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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용기를 갖고 살겠다는 고집

『빵 고르듯 살고 싶다』 편집자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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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아 작가의 짧은 글과 그림을 보았는데, 바로 반해버렸다. 지금 이 순간이 더 좋아지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마법에 걸린 것만 같았다. (2018. 07. 13)

빵고-사진.jpg

 

 

“어떻게 살고 싶나요?”라는 물음에 누군가 “빵 고르듯 살고 싶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상상할 것인가? 어떤 설렘? 소확행?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는 “안녕하세요”라는 첫인사 뒤에 “오늘도 빵, 하셨나요?”라는 질문을 잊지 않는다. 내 입에 넣을 빵을 고르는 일은 내 기분을 살피고, 내 취향을 고소하게 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휴머니스트가 펴내는 ‘자기만의 방’ 시리즈 501호로 나온 『빵 고르듯 살고 싶다』 . 책날개를 펼치니 한 문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나 한 명 정도는 있는 세상이라니 왜인지 마음이 좀 놓인다.” 프로필 위에 이런 텍스트를 넣을 생각은 누가 한 거지? ‘자기만의 방’ 시리즈를 기획하고 만들어가고 있는 편집자 ‘희’를 만났다.

 

다짜고짜 묻겠다. 저자와의 첫 미팅, 빵집에서 했나?

 

헉! 아니다. 휴머니스트 사옥 지하 1층 카페에서 만났다. (아, 망했다. 프랑소와 엄님이 이 인터뷰 재밌어야 한다고 했는데, 첫 대답부터 에피소드가 없다니. 눈물이 주륵주륵…. 땀이 삐질삐질)

 

(웃음) 질문이 아직 많이 남았다. 괜찮다. 자자, 긴장을 풀고! 그나저나 당신, 책임져라! 이 책을 읽으면서, 크로아상 샌드위치 치아바타가 먹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


나는 방금 작가님과 프레첼 앙버터를 먹었다. (자랑입니다만) 미팅 때 작가님이 빵을 자주 사오셔서함께 많이 먹었다. (역시 자랑!)

 

아아아, 요즘 또 유행하는 버터 프레첼? 인터뷰란 원래 자랑에서 시작해 자랑으로 끝난다. 무척 좋은 태도다. 본격적인 질문에 들어가겠다. 『빵 고르듯 살고 싶다』 는 휴머니스트 ‘자기만의 방’ 시리즈 중 501호 책이다. 어떻게 만들게 된 책인가?


‘나를 돌보는 실용적인 지식과 오늘이 행복해지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가 자기만의 방(이하 ‘자방’) 시리즈의 방향이다. ‘오늘이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찾아 헤매던 때, 한 사이트에 연재 중인 임진아 작가의 짧은 글과 그림을 보았는데, 바로 반해버렸다. 지금 이 순간이 더 좋아지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마법에 걸린 것만 같았다. 사적인서점 정지혜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우연히 임 작가의 이야기가 나왔고, 친분이 있던 정 대표를 통해 연락처를 얻어 메시지를 보냈다. 그때 대뜸 팬이라고 고백했다. 기획안에는 이렇게 적었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서 발견한 다양한 ‘삶의 태도’에 대해 ‘자방’ 독자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목차를 보면서 어쩜 이렇게 빵스럽지? 싶었다. 목차에 일러스트를 하나하나 그리고, 빵 이름으로 챕터를 나눌 생각은 어떻게 했나?

 

자방 브랜드의 디자인을 맡고 있는 ‘고민 스튜디오’ 아이디어였다. 원래는 각 장의 시작과 끝에 넣으려고 빵 일러스트와 원고를 준비했는데, 첫 번째 본문 시안에 지금처럼 빵을 배치한 안이 있었다. 이거다! 싶어 전체 구성을 바꿔버렸다.

 

본문 글자색이 갈색이다. 빵답게 하려고 했을까? 서체가 몇 포인트인지도 궁금하고. 프랑소와 엄은 이상하게 자꾸만 이런 것들이 알고 싶다.


후훗! 언제든 알려줄 수 있다. 글자색은 작가가 자가출판한 책들과 삽화 작업들을 보며 처음부터 2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작가의 개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고. 빵 콘셉트이니 당연히 갈색을 생각하긴 했지만, 책에 쓰인 팥과 빵 사이의, 절묘하게 예쁜 갈색은 디자인 스튜디오 작품이다. 서체는 세명조, 10포인트. (어쩌지, 인터뷰가 점점 진지해지고 있다. 식은땀 삐질.)

 

괜찮다. 나는 원래 진지한 캐릭터다. 그나저나 임진아 작가의 본업은 일러스트레이터 아닌가? 글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는데, 웬걸! 읽으면 읽을수록 좋더라. 글의 리듬을 아는 작가라고 할까? 그림 못지않게 글이 좋았다.


작가도 긴 글을 쓰는 건 처음이었다. 사실  『빵 고르듯 살고 싶다』 는 1년여간 2~3주마다 마감을 하며 차곡차곡 쌓은 글이다. 첫 번째 원고가 들어왔는데, 작가도 편집부도 예상했던 것보다 글이 길었다. 하지만 호흡이 무척 좋았고 이대로 쭉 쓰면 좋겠다 싶어 밀고 나갔다.

