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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이해하는 것보다 느끼는 그림책”

『아빠의 이상한 퇴근길』 펴내
아이들에게 러브 레터를 쓰는 심정

꼭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게 같이 읽고 나서 서로의 일상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해하는 것 보다 느끼는 것이 더 강력한 것 같아요. (2018. 09. 28)

엄지혜 사진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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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 우리 딸들, 여태 안 자고 기다렸어?
첫째 딸 : 오늘은 일찍 온다고 약속했잖아! 아빠는 왜 맨날 늦어?
막내 딸 : 아빠! 아이스크림 사 왔어?

( 『아빠의 이상한 퇴근길』  에서)

 

아빠는 퇴근하고 싶다. 정시에 퇴근해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싶다. 그런데 자꾸만 엄청난 일이 터진다. 부장님이 자꾸 부르고 해외 거래처에서 전화가 오고, 보스는 뜬금없이 으르렁댄다. 결국 보스를 달래기 위해 회식이다. 술에 취한 보스를 택시에 태워 보내고, 이제 겨우 집에 갈 수 있나 했더니 후배가 회사 일이 힘들다며 엉엉 울기 시작한다. 집에 가는 버스를 놓치고 후배를 위로하기 시작한다.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사오기 만을 기다리는 딸들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리지만, 후배를 그냥 돌려보낼 순 없었다. 아빠도 후배 같은 시간을 건너왔기 때문이다.

 

야근을 많이 부모라서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면, 이 그림책을 눈여겨보자. 『아빠의 이상한 퇴근길』 . 수상한 퇴근길도 아니고 이상한 퇴근길? “도대체 아빠는 왜 퇴근을 늦게 하냐?”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다면, 아이와 함께 이 그림책을 읽어보자.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아이도 부모도.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일만큼 소중한 시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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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러브 레터를 쓰는 심정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그림책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어서 무척 반가운 마음입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2년여 전에 비교적 조용한 곳으로 이사했어요. 계획한 일이 있어 작업실 생활을 정리하고 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일을 하면 여러가지로 불편하고 작업 시간도 줄어들 것 같아 걱정했지만 오히려 더 편한 느낌입니다. 생계형(?) 작가로서 규칙적으로 일하다 보니, 1년에 두 권씩 꾸준히 출판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시리즈가 연작으로 나오고 있어요. 이 소재를 계속 다른 방식으로 그리시는 작업이 놀랍고 반갑습니다. 왜 이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으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마 요즘 제 화두이기 때문일 겁니다.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이와 개인으로서 나, 그리고 아이와 부모로서의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업에도 그런 생각이 반영되는 것 같아요. 일례로  『아빠가 달려갈게』 는 아이가 노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에게 러브레터를 쓰고 싶어지더라고요.(웃음) 그렇게 탄생한 작업이 『아빠가 달려갈게』 였어요.
 
이번 신작  『아빠의 이상한 퇴근길』 은 어떻게 출발한 작품인가요?

 

오래 전에 간략하게 써 두었던 원고입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가 한참일 때, TV 다큐멘터리를 보고 떠올렸던 이야기입니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어느 아빠의 인터뷰가 인상깊었어요. '아이와 같이 놀아 줘야 하는데, 내가 빠지면 이 집회도 힘이 빠질 것 같다. 그래서 계속 참가하고 있다. 아이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빠로서의 역할, 직장인으로서의 역할, 시민으로서의 역할도 모두 힘겹게, 그러나 열심히 해 나가는 아빠의 모습에서 출발한 작업이었지요.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해서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가 바로 거절 당했습니다.(웃음) 몇 년이 지난 뒤, 그 원고를 기반으로 해서 나온 작업이  『아빠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였어요. 이런 얘기를 책읽는곰 출판사에 했더니 "그 얘기 재미있는데요!"라고 해 주셔서, 원래 원고를 다듬어서 이번에 출판하게 되었어요.
 
스토리를 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무겁지 않게, 가볍고 재미있게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은 실제 촛불 집회 장면을 그려 넣고 싶었어요. 촛불 집회를 보면서 떠올린 이야기이기도 하고, 고단한 집회였지만 촛불의 빛이 역설적이게도 아름다워 보였어요. 그래서 꼭 그려 보고 싶었죠. 하지만 편집부와 여러 차례 논의 끝에 오렌지를 줍는 장면으로 바꿨습니다. 그동안 촛불의 상징성이 너무도 커졌다는 이유였습니다. 자칫 촛불을 소재적으로 활용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어떤 아빠라도 흔히 경험할 수 있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만 있으면 선뜻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계속 촛불 이미지를 고집했었지만, 결국에는 편집부 의견을 받아들였죠.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책 속에 담긴 다른 에피소드는 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저 또한 익히 경험했던 일에서 나온 거예요. 정말 바쁜데 내 앞에 선 손님이 주문하는 내내 버벅거리고, 겨우 끝났다 싶으니까 포인트 카드를 여러 장 내밀고, 그걸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산 오류가 생기고…… 어휴! 제 경험에서 나온 에피소드들을 적극 활용했어요.
 
주인공 아빠가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습니다. 아이보다 더 사랑스러운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 아빠는 작가님께 어떤 이미지의 인물인가요?

