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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뭔지나 알고 피하자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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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술과 담배와 같이 합법적 중독물질이 훨씬 몸에 해롭다. 너무 강력한 ‘마약과 전쟁’은 마약제조와 유통이 아주 큰 돈벌이가 되게 만들어서 도리어 없앨 수 없는 어둠의 산업으로 만들어버리는 역효과만 만드는 것이라는 지적은 뼈아픈 구석이 있다. (2018. 0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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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불법 매매가 증가했다는 증거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정신과를 전공하면 외국서적을 교과서로 달달 외우듯이 공부하게 된다. 우리 현실과 다른 점들도 많은데, 특히 마약과 같은 물질 중독에 대한 분량이 상당히 많은 것이 특이한 점이었다. 과용에 의한 중독 증상, 의존과 금단증상이 각각의 약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공부한다. 물질에 따라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다르므로 몇 시간까지 검출이 가능한지, 소변, 혈액, 모발검사마다 시간이 모두 달라서 그걸 외우느라 고생을 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문제는 이렇게 외우고 시험은 치르지만 막상 실제 환자를 볼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것. 더욱이 한국에서 당시 자주 보던 본드, 부탄가스 중독은 교과서에 거의 언급이 되지 않았으니까. 이상하다고 여길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마약청정국에 속하고,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덕분이다. 그러니 청소년들이 부탄가스나 본드와 같은 흡입제로 마약 비슷한 효과를 내는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불쌍했다. 흡입제의 환각 효과는 뇌를 망가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20년전에는 아주 가끔 유학생들이 대마초나 LSD중독으로 오게 되면, 신기하면서 한편으로 ‘돈이 있으니 마약도 좋은 걸 하는 구나’라며 한국 청소년에 대한 측은지심을 갖기도 했다.

 

세월이 지나, 몇 년 사이 의료와 관련해서 마약관련 환자들을 부쩍 많이 보게 된다. 아편성 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다가 중독증상이 생긴 환자들이다. 암 치료를 하거나 수술이후의 극심한 통증을 조종하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한다.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제한적으로 짧은 시간을 사용하면 매우 효과적이고 의존성이 생길 위험은 별로 없다. 하지만, 장기간 사용하거나, 통증이 지속되면 복용량이 늘어나고, 약에 의존성이 생기고, 약효가 떨어지면 심한 금단증상을 경험하게 되어 통증 자체는 없어졌지만 약은 끊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 경우 내과나 외과 의사가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도록 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에 미국에서 펜타닐, 오코돈 등 아편성 진통제 중독이 증가하고 있어서 미국 4개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동시에 대마초의 경우는 식욕을 돋구고, 구토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어서 항암요법을 하는 환자에게 치료적으로 사용을 미국의 경우 30개주에서 허용하고 있다. 즐거움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까지 허용한 곳도 9개 주다. 그렇지만 일부의 우려와 달리 교통사고나 불법 매매가 증가했다는 증거는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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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 해온 물질

 

우리가 삶을 파탄 낸다고 고정관념으로 알고 있는 마약, 의외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나 네덜란드 같은 곳에서는 대마초 정도는 즐거움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다. 마약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재조정 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여기에 최적의 책을 한 권 발견했다. 오후의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이다. 나는 저자 ‘오후’가 나와 같은 전문가가 아니라서 더 좋았다. 저자는 영화를 공부하다 기자, 작가 등으로 일을 하며 세계일주라 밝힐 만큼 많은 곳을 여행을 한 바 있다. 요즘 유행하는 유튜브나 팟캐스트에서 독자적으로 정리하고 공부한 내용을 주절주절 방송하듯이 구어체로 이 책을 구성하였다. 그런 면에서 가르치려 하는 자세보다 “이런 거 나도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되었어요. 진짜 흥미롭지 않아요?”라고 말을 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분위기로 책이 구성되어 있다. 보통사람의 눈에서 마약이란 존재를 좍 펼쳐서 훑어보았다는 점에서 마약하면 떠오를 ‘viewer discretion is advised’나 매우 전문적인 내용에 대한 부담은 거의 없다.
 
