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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의 목소리, 슈가파우더처럼 사뿐히 내려앉다

수민 『Your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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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성과 신선함을 갈구하는 음악계가 이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재주를 전설 속 ‘젊음의 샘’처럼 여기는 것도 과한 일은 아니겠다. (2018.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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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세 곡으로 양산형을 거부한다. 우선 간결한 전자음과 드럼 머신 인트로의 「In dreams」는 간결한 뼈대 스케치를 채워가는 가스펠 스타일 코러스와 보컬 이펙트, 몽롱한 신스 리프의 교차 제시가 정교하다. 이어지는 신스팝 「너네 집」에선 프라이머리와 진보부터 방탄소년단과 레드 벨벳, 보아 등 메인스트림까지 홀린 선명한 멜로디라인이 명징하게 빛난다. 여기에 ‘니가 밥 먹을 때 내는 소리 싫어졌어 / 니 발가락 생김새도 갑자기 좀 싫어졌어’의 「I hate you」 속 일상을 포착하는 독특한 시선까지 더한다.

준비된 신인의 첫 정규 앨범은 잘 정돈된 짜릿함으로 즐겁다. 1990년대 중후반 네오 소울의 향취부터 최근 씬을 주도하는 얼터너티브 알앤비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에 일렉트로팝과 퓨처 베이스의 새 물결을 적용하며 낯설고도 익숙한 공감을 선사한다. 변칙적 리듬과 강약의 조절은 「Heaven」과 「파도」에서 두드러지는데, 충격과 안도를 번갈아 제시하는 구조는 보다 정돈이 필요하지만 다채로운 사랑의 심상을 이끄는 것은 흥미롭다.

 

슈퍼프릭 레코즈의 프로듀서 비앙(Viann)의 손을 거친 「통닭」은 나오(NAO)의 「Inhale exhale」을 연상케 하는 베이스 리프 위 몽환적인 수민의 보컬과 날 선 쿤디 판다의 랩으로 일상의 속성을 해체한다. 피비알앤비 스타일 「Seoul, seoul, seoul」의 차분함과 「Mirrorball」의 저돌성을 연이어 배치하고, ‘내가 위 가면 / 넌 아래 가지’(「WOO」), ‘반짝하고 터지도록 어쩌면 빛보다 밝게’(「설탕분수」) 같은 과감한 메시지 제시도 새롭다.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을 모두 도맡아 하는 아티스트의 특권이다.

 

선공개 곡 「설탕분수」는 앨범의 정수만을 모았다. 하늘하늘한 가스펠 코러스로부터 출발해 펑키(Funky)한 리듬의 차분한 공백과 워블 베이스의 충만한 드랍을 오가는 총천연색의 분출이다. 각 파트가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바탕을 지휘하는 것은 그 위에 슈가파우더처럼 사뿐히 내려앉은 수민의 목소리다. 벨기에 프로듀서 포므라드(Pomrad)와의 멋진 콜라보레이션이다.

 

수민은 <Your Home>으로 2018년 현재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흠모하는 재능을 한껏 펼쳐 보였다. 불필요한 반복과 과잉의 느낌도 있지만 앨범의 신선함까지 덮을 정도는 아니다. 독창성과 신선함을 갈구하는 음악계가 이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재주를 전설 속 ‘젊음의 샘’처럼 여기는 것도 과한 일은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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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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