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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특집] 우아하게 일하는 방법 - '배달의 민족' 장인성

<월간 채널예스>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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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은 어째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빛나고 우아한 형제들은 왜 일하고 싶은 회사가 되었을까? 브랜드의 대표 마케터이자 스스로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노는 ‘궁극의 워라밸’을 실천하고 있는 장인성 이사의 말을 듣다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2018. 10.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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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형제’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요?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님과는 이전 회사에서 같이 일한 적이 있습니다. 같은 프로젝트에서 대표님은 디자이너로, 저는 마케터로 일했었죠. 그때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훗날, 대표님이 퇴사하고 지금의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을 만드셨고, 저는 그로부터 2년 후에 마케터로 제안을 받았는데, 대표님이 대표로 있는 회사라면 일을 일답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랜드의 ‘CBO(Chief Brand Officer)’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떤 역할인가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알고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래서 써보고 싶게 만들고 가까운 사람들과 배민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배민은 사회초년생들을 핵심 고객으로 삼고 있는데요, 그들과 공감하며 그들이 재미있어하고 그들과 같이 놀만한 ‘배민신춘문예’ ‘배민치믈리에자격시험’ 등의 브랜딩 캠페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배민문방구’라는 이름으로 재미있는 물건을 만들어 팔기도 합니다. 십여 명의 마케터들과 함께 일하는데, 제가 맡은 일은 주로 일을 만들어내거나 없애는 일입니다.

 

근로시간단축법으로 워라밸이 화두인데, 우아한 형제들은 이전부터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습니다. 

 
저희는 2017년 부터 주 4.5일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월요일 오전에 출근을 안하는 건데, 4.5일이라고 금요일에 ‘일찍 퇴근하세요’ 하면 사실 퇴근 못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근데 ‘월요일 오전에 나오지 마세요’ 그러면 이건 잘 지켜지는 것 같습니다. 실제 ‘월요일 오전’이라는 시간은 2~3시간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작은 시간으로 구성원들이 한 주의 시작을 여유있고 부드럽게 할 수 있어요. 여행을 길게 다녀오기도 하고, 자녀와 함께 오전을 보내기도 합니다. 사람을 관찰하고 신경 쓰면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고요, 구성원이 행복해야 성과도 잘 나온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대표와 직원들이 소통하는 시간(우아한 수다타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운영되는 시간인가요?


매주 정해진 시간에 대표님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어요. 누구든 참여할 수 있고 누구든 들을 수 있고. 이 시간에는 다른 정기미팅같은 것도 못 잡게 되어 있고요. 구글 문서를 통해 무기명으로 질문을 받고, 대표님은 그 질문들을 읽고 거기에 답을 합니다. 본인의 생각을 말씀하실 때도 있고, 다른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기도 합니다. 사소한 질문, 제가 보기엔 어이없는 요청들도 많이 있는데, 그것 가지고 뭐라고 하진 않으세요. 사소한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채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야기할 수 있는 채널이 없는 거랑, 있는데 이야기 안하는 거랑은 다르니까요.

 

시간 단위로 연차를 나눠 쓰는 ‘시간연차제’도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나왔다고 하는데, 제도가 실행된 이후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침에 자녀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오느라 1~2시간 늦게 되는 구성원이, 예전에는 미안한 마음으로 구성원들에게 이해를 구하거나, 반차를 내거나 해야 했는데, 이제 떳떳하게 자기 시간을 조절해서 쓸 수 있게 됐어요. 저는 가끔 비행기 타고 휴가 갈 때, 퇴근하자마자 뛰어나가도 시간이 빠듯해질 때가 있었는데, 이럴 때 1시간 휴가를 내서 일찍 퇴근할 수 있게 되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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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형제들은 무엇보다 수평적인 소통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통’에 관한 철학은 무엇일까요?


소통은 상대가 내 말을 이해하게 하는 것보다 상대의 말을 이해하는 게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이야기 해 보세요’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요. 상대가 나를 보면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고민이 있을 때 떠오르는 사람이요. 팀원이 저에게 어떤 일에 대해 상담하러 왔을 때,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아 찾아오길 잘했다. 이야기 하길 잘했다’ 이런 생각이 들어야지,  ‘괜히 이야기했다. 다음엔 그냥 조용히 넘어가야겠다. 알아서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다음엔 찾아오지 않을 거잖아요. 실패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에요. 소통이 잘 된다는건 실패에 대해서도 ‘이거 잘 안됐어요’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야기하는 사람이 ‘나 실패’라고 말해도 안전하다고 느끼게 해줘야 하고요. 사실은 실패가 당연한 거잖아요. 그 실패를 보고 나아지면 됩니다. 우리는 당연히 실패하고 괜찮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소통이 잘 될 수 있습니다.

