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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고 싶다면, 마음의 지도를 그려라

『나라는 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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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그 글을 쓰는 사람의 본질을 잘 반영하고 있어야한다고 믿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저자 송형석 선생님이 머리에 그려져서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참기 어려운 장면이 많았다. (2018.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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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내 마음 안의 지도를 그려보는 것

 

상담을 하다 보면 내담자가 몰랐던 것을 깨닫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세칭 “아하!” 경험을 하는 것이라 한다. 이 순간을 느끼고, 마음의 한 평 정도가 넓어지는데 없는 공간이 아니라, 원래 있던 곳을 발견하는 것이란 점이 재미있는 일이다. 즉, 뭔가 알지 못하던 나에 대해 깨닫게 되어 마음이 넓어지는 걸 경험하는데, 이게 바닷가 갯벌을 메워서 간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바다를 넘어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 안에 내가 몰랐던, 혹은 방치해 두었던 나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자연히 내 마음의 공간이 넓어지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절대 열어서는 안된다고 믿고 있던 문을 열었더니 작은 방이 하나 있다는 걸 이 집에 10년 산 다음에 알게 된 것이라든지, 잡동사니가 한가득 마루 한 가운데 쌓여 있어서 매일 거길 피해 다녔는데, 날을 잡아서 다 치우고 버릴 걸 버리고 나머지 물건을 뒷 다용도실에 박스에 담아 수납을 하니 집 거실이 횡 하니 넓게 보이기 시작한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 ‘집이 좁으니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겠어’라고 마음먹고 ‘그런데 돈이 없어. 난 왜이리 능력이 없지?’라고 한탄을 하기보다, 내가 지금 이집을 잘 알고 있나 샅샅이 뒤져보고, 버릴 물건을 내다 버리고, 수납을 잘 하는 것이 먼저 해야 하고, 잘 하면 몇 평은 넓은 집에 사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길이다. 실제 이걸 마음의 문제로 본다면 실현 가능한 유일한 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내 마음의 평안은 나를 잘 이해하고, 내 마음 안의 지도를 그려보는 것에서 시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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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마음을 그냥 느끼지 말고, 측정해보라

 

내 마음을 ‘나라’라고 가정하고 나라는 나라를 방방곡곡 돌아다니면 대동여지도를 그려 보자는 책이 나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송형석의  나라는 이상한 나라』 . 오늘 내가 쓴 글의 앞부분은 송형석 저자가 글을 풀어가는 방식을 따라서 써 본 것이다.

 

송형석 저자는 10년 전 MBC <무한도전>에서 정신감정 편에 나와서 아주 유명해진 의사인데, 나는 그를 2000년대 초반부터 알고 있었다. 내가 운영하던 모 사이트에서 특이하게도 만화를 잘 그리고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그를 알게 되어, 사이트에서 만화를 연재해달라고 부탁했던 인연이 있다. 좋은 글은 그 글을 쓰는 사람의 본질을 잘 반영하고 있어야한다고 믿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저자 송형석 선생님이 머리에 그려져서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참기 어려운 장면이 많았다. 그만큼 이 책은 저자의 마음과 머리를 그대로 꺼내놓은 진열장과도 비슷하다.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난 다음에 따라오는 것은 웬만하면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과 꾸준한 행복이라 말하면서 이를 통해 마음이 성장한다고 조언한다. 나의 부족한 부분과 극복해야할 부분이 보완되면 나라는 나라의 영토가 넓어지고 이는 자기 이해와 자기 사랑, 더 나아가 ‘타인에 대한 관용’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이런 멋지고 큰 목적을 가진 책인데, 책의 내용은 매우 디테일하고 구체적인 묘사로 가득 차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축구로 비유하기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

 

“저는 일할 때 오버를 해요. 아이디어가 생기면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너무 나가버린다고 할까요?”

라는 사람인데 축구를 좋아하면,

 

“혼자 드리볼 해나가는 스트라이커 타입인데, 종종 전방에서 고립되겠군요. 좀 유기적인 플레이를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라는 식으로 비유적으로 그가 잘 이해하는 담론을 차용해서 비유로 설명한다. 이해도 빠르고 금방 알아차린다. 이를

 

“자아가 강한 성격입니다. 관계를 풀어갈 때 공감 능력이 떨어지면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겠습니다. 좀더 공감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겠네요.”

 

라고 말하는 것보다 조금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훨씬 이해도는 빠르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것을 나도 야구로 비유해보면 이렇다.

