시 출발선에 섰을 때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한 일이고요. 사진과 함께 공유하면서 취미로 찍은 사진들의 용도도 발견했고, 짧지만 매일 글 쓰는 훈련을 할 수도 있었죠.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정식으로 책을 출간하게 해준 거름이 되었어요. 전혀 상상하지 못했는데 정말이지 무의미한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라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일단 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게 어디로 나를 이끌어줄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표면적으로는 그렇고, 사실 그 전에 1년 반 정도 ‘모이다’라는 이름의 자기발견 워크숍을 기획하고 진행했던 적이 있어요. 무대에 선 누군가의 강의를 듣고 배워가는 자리가 아니라 공감대가 형성될만한 사람들을 모아 이야기를 나누게끔 하는 게 목적이었어요. 원데이 클래스나 강연 프로그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던 시기였는데, 그런 현상에 조금 불만이 생겼던 것 같아요. 삶은 그야말로 ‘케바케(case by case)’잖아요. 그런데 세상은 자꾸 특정 형태의 태도를 요구하고, 그래서인지 우리는 계속 외부에서 뭔가를 찾으려고 하지만 진짜 답은 자기 안에 있거든요. 찾아보지 않아서 모르는 거죠. 그럴 시간도 없고 방법도 모르고. 저 같은 경우에는 나름의 백수 생활을 하면서 시간이 많아진 것도 영향이 있었어요.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진 거예요. 하지만 스쳐가는 생각들을 그냥 놔뒀더니 자꾸 잊어버려서 글로 남기기 시작했어요. 그걸 다시 읽으면서 스스로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지향하는지 더 확실하게 알게 되기도 하고, 지나간 자신에게서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나누는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위로를 받는다는 걸 알고는 일종의 보람도 느낄 수 있었죠.


다른 대상들을 생각하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잘 알고 있어야 나를 둘러싼 세계가 함께 건강해져요. 죽을 때까지 가장 열심히 공부해야하는 게 자기 자신인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이 책 자체가 길게 쓴 ‘내 마음 인터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책을 집필하면서 가장 많이 마음 쓰신 부분이 있을까요?


정해진 주제 없이 흐르는 대로 제 마음을 털어냈으니 그런 느낌이 드는 게 당연한 것 같아요. 사실 에세이를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어디까지 나를 오픈해도 될까, 였어요. 가장 솔직하고 싶지만 동시에 상처받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차마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안전거리보다는 조금 더 나아갔다고 생각해요. 그 약간의 용기에서 독자들이 받아 가시는 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못다 한 이야기는 후에 오픈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어떤 생각이나 행동양식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나는 이렇다’ 정도의 목소리에서 그치고 싶었어요.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 싫어하거든요. 물론 어떤 것들을 제안하거나 권유하는 투가 섞여있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것 또한 ‘나는 그렇게 해보니 괜찮더라’인 것이지, 꼭 그렇게 하시라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글이라는 게 너무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하면 맨숭맨숭해져서, 약간은 단호하게 쓰려고도 했어요. 실제 말투나 성격은 글보다 더 그런 편이고요.

 

개인적으로 '너의 정의'라는 글이 공감됐는데요. 말씀대로 사람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방금 전과 후도 다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순간적으로 정의를 내리게 되는 타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워낙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인터뷰도 하다 보니 스스로 사람 보는 눈이 생겼다고 자만할 때가 있어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는 반성도 자주 하고요. 아무래도 경험치가 쌓이면서 저만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지레짐작하기 쉬운데, 그래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끊임없이 의식하는 태도가 중요해져요. 누군가를 완전히 안다는 건 불가능해요. 저도 저를 모르는데요 뭐. 그래서 우리는 그 사람이 보여주는 면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할 수밖에 없어요.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상대방이 허락하는 선까지가 그 관계의 마지노선이 되는 거죠.


사람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간다는 사실을 모를 땐, 친구가 변했다고 느끼거나 관계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느끼면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없고요. 모든 게 그대로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욕심이죠. 하지만 12년 넘게 알아온 남편도 계속 새로워지고, 저 자신도 어제와 오늘이 다른데 관계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이상한 것 같아요. 자신을 비롯한 모두가 계속 변한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도 상황을 받아들이기 조금 수월해져요. 인연이라는 게 참 묘해서 계속 변하면서도 통하는 사람은 통하고 아무리 지내도 모르겠는 사람은 계속 그렇게 모르는 채로 만나게 되는 듯해요. 관계의 종류는 워낙 다양하니까요.

 

부제로 쓰인 ‘우리는 다르고 닮았다’는 말이 공감이 많이 됐는데요. 작가님 이야기가 위로가 되는 지점도 있었고요. 이 책에 '마음이 외로울 때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수식어가 생각이 났는데요. 작가님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혀지면 좋겠다, 하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외로움을 달래줄 의도를 갖고 쓴 건 아니지만 그럴 수 있다면야 다행이고 감사하죠. 사실 책이 어떻게 읽혔으면 좋겠는지 생각해본 적 없어요. 모든 독자들이 모두 다른 지점에서 각자의 느낌을 받을 거라 생각해요. 페이지들 사이에서 간간히 자신을 발견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나와는 다르네‘보다는 ’나도 그래‘가 더 재미있고 기분도 좋고 마음에 와 닿지 않겠어요?

 

책에서 '계획은 오늘, 내년, 10년 뒤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나의 태도와 마음을 정하는 일이다.'라고 하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일단은 출간과 동시에 출산을 하게 되어서, 당분간은 엄마로서의 훈련을 하게 될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작업하기로 한 책이 있어서 금방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 한 편이 조금 든든한 것도 있어요. 둘 다 잘해낸다기보다는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줄곧 상상해보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러지 않게 되었어요. 마음먹은 대로 되지도 않고, 그 마음도 자꾸 바뀌더라고요. 그보다는 어떤 기분이었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더 커요. 결과적으로는 생활과 일의 형태에 대해 고민하게 되지만, 그 전에 지치지 않고 즐겁게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지 생각하게 돼요. 꾸준함의 힘에 대해 알게 되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참 좋아요. 그리고 갑자기 하고 싶은 게 생긴다면 그 길을 쫓아가겠죠.


그 외에도 너무 걱정하지 말기, 다정해지기 등이 있어요. 무엇보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적으로 가득 찬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내 꿈은 내가 되는 것이에요. 계획이라면 계획이죠.


 


 

 

사적인 시차룬아 저 | MY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온 작가의 시선이 담긴 이국적인 사진들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붙잡고, 솔직하고도 매력적인 글은 읽는 이들의 공감과 로망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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