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소설가 김봉곤, 작중의 `나`는 소설 밖의 나

『여름, 스피드』 펴낸 김봉곤 작가 인터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여러 가지 말로 표현이 가능하겠지만 문학과 남자에 대한 사랑의 송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2018. 07. 16)

ⓒ김주성.jpg

           ⓒ김주성

 

 

리드미컬하고 감각적인 문체와 서사적 역동성으로 젊고 강렬한 사랑을 그려내는 신인작가 김봉곤의 첫 소설집 『여름, 스피드』 가 출간되었다. 그는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Auto」로 등단할 당시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구효서, 은희경으로부터 “퀴어의 사랑과 이별, 기억, 시간, 장소, 글쓰기 등의 다양한 무늬를 점프 컷과 소격효과 등의 기법을 통해 노스탤지어라는 캔버스에 개성 있게 그려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후 “재기가 넘친다고나 할까. 읽힐 힘을 지닌 작품”(문학평론가 김윤식, 『문학동네』 2017년 가을호), “순간의 감정과 감각에 충실하는 가벼움을 보이면서도, 결코 쉽사리 그 대상을 애도해서 떠나보내지 않는 소설 세계”(문학평론가 강지희, 『자음과모음』 2018년 여름호), “한국문학사에서 퀴어소설의 계보도를 그린다면 가장 빛나는 위치에 두어야 할 소설”(문학평론가 한설, 『문학동네』 2018년 봄호) 등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으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이 시대 한국문학의 가장 신선하고 특별한 성취로 논의되고 있다. 커밍아웃한 첫 게이 소설가, 라는 수식어로부터 파생될 다양한 ‘첫’ 느낌들을 독자들에게 안겨줄 작품집. 뜨겁고 아름답다.
 
첫 소설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출간된 지 보름도 되지 않아 4쇄를 찍을 만큼 굉장히 주목받고 계시는데, 소감이 어떠신지요?

 

안녕하세요. 첫 책으로 첫인사 드리는 김봉곤입니다. 중쇄를 찍을 당시에는 어머 이게 무슨 일이래, 그저 얼떨떨했는데, 3쇄를 찍으면서 실감이 나기도 하고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3쇄 이후의 것은 모두 덤, 이라고 생각하며 그저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기대를 훨씬 상회하는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저 역시 느끼고 있어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말이에요. 그럼에도 가장 지배적인 감정은 ‘기쁨’입니다. 이걸 잊지 않으려고, 그것을 훨씬 더 소중하게 생각하려는 요즘입니다. 
 
『여름, 스피드』 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떤 책인가요?


사실 책이 나오기 전, 이런 소개 문구를 생각해둔 적이 있었어요. 퀴어-학예學藝-로맨스 소설집이라고요!(웃음) 이런저런 고민 끝에 제 입으로 그걸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 거라고 판단해서 묻어두었는데, 어째서인지 이 자리에선 밝혀보고 싶네요. 물리적으로는 2016년 1월의 데뷔작을 비롯해 2017년 겨울까지, 2년 간 발표한 글을 모은 소설집입니다. 데뷔작이 2014~15년에 걸친 시간의 이야기이니 제 30대 초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글이기도 하네요. 여러 가지 말로 표현이 가능하겠지만 문학과 남자에 대한 사랑의 송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여름, 스피드』 하면 표지 이야기가 빠지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 그림을 표지로 선정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2년 전쯤 성석제 선생님의  『첫사랑』  개정판을 보조편집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표지로 쓰일 만한 이미지가 없을까 서칭을 하다 헨리 스콧 튜크를 알게 되었고요. 그때는 바다와 멋진 청년들을 그리는 작가, 정도로만 알아두었습니다. (「첫사랑」의 배경과 헨리 스콧 튜크의 작품은 이미지적으로 거리가 조금 있지요.) 이번에 제 원고를 넘기고 어떤 표지가 좋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그 작가가 다시 떠올랐어요. 제목이 『여름, 스피드』 로 정해지고 나서는 더욱 확신하게 되었고요. <Beach Study> 속 인물이 영우를 바라보는 화자의 모습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체형은 다르지만요!) 이 그림으로 표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는 작가의 정보를 더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 빅토리아 시대의 클로짓 게이였음을, 1970년대에 와서 미국 게이 커뮤니티에서 재발견된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요. 이 작품을 제 첫 소설집의 표지로 하는 것도 꽤 의미가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평소 계보를 따라가며 독서를 하고 또 의식하며 쓰는 편인데요, 이렇게 퀴어가 있었음을 재발견하고 잇고 다시 보여주는 작업을 소설 외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품들을 읽다보면 직접 경험해본 것이 아니면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확신이 들 만큼 섬세한 묘사들이 참 많은데요. 작중의 ‘나’에게 작가님의 모습들이 얼마나 투영되어 있나요?