 

평소 파마 머리를 한 아저씨들을 보면 재밌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동생이 놀러 왔는데 파마를 했더라구요. "도대체 왜?" 하고 물었죠.(웃음) 꼭 동생을 모델로 그린 건 아니었는데, 그려 보니 동생과 닮아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머리카락은 안테나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고등학생 때 머리 모양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유도 그렇고, 군인들의 머리를 짧게 자르는 이유도 그렇고……. 뽀글이 파마 머리는 이런저런 생각이 얽히고 설킨 것 같이 보이곤 했어요. 그래서 여러 걱정을 안고 사는 이 시대 아빠들과 어울린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런 파마 머리에 넉넉한 마음을 가진 아빠, 딸아이들 성화에 핑크색 와이셔츠만 입는 아빠를 상상했습니다. 
 
그림책에 아빠의 상사가 ‘사자’의 형상으로 등장합니다. 왜 사자일까요? 물론 예상은 되지만요.

 

예상하신 것이 맞습니다.(웃음)

 

(웃음) 책 뒤쪽에 섬네일 스케치가 실려 재밌었습니다. 요즘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어떻게 하면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예요. 그래서 뒷면지에 실린 섬네일 스케치(손톱 스케치)가 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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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그림책, 대사를 외울 정도예요

 

전작  『엄마를 구출하라!』 의 주인공 ‘나로’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나로는 펄럭이와 잘 지내고 있나요? 작가님의 상상 에너지는

 

나로는 제 머릿속에 잘 있습니다.(웃음) 제 아이들도 "4편은 언제 나와? 왜 안 그려?"라고 가끔 질문해요.  『아빠의 이상한 퇴근길』 에도 나로가 이름으로 등장하고, 오렌지 줍는 장면에는 펄럭이도 등장합니다. 이 이야기의 줄기는 아빠의 상상 에너지이니까요. 노하우라기보다 버릇인데요. 재미있는 상황이나 사람, 물건 등을 보면 뚫어져라 관찰합니다. 그래서 가끔 오해도 받습니다. 당연한 반응일 거예요. 트레이닝복 차림에 슬리퍼 신고 모자까지 푹 눌러쓴 사람이 뚫어져라 바라보면 무섭죠. 그럴 때는 다가가서 "저 나쁜 사람 아니예요! 그림책 작가거든요! 지원이 병관이 시리즈 아시죠?"라고 외치고 싶어요. 그러면 더 무서워하겠죠.(웃음)
 
두 아이는 아빠의 요즘 그림책을 어떻게 읽고 있나요?

 

아빠 책을 대체로 좋아해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특히 이번에 나온 『아빠의 이상한 퇴근길』 은 인기가 좋습니다. 타조와 거북이 페이지는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로 좋아합니다.

 

2015년 <채널예스> 인터뷰에서 “부모도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고 하셨는데요. 요즘도 두 아이에게 사랑을 많이 표현하고 계신가요? 어떤 말을 주로 해주시나요?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게 됩니다.
 
요즘 강연도 종종 하시나요? 강연을 듣는 아이들에게 가장 해 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와 잘 그린다. 어떻게 이렇게 잘 그려요?" 강연이 끝나면 사인과 그림 한 장씩 그려줍니다. 그럴 때면 꼭 나오는 아이들의 고마운 칭찬입니다. "아저씨가 이걸 얼마나 많이 그렸겠어? 아마 1,000번도 넘게 그렸을 걸! 그래서 잘 그리는 거야 많이 했으니까."라고 대답해 주죠 
 
정시 퇴근을 못하는 부모들에게 또는 칼퇴를 못하게 만드는 기업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근무 환경의 개선은 한 개인의 선언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법과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퇴근길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작업실 생활을 할 때 퇴근하면서 주로 걱정들을 끄집어내 곱씹었던 것 같아요. 돌이켜 보면 쓸데 없는 걱정들이 많았죠. 막연한 불안감 말이죠. 막연한 불안감은 지금도 따라 붙어요. 이 시대를 사는 부모들도 다 같은 마음일 것 같습니다. 표지에도 등장하고 이야기 마무리에 등장하는 공룡은 막연한 불안감을 상징한다고 생각하며 작업했어요. 편집부에서도 동네 불량배 정도로 생각했으니, 독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겠지만, 저는 실체가 없는 막연한 불안감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공룡으로 표현했습니다. 집에서 일을 하니 퇴근길이 없어졌습니다. 아이들이 들어올 때가 퇴근 시간이죠. 아이들이 들어오면 다치지 않을 정도로 격하게 안아 줍니다.  그래도 산책할 때 가끔 그 공룡 녀석이 입을 쩍 벌리고 따라붙습니다.(웃음)

 

퇴근길에 사가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무엇인가요?

 

물론 아이스크림이지요. 지나치게 좋아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누군가 퇴근길에 작가님을 위한 간식을 사간다면, 무엇이 가장 좋으세요?

 

야구를 좋아해서 8시 즈음이면 야구를 보고 있습니다. 야구 보고 있으면 치킨보다는 족발이 먹고 싶죠. 그나저나 LG트윈스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단장부터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아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아빠의 이상한 퇴근길』 을 어떻게 읽어주면, 아이들이 더 아빠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될까요?

 

꼭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게 같이 읽고 나서 서로의 일상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해하는 것 보다 느끼는 것이 더 강력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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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아빠의 이상한 퇴근길김영진 글그림 | 책읽는곰
곤히 잠든 아이들의 귓가에 아빠의 진심 어린 사과가 꿈결인 양 아득하게 들려옵니다. 세상 모든 아빠들을 대신한 유쾌한 변명, 세상 모든 아빠들을 향한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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