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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양, 이시형 “병을 고치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의사의 말”

『의사의 말 한마디』 출간 기념 북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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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게 세상을 보는 방편으로 의술을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빵을 배우고, 요리를 하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2018. 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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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 의사 후배와 선배가 함께 쓰고 그린 책 『의사의 말 한마디』  출간 기념 북 토크가 열렸다. 외과 의사인 후배 임재양 박사가 글을 쓰고, 정신과 의사인 선배 이시형 박사가 그림을 그렸다. 책에는 임재양 박사가 병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삶을 살며 겪은 소소한 이야기가 담겼다.


북 토크를 시작하기에 앞서 임재양 박사는 대구 임재양외과의원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대구에 있는 임재양외과의원은 외관부터 다르다. 보통 대로변에 있는 커다란 빌딩에 위치한 병원과는 달리 작은 골목 안에 한옥으로 만든 집에 병원 간판을 달았다. “간혹 들어와 침을 놔 달라는 환자분도 계신다.”라고 할 정도로 ‘외과’라고 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내부는 병원이라기보다는 동네 사랑방에 가깝다. 꽃밭이 뒤덮인 마당이 있고, 빵을 굽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환자들은 대청마루에 앉아 마당 풍경을 즐기며 대기할 수 있다. 그가 별종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한옥으로 병원을 짓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공간을 마련한 이유는 ‘소통’을 위한 방편이었다.

“사람들이 제게 왜 이렇게 이상한 병원을 지었냐고 묻습니다. 그럴 때 저는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답합니다. 저는 제 직업을 참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의료가 무엇이냐고 물을 때, 의술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합니다. 그런데 의사는 의술만으로 세상을 만나려고 합니다. 그러니 세상에서 보기에는 답답한 거예요. 예를 들어 망치를 가진 사람은 세상이 못으로만 보입니다. 좀 더 많은 걸 가지고 있으면 더 넓게 세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요리도 하고, 빵도 만들고, 가끔 공연도 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장을 열기도 합니다. 다양한 도구를 갖추니 다양한 사람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소통의 한 방식으로 공간을 만들고, 공간에서 환자도 만나고, 여러 분야의 사람을 만나 배우고, 공부한다. 임재양 의사는 이 과정에서 ‘진짜 의사’가 되어간다고 표현했다. 별난 의사로 불리면서도 고집한 것들을 글로 정리해 세로토닌 문화원 소식지에 남겼다. 수필이 모이자 세로토닌 문화원장인 이시형 박사가 책으로 엮는 것을 제안했다. 평소 임재양 박사의 글을 좋아했던 이시형 박사는 임 박사의 글에서 풍기는 따뜻함으로 위로받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의사의 말 한마디』 가 출간되었다. 출간 기념 북 토크는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가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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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임재양 박사, 이시형 박사, 이희수 교수

 

 

외과 의사 후배가 쓰고, 정신과 의사 선배가 그리다

 

이희수 : 임재양 원장님은 유명한 외과 의사입니다. 함께 책을 낸 이시형 박사님 역시 정신의학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정신과 의사이시고요. 몸을 다루는 사람과 정신을 다루는 사람이 화합해 나온 결과물이 놀랍기만 합니다. 외과 의사 후배가 쓴 글에 정신과 의사인 선배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시형 박사님께서는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시형 : 임 박사님이 세로토닌 문화원 소식지에 칼럼을 쓰실 때부터 글을 보며 참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출간할 때 임 박사 글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부탁했습니다. 저는 평생 그림과는 관련 없는 삶을 살았지만, 그림 그리는 것에 즐거움을 느낍니다. 창조하는 것은 대단히 복잡한 과정을 겪습니다. 자료를 수집하고 조합하고, 그래도 생각이 안 떠오르면 숙성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여러 가지 조합 중에서 의미 있는 조합이 떠오릅니다. 계시라고도 하죠. 그런 과정으로 창작하고 그림을 그리곤 했습니다. 임 박사님 책에 그린 그림은 문인화입니다. 역사를 훑어보니 50세 전에는 문인화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말 많은 경험과 지식, 인생의 쓰고 단 맛을 겪은 사람만이 문인화를 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엔 그림을 그렸다기보다는 무의식에 있는 것들을 문인화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볼 때도 건성으로 보면 몇 가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면을 보게 되면, 시야가 넓어집니다. 문인화에는 많은 이야깃거리가 담겨있습니다. 이야깃거리를 읽을 수 있는 슬기와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형편없어 보이는 그림에도 철학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림이 있고, 글이 있고, 글씨와 여백이 있는 것이 문인화의 특징입니다.


