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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나를 컬러풀하게 만들어준 책

『반짝이는 박수 소리』,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도감』,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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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18. 10. 25)

[채널예스] 어떤책임.jpg

 


불현듯 : 책 한 권은 나를 얼마나 변화시킬까요? 나를 얼마나 풍성하게 만들어줄까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내놓을 책을 저희가 가지고 왔습니다. 오늘 ‘어떤,책임’ 주제는 ‘나를 컬러풀하게 만들어준 책’입니다.


캘리 : 지금 제가 두 분을 못 쳐다보고 있어요. 이 주제를 제안드릴 때 꼭 소개하고 싶은 책을 발견하고 말씀 드린 거였거든요. 그런데 두 분, 고민 너무 많이 하셨다고요.


불현듯 : ‘컬러풀’이라는 말 때문이었어요. 저는 처음에 단순하게 그림책을 가져가야 하나, 했어요. 그러다가 일상을 반짝반짝하게 해주는 책이 좋겠다고 생각했죠.


프랑소와엄 : 진짜 3박4일 동안 고민했어요. 웬만하면 주제를 받고 딱 소개할 책이 떠오르는데 이번 주제는 안 그랬어요. 정말 고민 많이 했고요. 캘리님이 제게 2018년 가장 어려운 숙제를 내주셨다, 생각했습니다.(웃음)

 

 

캘리가 추천하는 책

 

『반짝이는 박수 소리』
이길보라 저 | 한겨레출판

 

이 책을 쓴 이길보라 작가님은 동명의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찍은 감독님이기도 해요. 최근에는 베트남 전쟁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기억의 전쟁>이라는 다큐를 발표하기도 하셨습니다. 소수자의 삶을 많이 고민하는 분 같아요. 먼저 제목부터 말씀을 드리면요. 박수는 소리잖아요. 그런데 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인들은 박수를 수어로 표현할 때 ‘반짝반짝’ 할 때처럼 손 모양을 만들어 표현한다고 해요. 책을 읽으면 농인 커뮤니티가 아주 견고하고, 자신들만의 정체성과 확고한 문화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해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요. 특히 제가 ‘농인’이라는 말을 썼는데요. ‘청각장애’라고 하면 듣지 못하는 것이 장애라는 판단이 들어있잖아요.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를 농인, 그리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을 ‘청인’이라고 불러요. 또한 이길보라 작가님은 청인인데요. 농인 부모님을 둔 청인을 가리키는 말도 있어요.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가 그것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 있어서 읽어드리고 싶어요.

 

나는 집을 나옴과 동시에 나 자체로 충분히 존재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입술 대신 눈썹과 손가락을 움직이는 대화가 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중략) 눈썹을 위 아래로 올려 대답하는 일, 내가 당신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어”라는 한 마디가 아니라, 상대방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일. 전화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눈을 마주 보고 손을 움직이며 다투는 일. 그런 것이 하고 싶었다. 머리가 아닌 몸이, 본능적으로 그것을 원했다.

 

정희진 작가님이 한 칼럼에서 이 책을 소개하며 ‘농인은 외국어를 사용하는 소수민족이다’라는 표현을 쓰셨더라고요. 우리 모두에게는 어떤 종류의 소수성이 있을 거예요. 제게도 여성, 동양인, 비정규직 등의 소수성이 있는데요. 타인의 소수성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생각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했어요. 그걸 알아야 이 세상이 다채로워지지 않을까, 컬러풀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현듯이 추천하는 책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
이태수, 이제호, 정태련, 권혁도, 윤봉선 그림 | 보리

 