 

“시속 155km짜리 강속구를 쳐볼 테면 쳐 봐라는 마음으로 팍팍 던지는 파이어볼러는 아니다. 적당한 구속의 직구에 커터, 슬라이더, 커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타자와 수 싸움에 아주 능한 투수 같다. 투 스트라이크 쓰리 볼에도 공 반 개 차이로 스트라이크 존에 걸쳐서 던지는 걸 즐기는 타입.”

 

이 책은 다양한 심리이론에서 출발해서 저자의 오랜 임상경험을 통해 취득한 스킬로 완성된 다양한 종류의 ‘심리 평가’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내 마음속을 훔쳐보기 위해 가방에 넣은 소지품, 책상 위 물건을 관찰하고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고, 좋아하는 음식 세 가지를 말하게 해보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좋아하는 음식을 ‘냉면, 비빔밥, 불고기’로 대답하는 사람과 ‘저는 우0옥의 냉면이 좋은데, 강남점보다 을지로 본점이 좋아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앞쪽은 호기심이 좀 부족해 보이고, 뒤는 취향의 섬세함과 경험치가 느껴진다고 해석한다.

 

이어서 마음을 그냥 느끼지 말고, 측정해보라고 전한다. 오늘의 우울과 불안을 점수로 매겨보고, 연역과 귀납을 이용해 수학적으로 공식을 만들어 분석해보고, 감정을 객관화하기 위해 문장으로 전환하거나, ‘제 3자의 이야기’로 바꾸어서 보라고 알려준다. 이런 객관적 측정의 방법을 잘 사용하면 화를 억지로 억누르다가 빵 터진 활화산같이 분노폭발을 해서 나뿐 아니라 주변까지 초토화시키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지금 내가 열이 받는 것은 55 정도인데, 지난 주에 팀장이 억울하게 갈구는 것보다는 화가 나고, 한 달 전에 어머니와 대판 싸워서 집을 나갈 생각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좀 약하다’는 식의 객관적 평가를 할 능력을 만들어가는 것이 나를 알아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먹을 만한 음식만 잘 골라놓은 호텔 뷔페에 온 느낌

 

이와 같이 이 책은 나를 객관화시키고,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은 채 최대한 잘 파악하고 평가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 인상적인 부분은 마치 꿈을 꾸듯이 자기 자신의 내면의 세상을 찾아 가는 여정을 그린 내용이었다. 후반부의 50여 페이지에 걸쳐서 저자는 자신을 상징하는 집으로 들어가 그 집안을 오고 가는 사람들, 집안에서 만나는 사람, 집 안팎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그 것들이 각각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지 해석을 한다. 저자 본인이 이것은 자신의 꿈 이야기, 내면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아닐 지도 모른다고 애써 모호하게 포장을 한다. 이 이야기는 꽤 길고 방대하면서 흥미로웠다. 마치 내가 게임 방송을 틀어놓고 한 명의 게이머가 롤플레잉 게임을 시작해서 던젼에 들어가 모험을 하면서 보고 듣고 말하는 장면을 해설하는 것을 보는 것과 같았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자기 내면을 한 번 샅샅이 숨기는 곳이나 놓치는 곳 없이 관찰을 하고 다시 해석하며 생각해볼 시도를 해보라고 시연을 하는 것 같았다.

 

송형석의 나라는 이상한 나라』  는 한 가지 심리나 정신분석 이론에 깊이 들어가서 그걸 설명하고 원리를 깨우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저자가 꽤 오랫동안 임상에서 진료를 하고, 방송을 하면서 대중의 고민을 듣고 풀어주면서 경험하고 깨우친 것들 중에서, 공부해온 이론과도 잘 맞는 것들을 중심으로 잘 먹히는 것들로만 엄선을 해서 늘어놓고 보여주고 있는 모양새를 갖는다. 체계성은 없을지 모르나, 실용적인 측면이 강한 면이 장점이다. 등심, 스시 한 가지만 파는 미슐랭 스타 식당은 아니나, 빠지는 음식 없이 먹을 만한 음식만 잘 골라놓은 호텔 뷔페에 온 느낌이라고 비유하면 어떨까?
 

 


 

 

나라는 이상한 나라송형석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나의 부족한 부분과 극복해야 할 부분을 보완해 더 넓은 마음의 영토를 가지게 된다는 것. ‘자기 이해’가 ‘자기 사랑’으로, 나아가 ‘타인에 대한 관용’으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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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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