<시>라는 영화를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시인 선생에게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 있느냐고 묻자 “잘 봐야 한다.”라고 답합니다. 저는 어떤 일을 할 때도 철저하지 못한 것이 약점입니다. 그러나 문인화를 하면서 사물을 자세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역시 임 박사 글을 자세히 살피고 글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것에 매우 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이희수 : 말씀 들으니 정말 힐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박사님 그림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병이라는 것도 마음의 문제가 가장 크죠. 두 분께서도 건강한 삶을 위해 한결같이 주장하시는 게 생활 습관이에요. 의사분들은 어떻게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고 힐링하는지, 어떻게 휴식을 취하는지 궁금한데요.

 

임재양 :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조금 비틀어보려고 합니다. 환자들이 암에 걸렸을 때 많이 억울해하죠. 그럴 때마다 즐거웠던 때가 언제인지 물으면 자기 일보다는 가족의 기쁨을 먼저 이야기해요. 남편이 승진했을 때, 아이들이 좋은 학교에 갔을 때라고요. 그러면 제가 다시 물어요. 당신이 가슴 벅찰 때가 언제냐고요. 열에 아홉은 하늘을 보면서 눈물을 흘려요. 그럴 때 저도 제게 묻습니다. 내가 가슴 벅찬 일은 언제였는지. 생각해보니 많은 것 같지가 않았어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혼자 제주도에 가는 이벤트를 만들었어요. 제주 곳곳을 헤매다가 숙소에 들어와서 뻗어서 자는 겁니다. 1박 2일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어요. 두 번째 휴식은 이시형 박사님께 힌트를 얻었어요. 어느 일요일 점심을 먹고 완행버스가 있는 정류장에 가서 버스틀 타고 가는 겁니다. 버스 안에서 살짝 낮잠도 자고, 길 따라 무작정 가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장소에서 내리는 거예요. 아주 작은 외곽 마을에 내려서 처음엔 할 일이 없어 멍하게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걸 봤어요. 두 시간 정도 그렇게 보고 있으니까 한 할머니께서 이상한 행동을 하시더라고요. 제 어머니도 치매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심상치 않았어요. 다가가 말을 걸었더니 치매가 확실하더라고요. 집이 어디냐고 물어서 함께 택시를 타고 마을에 갔어요. 마을 사람을 붙잡고 물었더니 모두 아는 할머니였더라고요. 그렇게 집에 모셔다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마을 산책을 했어요. 꽃이 보이는 집에 가 구경하고 있었더니 커피도 한 잔 얻어 마셨고요. 그 여행이 정말 소소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희수 : 둘 다 좋은 방법이네요. 특히 버스 여행은 돈도 별로 안 들고, 따뜻한 마음도 느껴지고요. 버스 여행의 아이디어가 이시형 박사님이 원조시죠.

 

이시형 : 임 박사가 수제자네요. (웃음) 말씀하셨던 것처럼 쉬는 것을 잘해야 합니다. 우리가 피곤한 건 대부분 몸보다는 뇌가 피곤한 거예요. 몸의 피로는 한숨 자거나 휴식을 취하면 쉽게 풀리는데 뇌의 피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책상에 앉아 의도적으로 집중할 때도 뇌가 피로한 순간이죠. 그런데 가만히 있다고 피로가 회복되는 것도 아니에요. 적당히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한데요. 가만히 있는 순간에는 잡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인간의 뇌는 하루 중 80%를 잡념을 하는 데 써요. 몸은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뇌가 휴식할 수 없는 이유가 잡념 때문이에요. 그러면 어떻게 쉴 수 있나? 적당한 주의 집중이 요구됩니다. 임 박사님이 하셨던 시내 투어가 적절한 예였죠. 버스에 몸을 맡기면서 창밖 풍경을 보거나 살짝 잠드는 일 정도, 이런 휴식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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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형 박사와 임재양 박사

 


의사 생활로 쌓인 생각을 사회에 나누다

 

희수 : 적당히 쉬고, 적당히 집중하는 게 좋다는 말씀이죠. 새로운 걸 하나 더 배웠네요. 나이가 들수록 피곤하다고 생각하면 더 피곤한 거 같아요. 생각한 대로 몸이 따라가는 거죠. 긍정적인 생각이 그만큼 중요한데요. 두 분께서는 오랫동안 의사 일을 하셨는데 하기 싫거나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때 없었나요?