정읍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자랐어요. 그러다 서울에 올라왔는데요. 친구들이 지나가다가 식물이 보이면 “은아, 저거 무슨 식물이야?”라고 물어보곤 했어요. 모르겠다고 대답하면 “왜 시골에서 살았는데 몰라?”라고 했어요. 물론 일차적으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부분인데요. 생각해보니 제가 식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더라고요. 관심이 있었다면 부모님께 물어보고 그랬겠죠. 친구들에게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식물을 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몇 년이 흘러 부모님과 수목원을 갔는데요. 놀랍게도 아버지는 거기 있는 식물들을 거의 다 알고 계셨어요.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식물이 궁금해서 공부를 하셨다는 거예요. 제가 물어보면 왜 그 식물이 그 이름인지까지 다 알려주셨어요. 너무 신기했어요. 그때 정말 식물을 공부해야겠다, 마음을 먹었어요. 그리고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머리글에 이렇게 적혀 있어요. ‘우리 둘레에는 어디에나 식물이 살고 있어요. 산이나 들은 물론이고 도시의 보도 블록이나 깨진 담장 귀퉁이에도 작은 풀이 자라고 있어요. 짠 바닷물 속에서도 바닷말들이 살아가지요.’라고요. 이걸 읽으니까 식물을 전혀 모르는 제게 빛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 책을 보면 식물 이름을 다 알게 되지는 못할지언정 식물을 마주하는 데 있어 거리낌은 없어지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세밀화예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또 책에 담긴 식물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이 책이 저를 생기 있게 해주고 컬러풀하게 만들어주었어요. 내가 몰랐던 식물을 알게 되고, 일상에서 그런 것을 발견하면 내가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살면서 몰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지식과 정보들을 단지 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유로 깨달을 때마다 뭔가를 성취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런 즐거움을 늘려야겠다, 생각했어요. 이것이 내 일상을 컬러풀하게 만드는 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프랑소와엄이 추천하는 책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김규항 저 | 알마

 

이 책을 소개하게 되어서 굉장히 기뻐요. 저는 컬러풀한 삶을 살려면 무엇보다 일상에서 교양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작년에 이 책을 읽고 한 페이지를 넘기기가 무섭게 밑줄을 그었어요. 정말 좋아하는 문장과 태도, 소재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김규항 작가님의 아포리즘을 엮은 책이고요. 제목에 있는 ‘고독’과 ‘외로움’에 대해 김규항 작가님은 고독은 ‘자신과 대화하는 것’, 외로움은 ‘다른 사람들과 차단된 고통’이라고 표현했어요. 제목만 가지고도 이야기할 것이 참 많아요.


이 책의 글을 엮은 건 출판평론가 변정수 선생님이신데요. 글을 쓰신 김규항 작가님께도 정말 고맙다는 마음이 들지만 이걸 엮을 생각을 해주신 변정수 선생님께도 독자로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작년 6월에 나왔으니까 1년도 더 된 책인데 저는 그 동안 이 책을 세 번쯤 읽었어요. 짧은 글이긴 하지만 좋아서 계속 읽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쓴 소리 같은 글도 많지만 저는 이런 책을 읽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진다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고, 정확해지고, 정직해지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이 책을 인생을 그래도 조금은 잘살고 싶은 사람,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은 사람, 나만 잘살고 싶은 게 아니라 주변사람 또는 사회도 생각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해드리고 싶어요. 사람이 악하다고는 하지만 사람에게 선한 면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든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있잖아요. 저는 그런 사람들 덕분에 이 세상이 그래도 잘 움직인다고 생각하고요. 관련해서 한 문장을 읽어드리고 싶어요. 너무 좋아하는 문장이에요.

 

우리의 미래는 평범한, 훌륭한 사람이 얼마나 많아지는가에 달려 있다.

 

또, 읽다가 불현듯님과 캘리님이 생각 난 부분이 있어서 읽어드릴게요.

 

학벌이나 직업이 유별나지 않아 멀리서 보기엔 그저 평범해 보이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겐 참으로 특별한 사람. 아무리 곤란한 일도 마법처럼 해결책을 제시하는 현명한 사람. 슬픔에 빠진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따뜻한 가슴의 사람. 이 복잡하고 간교한 자본의 체제를 훤히 들여다 보는 맑은 눈의 사람. 제 소신과 신념을 ‘현실이 어쩔 수 없지’ 따위 말로 회피하지 않는 강건한 사람. 우리의 엘리트는 바로 이런 사람이다.

 

올해가 두 달 정도 남았는데요. 올해가 가는 게 아쉽다면 이 책을 사서 고독을 기꺼이 만들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생각할 기회를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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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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