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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개는 사라지지 않는다

『검은 개가 온다』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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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수는 너무 수줍어서 라상표를 죽였다”라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깨달았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2018. 08. 07)

검은 개가 온다_사진.jpg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전 세계 2위를 차지하는 국가다. 한국인 전체 사망 원인 중 자살은 4위이며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라고 한다. 잘 와 닿지 않는다면 이런 통계는 어떨까. 대한민국에서는 하루에만 40여 명의 사람들이 자살을 한다. 자살의 80%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으로 발생하고 우울증, 공황장애, 조현병 등 정신질환 뉴스가 연일 화제다. 연예인들의 마음의 병은 날로 심각해지고,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이미 위험 수위를 훌쩍 넘은 지 오래라는데 어느 날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드는 거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왜 정작 내 주변에는 아무도 정신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을까?

 

그러던 중 송시우 작가의 검은 개가 온다』  를 만났다. “전학수는 너무 수줍어서 라상표를 죽였다”라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깨달았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지금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자살을 결심한다고 해도 나는 전혀 모를 수 있다는 것을.

 

『검은 개가 온다』  에 등장하는 ‘검은 개’는 우울증을 비유하는 단어다. 평생 우울증을 앓았다고 알려진 윈스턴 처칠은 “내 평생을 따라다닌 검은 개가 있다”라고 말했다. 『검은 개가 온다』 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사람들, 내면의 검은 개에게 쫓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은 일단 끝내주게 재밌다. 통상적으로 한 작품을 편집하려면 적어도 세 번은 꼼꼼하게 읽는다. 평소 독서하는 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오직 세상에 나와 활자만 존재하는 듯이 전투하는 자세로 읽는다. 반복적인 읽기를 하다 보면 매번 흥미롭고 재밌는 작품은 사실 많지 않은데 나에게 검은 개가 온다』 는 작업 내내 재밌는 책이었다. 이미 반전을 알면서도 읽을 때마다 감탄했고 끝내 검은 개를 길들이지 못한 인물에게 연민을 느꼈다. 참고로 송시우 작가는 ‘모든 출간작의 영상화 계약 완료’라는 기록을 보유한, 영미권과 일본이 판치는 한국 장르문학계의 기대주다.

 

책 작업을 하면서 내 화두는 오직 우울증뿐이었다. 관련 책과 영상을 찾아보고 주변 사람들과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에서 배운 지식을 공유하기도 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우울증의 심각성에 대한 긴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친한 지인 몇몇이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고 커밍아웃을 하기도 했다. 약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해 수면제를 복용하는 사람, 조울증과 불안장애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어야 일상생활이 가능한 사람…… 그들의 고백을 들으며 나는 또 고민에 빠졌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용기 있는 고백에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담담하게 넘어가야 할지, 안쓰러워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던 나를 기억한다.  

 

이는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현대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인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에서 기인하는 사회적 문제다. 정신질환이 의지의 문제가 아닌 심신의 고통과 사회적 기능 손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는 송시우 작가의 말처럼, 타자로 분류되는 우울증 환자가 나와 다른 존재가 아님을 인지하는 순간 사회적 문제는 개인의 것이 될 것이다. 검은 개가 온다』  를 편집하면서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내내 마음속으로 한 가지만 바랐다. 이 책이 장르소설 안에만 갇히지 않고 좀 더 많은 독자들에게 가닿을 수 있기를. 검은 개에게 물려 고통스러워하는 독자가 한 명이라도 더 이 책을 만날 수 있기를. 그래서 검은 개가 또다시 자신을 해치지 못하도록 훈련시킬 수 있기를. 결국에는 더 아프지 않기를.

 

 


 

 

검은 개가 온다송시우 저 | 시공사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 우울증을 약물로 치료하는 것에 대한 상반된 입장, 그로 인해 야기되는 혼란 등 정신질환 문제를 두 건의 살인 사건을 통해 다각도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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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예원(시공사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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