 

우아한 형제들의 조직문화와 직원들을 위한 복지제도 중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되게 사소한 건데요, 휴가 낼 때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되는 것이 너무 좋아요. 실제로 휴가 신청 폼에도 휴가 사유 쓰는 칸이 아예 없어요. 휴가 사유를 쓰는 일 그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닌데, 휴가 사유를 써야 하는 상황이 어려운 것 같아요. ‘디폴트값’의 문제인데, 휴가 사유를 써야한다는 건 휴가를 내는 건 특별한 일이고, 사유가 있어야만 쓸 수 있는 일이라는 말도 되거든요. 휴가 사유를 쓰지 않는 것 만으로도 나의 시간이 존중 받고 있다, 나의 휴가가 존중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나는 휴가를 가는 게 당연하다. 사유는 휴가를 안 갈 때 필요한 것이다. 휴가를 왜 안가?(웃음)

 

우아한 형제들의 사무실에는 개성 넘치는 다양한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그 중 '평생 직장은 없다, 최고가 되어 떠나라'라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구가 있나요?


그거요. 최고가 되어 떠나라. 회사와 구성원의 건강한 관계인 것 같아요. 억지로 다니는 게 아니고,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걸 상기시켜 주는 것이 좋아요. 내 뜻대로, 내가 좋아서 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업무를 보는 시각이 달라져요. 남탓 하면서 궁시렁궁시렁 할 수 없는 거죠. 일하는 의미를 스스로 챙기고, 아쉬운 건 바꾸고… 할 수 없이 하는 건 없는 거에요. 모두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지는 일인 것이죠.

 

『마케터의 일』 이라는 책도 출간하셨는데요. 책을 보면, 채용 인터뷰에서 ‘그거 내가 했어’가 아닌 ‘뭘 어떻게 했어’가 듣고 싶은 말이라고 했습니다. 채용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우수한 사람보다는 우리 팀에 잘 어울릴 사람인가를 제일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주관적이고 애매한 평가 기준이긴 한데, 함께 할 팀원을 뽑는다는 일은, 그 팀원이 있음으로써 우리 팀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커지고 더 좋아지게 하기 위해서 잖아요. 그래서 잘 어울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구요? 우리끼리는 ‘말 통하는 또라이’라고 하는데(웃음) 저는 자기 생각과 주관이 뚜렷하면서도 의사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을 좋아해요. 에고가 강한데 말은 잘 통한다. 이율 배반처럼 보이지만 이런 사람들이 있어요.

 

워라밸의 시대, ‘우아하게’ 일하기 위해 우리에겐 무엇이 필요할까요?


워라밸의 시대에 거꾸로 가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마케터라서 그런지 퇴근하고 들르는 식당에서, 크래프트펍에서, 전시회에서, 공연장에서도 늘 마케팅이 보여요. 간판에 써있는 상호, 유리창에 붙어있는 여러가지, 고객들을 유혹하는 말들. 가게에 한 발 들어왔을 때 보이는 것들, 자리에 앉으면 보이는 것들, 일하는 사람들의 동선, 건네는 한 마디 그런 것들이요. 이게 피곤하냐 하면 전혀요. 재미있어요. 남들은 놓치는 디테일들을 느끼는 거잖아요. 잘 기획된 공간, 잘 기획된 상품을 보고 있으면 재치 넘치는 유쾌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요. 감탄하고 즐거워하고 그 감탄을 기억해 둡니다. 여행 가서도 그래요. 여행에서까지 마케팅을 생각하고 있는 저는, 쉬는 시간 없이 늘 일만 하는, ‘Work’로만 밸런스가 치우쳐있는 사람일까요? 하지만 전 반대로, 일할 때는 늘 놀다가 경험한 것들을 가져다 씁니다. 평소에 보고 느낀 것들이 유용하게 쓰이죠. 퇴근 후에 마케팅 생각을 해도, 마케팅 하면서 놀았던 생각을 해도 두 가지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서로 잘 어울려있어요. 우아한, 궁극의 워라밸은 이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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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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