작품마다 달라요. 등단작 「Auto」의 경우는 제게 있었던 일, 생각했던 일을 그대로 옮겼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그 외의 작품들은 제가 겪은 실제의 사건이 꼭 들어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일도 이야기를 위해 첨가한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 라고 딱 잘라 구별할 수는 없고요.  등단작을 쓸 당시 어떤 ‘순정함’은 제게 너무 중요한 화두였지만 이제는 조금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작중의 ‘나’는, 나의 생각은, 나의 행동과 선택 들은 소설 밖의 저 역시 할 것이라고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여름, 스피드』  를 SNS에서 찾아보면 '사랑'이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언급되는데요. 그 정의에 대해 찾아보고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는 분들이 참 많았어요. 작가님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합니다.

작가의 말에 사랑이 들어가서 그런 것일까? 추측했는데, 돌이켜보니 사랑이라는 단어를 소설 속에서도 헤프게 써온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그건 저의 정체성과 밀접하겠지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겠지만, 일단은 ‘동성애자’로 저를 표현 내지는 소개할 수 있겠고, 그렇다면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 의 이야기를 쓰려다보니 사랑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지 싶어요. 사랑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말하기에는 이 지면은 너무 좁군요! 대신,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김현 시인의 아름다운 산문 한 구절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시에 죽음이니 인생이니 하는 큰 말, 쓰셔도 되고요, 여성적인(?) 건 사소한 거라고 하니 쓰세요. 동성애는 보편적인 게 아니라니까 쓰시고요. 여러분 안 되는 것에 되는 예술이 있다.” (웹진 비유 1호 <다섯 가지 힘을 하나로 모으면>)
  
독자분들이 여름, 스피드』  를 어떻게 읽어주셨으면 하는지 작가로서의 바람이 있다면요?


이건 작가가 바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일단은 행사를 통해 독자들을 많이 만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는 SNS의 반응으로만 미지의 독자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이제 정말 실재하는 독자님들을 만날 생각에 많이 들떠 있습니다. 그러는 동시에 가을호 단편소설 마감을 해야겠지요. 벌써 너무나 늦어버렸습니다! 우발적으로, 기분에 따라 결정하고, 실행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긴 계획을 세우고 있지도 않습니다. 기껏해야 두 계절 정도를 내다보는 정도이고요. 여름이 가기 전, 제 책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을 최대한 많이 기억해두려 계획중입니다. 운이 좋다면 거기에서 새로운 소설이 시작될 수도 있겠다고, 부디 그랬으면 하는 마음으로 올여름을 날 계획입니다.


 

 

여름, 스피드김봉곤 저 | 문학동네
사회적 편견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그런 자신과 같은 사랑의 대상을 발견하고,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은유의 막’을 찢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여름, 스피드

<김봉곤> 저11,700원(10% + 5%)

그와 함께했던 봄과 여름이 쏟아져들어왔다… - 보편과 특수, 허위와 진정성의 경계를 지우고 독자들 앞에 선보이는 ‘그’와 ‘그’의 사랑 리드미컬하고 감각적인 문체와 서사적 역동성으로 젊고 강렬한 사랑을 그려내는 신인작가 김봉곤의 첫 소설집 『여름, 스피드』가 출간되었다. 그는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이토록 매혹적인 외국어 공부

인간은 언어를 구사하는 존재다. 우리가 언어를 배우는 이유는 보다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다. 외국어 공부는 보다 넓은 세계도 보여준다.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응용언어학자 김미소 두 저자가 쓴 글을 읽으면 미치도록 외국어 공부가 하고 싶어진다. 영어, 일어 모두.

배우 문가영이 아닌, 사람 문가영의 은밀한 기록

배우 문가영의 첫 산문집. 문가영은 이번 에세이를 통해 ‘파타’라는 새로운 얼굴을 통해 자신의 내밀한 언어들을 선보인다. 자신을 경계인으로 규정하며, 솔직한 생각과 경험을 형태와 시공간을 뛰어넘어 실험적으로 다뤄냈다. 앞으로의 그녀가 더 기대되는 순간들로 가득 차 있는 에세이.

자유롭고 행복한 삶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유로운 삶에 도달한 68만 유튜브 크리에이터 드로우앤드류의 신간이다. 남에게 보이는 삶을 벗어나 온전한 나의 삶을 위해 해온 노력과 경험을 들려준다. 막막하고 불안한 20-30대에게 자신만의 삶을 방식을 찾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사교육의 나라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잡기

단돈 8만 원으로 자녀를 과학고에 보낸 엄마가 알려주는 사교육을 줄이고 최상위권 성적으로 도약하는 법! 고액의 사교육비와 학원에 의존하는 대신, 아이의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위해 부모가 가정에서 어떻게 올바른 학습 환경을 마련하고 노력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