 

임재양 : 있죠. 한옥 병원으로 옮기기 전에 함께 일한 동료들과 아직도 모임을 하는데요. 어느 날 한 선배가 안면 마비가 걸려서 모임에 나왔습니다. 큰 병원을 인수하면서 고생한 것 때문에 병에 걸린 거예요. 그날 돌아와 진료를 보려고 하는데 도저히 이렇게 못 살겠다 싶었습니다.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요. 예약 환자를 정리하고 땡땡이를 쳤습니다. 아내와 함께 두 시간 정도 교외로 나가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잠깐이지만 정말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이희수 : 말씀하셨던 일화를 세로토닌 문화원 소식지에 쓰셨을 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자기 삶도 없이 분초를 다투며 살며 건강을 잃는 의사분들이 많잖아요. 임재양 박사님은 균형을 잘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감탄했죠. 그 칼럼을 읽고 강의를 하러 학교에 갔는데 그날따라 하늘이 파랗게 예뻤습니다. 날씨도 좋고 하늘도 예쁜데 강의실에 앉은 학생들 얼굴은 푹 죽어있었고요. 들어가자마자 학생들에게 휴강을 외쳤습니다. 오늘 하늘이 참 푸르니 나가서 하늘을 좀 보라고 말하면서요. 교직 생활 23년 중에 가장 명강의였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어요. (웃음) 임재양 박사님 덕분이었죠. 이시형 박사님은 어떠세요? 그런 일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시형 : 꼬치꼬치 따지는 환자분들 만나면 힘들죠. 링거 한 통 중 반만 맞았는데, 한 통 값이 모두 청구되었다고 묻는 환자분도 계십니다. 그럴 때는 그냥 반만 다시 계산해 드립니다. 돌아갈 때 남은 링거 선물해 드리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되겠죠. (웃음) 까다로운 환자도 참고 최선을 다해야 의사가 됩니다.

 

이희수 : 사회가 각박하고, 많은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데요. 특히 치매가 보통 문제가 아니죠. 임재양 박사님께서는 치매 걸린 어머니를 6년간 모셨죠.

 

임재양 : 저는 의사니까 병에 관해서라면 다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치매 역시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겪어보니 정말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처음엔 좋은 요양원을 골라 모시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녹록지 않았고요. 요양원에서 며칠, 집에서 며칠 보내기도 하고, 낮에는 주간 보호센터에 계시게끔 하고 잠은 집에서 자고, 그렇게 하기도 했고요. 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을 동원해서 모셨죠. 처음엔 어머니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힘들게 해서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치매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인지기능 퇴화라고 합니다. 나이가 어려진다는 말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머니가 이해가 됐습니다. 제가 서너 살 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했겠어요. 그걸 어머니께서 다 받아주셨던 거고요. 그래서 어머니와 같은 수준으로 놀아드렸습니다. 그냥 어린아이 다루듯이 놀아드리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이희수 : 생각을 전환하는 순간이네요. 저도 손자, 손녀를 보면 하루 스물네 시간이 아까울 정도입니다. 부모님을 그렇게 생각하고 놀아드린다는 게 참 놀라운 발상입니다. 기본적으로 평균 수명이 늘면서 치매라는 병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고치기 어려운 병을 앓고 있는 우리 사회인데요. 이시형 박사님께 특별한 치매 치료 방법이 있는지 여쭈고 싶습니다.

 

이시형 : 의사 시절 여러 요양원에 방문했지만, 단 한 곳도 우리 부모를 맡길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요양원에 보내는 게 맞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아니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치매라는 게 늙어가는 과정의 하나인데요. 저는 치매 노인도, 그 가족도, 다 같이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이상적이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서 치매라는 병에 관한 인식을 전환하고 싶습니다. 또 치매의 가장 좋은 예방은 걷는 것입니다. 산책이 가장 좋습니다.

