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읽어보시길

『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산다』 편집 후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 글을 다 썼으니 퇴근을 한다. 아, 퇴근이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키는 대로 산다면 그 얼마나 유토피아일까! (2018. 07. 20)

그럼에도내키는대로산다_편집후기_사진_흐름출판.png

 

 

나는 서른 살. 여성. 미혼의 편집자다. 굳이 이렇게까지 밝힐 필요 없는데 왜 내가 이 이야길 하냐면 이십대 후반부터 줄곧 이어진 소개팅에서 혹은 엄친딸의 자랑을 듣는 자리에서 엄마 친구가 그다음으로 나에게 시선을 돌려 무슨 일하냐고 묻는 질문에 답하면 이어지는 질문은 그래서 출판사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하냐고다. 몇 년째 말하면 답하는 스킬이 늘 것도 같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어떻게 이해를 시켜야 할지 더듬거리기만 한다. 사실 그 더듬거림에는 괜찮은 여성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과 엄마 자존심을 세워주는 좀 더 있어 보이는 단어를 고르는 시간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참 남의 시선 신경 많이 쓰며 살았다. 머리가 길어 나이 들어 보인단 친구의 말에 충동적으로 머리를 자르기도 해보고, 손이 안 예쁘단 다른 사람의 말에 네일샵에서 꾸준히 손톱 관리도 받아봤다. 그뿐인가? 일할 때는 어떤가. 제목 하나 지을 때마다 카피의 토씨 하나 바꿀 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고 내 취향 아닌데,라는 대답이 돌아오면 그럼 다른 걸로 바꿀까 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취향 그거 참 다양한데. 꼭 다른 사람 의견에 흔들리지 않아도 되는데. 그건 네 취향이거니 하고 존중하면 그만인데, 남을 신경 쓰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건지. 나는 마감 때까지 전전긍긍하며 다른 사람 의견을 살핀다. 물론 겉으로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는 양, 네 의견에 흔들린 게 아니라 난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잘 기울이는 사람이야라는 듯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무튼 오후 2시 지금도 남의 시선 신경 쓰느라 밀려오는 잠을 숨기고 새어나오는 하품을 참아가며 키보드를 치고 있다. 졸리면 살짝 눈을 감을 수도 있고, 피곤하면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할 수도 있는데. 그 남의 시선이 뭔지. 내게 집중되는 여러 개의 눈을 피해. 이렇게 몰래 잠을 참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 내 맘대로 살아도 부족한데. 매 순간 이렇게 남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내 취향일랑 저 멀리 던져버리고 내 마음일랑 저 깊이 숨겨버리고 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답답하고 갑갑하고 여기가 어디 내가 누구하는 멘탈 붕괴에 상황이 오는데 그때쯤이 퇴근 시간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늘 또 내가 뭘했나 싶다가 사는 게 다 그렇지 뭐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머릿속으로는 슬그머니 이 사회의 틀에 반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 나오는 것이다.

 

이때쯤 꺼내든 원고가 있었으니 바로 『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산다』  였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저자는 나와 비슷한 삶을 사는 것 같으면서도 유연하고 균형 있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나답게’를 잃지 않고 ‘부지런하게’를 외치지 않으며 다른 사람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적당히 즐거울 정도로 살고 있었다. 여기서 ‘적당히 즐거울 정도’가 포인트다. 너무 즐겁게 살고 있었다면 난 아마 이 원고에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적당히’가 현실적이어서 하루하루 내 삶에 포개질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이어서 그래서 이 원고가 좋았다.

 

그래서 또 나는 이 책을 읽으면 아마 사회의 틀에서 살고 있는 무료한 당신에게 반짝, 하고 힘을 주지는 못해도 적어도 나다운 게 뭔가라는 생각은 하게 해줄 거라고, 아니 적당히 즐거운 방법을 찾는 힌트는 줄 거라고, 그것도 아니라면 심심한 당신의 시간을 조금은 즐겁게 채워줄 것이라고 얘기하는 책팔이 편집자가 되어본다.

 

 


 

 

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산다이유미 저 | MY
우리가 다르지 않은 삶 아래에서 남들 시선을 신경 쓰느라 나다운 게 뭔지 잊었다면 지금부터는 내키는 대로 하고 살라고, 그게 안되면 그러고 싶어하며 살면 되는 것이라고 툭툭 힘을 보태준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경애(흐름출판사 편집자)

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산다

<이유미> 저12,420원(10% + 5%)

힙스터들의 인사이트로 유명한 29CM의 총괄 카피라이터이자, 『문장 수집 생활』 『사물의 시선』의 저자 이유미가 드디어 첫 번째 일상 에세이를 선보인다. 그동안의 저서들이 카피라이터로서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은 책이었다면 이번 책 『그럼에도, 내키는 대로 산다』는 말 그대로 내키는 대로 쓴 그녀의 소소한 일상이다...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나의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좋을 단 하나, 사랑

임경선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주인공의 일기를 홈쳐보듯 읽는 내내 휘몰아치는 사랑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자기 자신을 잃어가면서도 그 마음을 멈추지 못하는, 누구나 겪었을 뜨거운 시간을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표현해낸 소설.

매혹적인 서울 근현대 건축물

10년째 전국의 건축물을 답사해온 김예슬 저자가 서울의 집, 학교, 병원, 박물관을 걸으며 도시가 겪은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살펴본다. 이 책은 도시의 풍경이 스마트폰 화면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며, 당신의 시선을 세상으로 향하게 해줄 것이다.

2024 비룡소 문학상 대상

비룡소 문학상이 4년 만의 대상 수상작과 함께 돌아왔다. 새 학교에 새 반, 새 친구들까지!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처음’을 맞이하고 있는 1학년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이 눈부신 작품. 다가오는 봄, 여전히 교실이 낯설고 어색한 친구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전한다.

마음까지 씻고 가는 개욕탕으로 오시개!

『마음버스』 『사자마트』 로 함께 사는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김유X소복이 작가의 신작 그림책. 사람들이 곤히 잠든 밤, 힘들고 지친 개들의 휴식처 개욕탕이 문을 엽니다! 속상한 일, 화난 일, 슬픈 일이 있을 때, 마음까지 깨끗히 씻어 내는 개욕탕으로 오세요!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