먼저 ‘마약(痲藥)’이란 단어의 마가 마귀 마魔가 아니라 저리다, 마비 되다를 의미하는 痲라는 것에서 이야기를 푼다. 즉, 누구를 홀리기 위해 사용한 게 아니라 처음에는 진통제이자 마취제로 시작한 것이다. 대담하게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실로시빈이라는 환각 물질이 포함된 버섯을 먹은 원숭이가 뇌를 자극받고 시력이 좋아지면서 급격히 진화하게 되었다는 ‘마약원숭이’론을 테렌스 멕케나의 저서를 인용해 언급한다. 그만큼 인류에게 지금 마약으로 분류되는 물질들은 신이 의지력을 실험하기 위해 던져놓은 유혹의 물질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 해온 물질이니 중립적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기원전 3천년 전 이집트, 메소포타미안의 고대 문명의 그림, 토기를 보면 양귀비, 대마, 코카잎, 환각버섯등을 사용한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도 아편을 고통의 구원자라 부르며 ‘명약과 독약의 차이는 복용 비율에 의존한다’고 했듯이 가치중립적으로 마약을 바라보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신성한 존재로까지 보아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신이 등장할 때 양귀비가 함께 있기도 한다.  

 

이렇게 사랑받던 마약에 대한 시선이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로마의 국교가 기독교로 공인되기 시작한 후로 저자는 본다. 엄격한 윤리의식을 갖고, 이교도에 대한 배척의식을 가진 기독교는 강력히 마약과 알코올을 금지시켰다. 더욱이 신체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것도 금지한 것이 고통은 신이 내린 처벌이니 신앙으로 해결할 일이라 믿은 덕분이다.


이와 같이 저자는 아주 재미있게 마약이 어떻게 인간사회에서 위치를 갖게 되었나 설명한다. 그리고 WHO에서 지정한 여러가지 중독성 물질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맨 앞자리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카페인이다. 카페인도 중독이 되고, 80잔 정도의 커피를 한 번에 마시면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의존성이 생기는 물질이다. 그외 대마초, 양귀비, 코카인등 천연마약, 히로뽕, 엑스터시와 같은 합성마약의 유래, 작용기전등을 설명한다. 기초지식이 없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써놓아서 읽는데 큰 부담이 없다.
 
미국의 금주법의 시행이 어떤 반작용이 있었는지, 대마초의 합법화를 하면 그것이 디딤돌이 되어 더 강한 마약으로 진입할 것이란 반대가 있는지 실제로 그런 증거가 있는지 확인을 하는 등 평소 우리가 궁금해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서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간단히 결론부터 말하면 대마초가 합법화된 네덜란드에서 대마초를 피우는 인구는 8%정도다. 이들중 아편, 코카인과 같은 강한 마약을 사용하는 사람은 그들 중 10%이고, 사회생활이 안될 정도의 중독자는 이들의 1/9이다. 이는 미국의 마약중독자 수치보다 적다고 한다.

 

 

합법적 중독물질이 훨씬 몸에 해롭다

 

우리가 마약에 대해서 너무 많은 오해를 하고 있었나하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한 여러가지 팩트를 저자는 펼쳐 놓는다. 차라리 술과 담배와 같이 합법적 중독물질이 훨씬 몸에 해롭다. 너무 강력한 ‘마약과 전쟁’은 마약제조와 유통이 아주 큰 돈벌이가 되게 만들어서 도리어 없앨 수 없는 어둠의 산업으로 만들어버리는 역효과만 만드는 것이라는 지적은 뼈아픈 구석이 있다. 그런 면에서 강한 억제책을 쓰는 한국에서도 위험징후들이 보인다고 지적한다. 히로뽕(메스암페타민)이 가장 흔하게 적발되고 유통되는 마약이라는 점도 위험하고, 특히 최근 북한에서 이를 사용하던 이들이 탈북을 하여 넘어와 한국에 정착을 하면서 탈북자 범죄자중 불법 마약 사용혐의가 늘어나는 것도 우려할 일이라고 말하는 바는 현실을 예리하게 반영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는 마약과 같은 중독성 물질에 대해 꽤 많이 공부했고 잘 알고 있다고 여겨왔던 나도 ‘어? 이런 거였어?’라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역사와 문화 이야기, 더 나아가 최근 정보로 업데이트 되어있는 통계자료들로 우리가 고정관념으로 알고 있는 마약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가치중립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마약은 물론 근본적으로 위험한 물질이고 잘못하면 몸과 영혼을 황폐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렇지만, 합리적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두려움과 분노 이전에 우선 중립적 정보를 충분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는 중독성을 잘 갖추고 있는 책이다. 한 번 잡으면 쉽사리 손에서 놓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단숨에 읽어 클리어를 해버렸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오후 저 | 동아시아
마약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하던 미국도 대마를 합법화하는 추세고, 우리나라도 의료용 대마 합법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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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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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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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마약의 역사, 태초에 마약이 있었다 우리는 ‘마약’이라고 하면 무조건 나쁜 것으로, 한 번 손대면 절대 끊을 수 없는 악마의 약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마약은 일종의 법적인 개념이다. 효과나 위해성, 중독성들이 서로 다른 약물들을 필요에 따라 ‘마약’이라는 범주에 넣어 분류하는 것이다.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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