 


병을 고치고 행복을 더하는 ‘살구나무 병원’

 

이희수 : 임재양 박사님은 성악도 하시고, 요리도 하시고, 영어도 잘하시죠. 책을 읽으면 여러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어떻게 모두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임재양 : 성악은 복식 호흡에 좋다고 해서 12년 전에 시작했습니다. 예전엔 노래를 못 해서 어디 가면 노래 시킬까 봐 조마조마했는데요. 요즘엔 누가 시키면 바로 일어나 노래 부르는 게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죠. (웃음) 만약 영어를 지금보다 잘했으면 여러 가지로 방향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그 이야기는 책을 보시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요리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습니다. 주위에서 한때 잘나가던 친구들이 은퇴하고 나서 집에서 요리를 못해서 구박을 받는 겁니다. 저는 그게 참 안타까웠습니다. 딴 일 하다 그런 것도 아니고 평생 일하며 고생했는데 요리 못 한다는 구박을 받으니까요. 그런데 해보니까 정말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못한다고 구박받을 만한 일이 못 되니까 남자들에게 많이 가르쳐주려고 합니다.

 

이희수 : 아파트나 새로 이사 가면 임재양 식 친근 법도 있다고 하셨어요.

 

임재양 : 아이들이 자랄 때 학교 바로 옆으로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를 자주 다녔는데 다닐 때마다 이웃에게 인사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이사할 때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이사 문구를 붙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후배 하나가 인사 잘하는 딸은 잘 지내냐고 묻는 거예요. 딸 인사 문구가 “다른 것은 모르겠고 인사 하나만은 잘합니다.”였어요.

 

이희수 : 이웃에게 가족을 소개하는 방법으로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공동체를 따뜻하게 하는 작은 실천인 것 같은데요. 어떻게 빵을 만들게 되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임재양 : 원래 빵을 좋아하지 않았는데요. 유방암에 걸린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절망하는 게 커피랑 빵을 좋아하는데 암에 걸려서 못 먹겠다고 하는 거였어요. 외국에서는 전부 빵을 먹는데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빵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가 건강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서 건강한 빵을 만들면 환자분들도 안심하고 빵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건강한 빵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빵을 싫어하던 저도 일주일에 세 번은 빵을 먹어요.

 

이희수 : 빵 만들고, 먹을 수 있는 공간 이름이 한입 별당이죠? 어떤 사람이 갈 수 있는 공간인가요?

 

임재양 : 누구나 와도 되는 열린 공간입니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먹는 게 중요하고, 이야기가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함부로 하거나 욕을 하면 안 됩니다. 아내와 둘만 있을 때도 한입 별당의 원칙을 지키려고 하는데요. 처음엔 그 둘을 빼니 할 이야기가 많이 없더라고요. (웃음) 이제는 연습하다 보니 되는 것 같습니다. 둘이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고, 아주 괜찮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희수 : 병원 앞에 살구나무가 한 그루 있죠?

 

임재양 : 개업하면서 심은 살구나무입니다. 제가 병원을 지을 때 <해피해피 브레드>라는 영화를 보고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델에 따라서 힐링을 받을 수 있는 병원,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마냥 영화를 따라 할 수는 없으니 우리 병원만의 상징을 찾으려고 하다가 살구나무를 찾았습니다. 옛날 중국 주 나라에 동봉이란 의사가 있었는데요. 환자들이 치료비 대신에 살구나무를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살구나무는 열매나 씨가 약용으로 유용하게 쓰이거든요. 시간이 지나고 병원 주위가 살구나무 숲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현재도 살구나무 숲은 병원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우리 병원 앞에도 작은 살구나무 한 그루를 심었습니다.

 

이시형 : 임 박사님 이야기 들으니 다시 개업하고싶은 마음이 듭니다. 살구나무 병원 앞으로 100년, 200년 이어가주시길 바랍니다.

 

이희수 : 두 분은 이제 몸뿐만 아니라 마음과 사람을 보는 의사가 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자리에서 다시 선언했으니 앞으로 죽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의사의 말 한마디임재양 저/이시형 그림 | 특별한서재
돌솥으로 밥하는 법을 터득하고, 춤을 배우고, 비 내리는 것을 홀로 지켜보며 펑펑 울 수 있는 의사의 감성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이 책 곳곳에는 이와 같은 에피소드로 공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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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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