 

임진아 작가는 “나는 슬퍼도 맛있는 걸 먹고 싶은 사람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피식 웃음을 지은. 포인트이기도 한데, 임 작가의 실제 캐릭터가 궁금하다.


연필로 꾹꾹 눌러 그린 그림 같은 필자. 책에 실린 그림들의 원화를 보고는 이게 바로 임진아 작가다 싶었다. 연필로 그린 원화는 얼핏 보면 쉽게 슥슥 그린 스케치처럼 보였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보니 원하는 형태로 완성하기 위해 몇 번이고 지우고 그리기를 반복한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원화 뒷면에는 그 흔적들이 필압으로 남아 있었는데,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한 그 시간이 고스란히 전해져 울컥한 적이 있다.  


어쩌면 이 책은 ‘세상을 예쁘게 만드는 고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빵 고르듯 살고 싶은 고집인 것 같기도 하고.


쁘띠 용기를 가지고 살겠다는 고집 아닐까. 빵집에 들어가 먹고 싶은 빵을 고를 수 있는 용기, 처음 보는 빵이어도 오늘의 내 빵이라고 하고 기꺼이 선택할 수 있고, 그 빵이 맛없어도 '그렇다면 다음에'라고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혹여 먹고 싶은 빵이 없다면 싹싹하게 빈 쟁반을 내려놓고 빵집을 나설 수 있는, 작지만 나를 지탱해주는 용기들 말이다. 그러면 적어도 내 세상만큼은 예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임진아 작가는 “한때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팥식빵을 선물하곤 했다”고 썼다. 편집자 '희'가 애호하는 빵이 있다면?


책의 Editor’s letter에도 썼지만 모카빵을 좋아한다. 바삭하고 달콤한 껍질(?)과 결이 살아 있는 살(?)을 한 번에 먹었을 때 그 맛과 향. 이때 건포도까지 씹히면 최고! 투박하지만 너그러워 보이는 모양도 좋아한다., 그런데 프랑소와 엄은 어떤 빵을 가장 좋아하나?

 

갓 구운 우유 식빵, 포동포동 부풀어오른 크로아상, 담백한 스콘, 보들보들한 티라미수… 아 그만 하기로 하자. 밤을 새야 한다.


침이 꼴깍.

 

그렇다면 책 쓰느라 수고한 임진아 작가에게 어떤 빵을 사주고 싶나?


빵보다는 쨍한 한낮에 함께 ‘하이볼’을 마시고 싶다.

 

안주는 4장에 등장하는 ‘비스코티’ 어떤가?


좋다! 역시!

 

편집자 ‘희’에게 묻겠다. 무얼 하듯이 살고 싶은가?


‘하듯이’는 아니지만, 평소 ‘개처럼’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책은 도끼다』 에 이런 문장이 있다. “개는 밥 먹을 때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잘 때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한 가지를 더한다면 개는 사소하고 반복되는 일에도 행복해할 줄 안다. 그런 개처럼 살고 싶다. (지금 나.. 갈수록 책 이미지를 망치고 있는 거 같은데…)

 

“염려하지 말라”는 성경 말씀을 전하며. 요즘은 밥보다 빵이 비싼 세상 아닌가? 책이 많이 팔려야지, 임진아 작가가 빵순이의 삶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나친 걱정일까?


(잠시 심사숙고) 두 가지로 답하겠다. 책, 많이 팔리면 좋겠다. 우리 작가님 좋아하는 빵 마음껏 먹으며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이었다. 작가가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 편집자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이 인터뷰도 책(과 작가님)을 위해 하고 있다. 쁘띠 노력이랄까.

 

올 여름, 프랑소와 엄은 ‘쁘띠 행복’을 찾기 위해 전국 빵집 순례를 해야겠다. 이 책을 배낭에 넣고!


후후, 그렇다면 얼마나 고소한 냄새가 풍길까? 상상만해도 빵 고르고 싶다. (웃음) 『빵 고르듯 살고 싶다』  표지 그림을 보고 "오, 이거 어떤 마음인지 알아" 하는 분들에게는 이 책이 꼭 입맛에 딱 맞을 거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또 똑같은 거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는 분들에게는 갓 구운 빵을 먹을 때, 그 설렘을 줄 거라 믿는다. 한가지 더하자면, 빵과 커피와 함께 읽으면 더 맛있다. 빵 얘기가 없는 빵책이지만, 읽고 있으면 자꾸 빵 생각이 날 거다.

 


 

 

빵 고르듯 살고 싶다임진아 저 | 휴머니스트
당당히 좋아하는 빵을, 먹고 싶은 빵을 빈 쟁반에 올려놓을 때의 그 행복감처럼, 거창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지만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작고 귀여운 행복을 담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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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임진아> 저11,250원(10% + 5%)

“안녕하세요. 오늘도 빵, 하셨나요?”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가 일상에서 발견한 행복의 조각들. 우리는 지금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빵집에 들어섰습니다. 빈 쟁반에 새하얀 유산지를 깔고, 조금은 비장한 표정으로 설렘을 품고 빵 집게를 쥐어요. 그리고 빵들 앞에 섭니다. 식빵, 크림빵, 치아바타, 소보로빵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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