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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임] 시를 모르지만 시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는 책

『침묵의 세계』, 『재수의 연습장』, 『여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울고 들어온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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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경 시인과 이상협 시인을 모시고 진행하는 ‘특별 어떤, 책임’. 두 시인님, 어떤 책을 가지고 오셨는지 무척 궁금한데요. 먼저 이 주제 받고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2018. 0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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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경 : 저희 서점은 시집 서점이니까요. 저는 이 질문을 거의 매일 받고 있어요. 사실 잡지나 신문사에서 시집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는 “저는 불특정 다수에게 시집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시집 추천을 해서 한국 시가 독자들과 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저는 시를 모르지만 시를 읽고 싶은 사람들마다 각자 다른 경우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은 : 그럼 저희 ‘어떤, 책임’의 주제를 받고 이야기를 하셨어야죠.(웃음) 

 

 

이상협 시인이 추천하는 책

 

『침묵의 세계』

막스 피카르트 저 / 최승자 역 | 까치

 

시를 읽고 싶은 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적 체험일 것 같아요. ‘이런 게 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마음 속에 갖게 되었을 때, 그 다음부터 시를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라는 책을 참 좋아하는데요. ‘침묵’이라는 하나의 텍스트를 갖고 책 한 권을 풀어내고 있거든요. 침묵에 집요하게 천착해서 말이에요.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음악들이 참 많잖아요. 다양한 가사, 다양한 음악들이 있죠. 그런 경험이 필요한 것 같고요. 『침묵의 세계』 는 그런 체험을 주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촛불의 미학』 도 그렇죠. ‘촛불’에 대해서, ‘빛’과 ‘그림자’에 대해서 책 한 권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요.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를 체험하고, 이것을 통해서 감정을 길러내시면 시를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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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인 이상협, 시인 오은, 시인 유희경

 

 

불현듯이 추천하는 책

 

『재수의 연습장』
재수 저 | 예담

 

이 책에는 ‘그림이 힘이 되는 순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시를 모르지만 시를 읽고, 쓰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시 쓰는 법을 공부한 적도 없고, 불투명한 상태에서 시를 쓰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17년 시를 쓰다 보니까 한 가지 분명해진 게 있어요. 정말 좋은 시는 어떤 사물이든, 현상이든, 사람이든, 다르게 보는 데서 발아하는 것 같다는 거예요. 다르게 보기가 1차 관문이고요. 거기서 더 좋은 시가 되려면 다르게 써야 해요. 그 두 작업이 들어 있는 책이라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그림은 여기 있어요. 아기 보이시죠? 아기가 엄마에게 안겨서 손을 내밀고 있어요. 이 그림의 제목은 ‘바람 만지는 아기’예요. 다르게 보고, 다르게 표현하는 방식이 모두 들어간 그림이죠. 이 책은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 읽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편하게 읽힐 수 있는 책이에요. 일단은 글이 많지 않으니까 편하게 볼 수 있고요. 즐길 수 있는데 나도 모르게 시가 태어나고 맺히는 순간들이 가득한 책이에요.

 

 

유희경 시인이 추천하는 책

 

『여수』
서효인 저 | 문학과지성사

 

통계인데요. 시집을 처음 읽겠다고 하셔서 추천을 해서 좋은 반응이 온 시집들을 소개하려고요. 세 번째, 3위가 서효인 시인의 『여수』 라는 시집입니다. 이 시집은 키워드로 정리가 되어 있어요. 한 군데에는 걸리게 되어 있어요. 내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가 걸리게 되어 있는데요. 시집도 어떤 측면에서는 기획이 있어야 하는 것 같거든요. 시를 썼다고 그냥 묶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의 순서, 목적이나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요. 그게 정말 잘 된 시집이에요. 이 시집을 사서 가셨다가 돌아온 연어들이 있어서 추천을 해드립니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오은 저 | 문학동네

 

2위는, 옆에 있어서 민망하지만 오은 시인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입니다. 제가 처음에는 몇 권을 골라 드려요. 좋아하는 음악, 좋아했던 시 등을 묻고 몇 권을 권하는데요. 이 시집을 보시면 마치 심봉사가 개안하듯이(웃음) “이 시는 알겠네요!”라면서 구입을 하세요. 이 시집은 돌아오는 연어가 많진 않지만 그래도 추천을 하게 돼요. 이 시는 알겠어요, 라고 하시니까요. 하지만 이 시집이 절대로 쉽지는 않거든요. 레이어가 몇 겹 있어요. 언뜻 보면 그냥 말놀이, 희언법으로 재미있게 쓰인 시 같지만요. 밑 칸으로 가면 꽤나 어려운 이야기가 있고요. 그 밑 칸으로 가면 또 다른 감정이 있어요. 때문에 초심자부터 고급자까지 두루 볼 수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시집이라 추천을 많이 합니다.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저 | 창비

 

1위는 김용택 시인의 『울고 들어온 너에게』 인데요. 이 시집은 보면 어쩜 그렇게 쉬운 말들로 정갈하게 사람 마음을 다독이는지 몰라요. 김용택 시인의 어떤 시집은 허들을 낮춰서 쉽게 건너가게 되기도 하고요. 어떤 시집은 허들이 꽤나 높아서 덜거덕 걸려요. 그런데 이 시집은 아주 교묘해서요. 선물하기 좋은 시집이에요. 시를 처음 겪는 분들한테도 나의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죠. 나이 든 분이 나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식이 아니라 함께 걷고 있는 느낌을 줘요.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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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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