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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이 "다정한 그 마음을 위한 어린이 소설"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 펴낸 신현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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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이 침범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에 있거나 아래에 있으면서 이 세계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았어요. (2018.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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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메일로 들어오는 수많은 투고작들 가운데서 이 원고를 발견한 출판 편집자의 마음, 글과 그림을 배열하기 위해 처음 읽은 편집 디자이너의 마음, 완성된 책을 받아 든 출판 마케터의 마음까지. 스스로 걸어간 길에서 만난 모든 이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아 버린 이야기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 의 신현이 작가를 만나 보자. 책을 덮고 난 다음에도 자꾸 생각나는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어떻게 태어났는지.


정말 아이들의 속말이 들리시는 건 아닌가요? 이야기 속 아이들이 어떤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의 속마음을 묘사한 문장들이 놀라울 정도로 생생해요.

 

저는 박기동 선생님한테서 소설 쓰기를 배웠는데, 어느 날 선생님께서 ‘작가는 천기누설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것’을 작가의 작업실 밖으로 내놓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인데, 저도 이제 작가가 되었으니 ‘작가의 천기’를 누설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홍자 선생님이 다시 사랑에 빠진 대상은 왜 잉어였나요? 홍자 선생님의 첫사랑이 소나무인 것도 독특하고요.


사랑에 빠진 까닭은 잉어여서가 아니라, ‘어떤’ 잉어이기 때문인데요, 이 잉어가 어떤 잉어였느냐 하면, 점잖은 자기네 잉어 족속이 살던 강을 떠나서 큰물을 따라 바다 깊은 곳까지 여행을 한 잉어예요, 혼자서요. 바다에 와서 어쩌다가 어부의 그물에 걸려들었는데요, 어부는 이 잉어를 붙잡자마자 잉어의 특별한 생기를 알아차리고 홍자 선생님에게 선물로 주겠다고 마음을 먹어요. 홍자 선생님 무릎 관절이 안 좋아졌다는 말을 전해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그 순간에 이 잉어에게 어부의 마음이 실려 버렸지요. 홍자 선생님에게 귀한 것을 가져다주고 싶은 어부의 마음이요. 그러니까 이 잉어의 내면에는 스스로 치러 내고 획득한 험한 여행의 경험이 있고, 그 외면에 어부 아저씨의 마음이 더해져서, 독특한 아름다움이 서린 존재가 된 거예요. 홍자 선생님은 이 아름다움에 홀딱 반해서 사랑에 빠져 버렸고요. 잉어에게 서린 아름다움이 홍자 선생님을 끌어당긴 것이지요.


보경이와 나영이를 닮은 아이들과 마주친 순간을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해 주셨어요. 그때가 선생님께 어떤 풍경으로 남아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일하는 사무실 가까이에 초등학교가 있어요. 어느 날 아침 출근을 하는데 갑자기 아이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더군요. 모두 다 사라진 것 같았어요. 초등학교 교문 근처는 싸늘하고 조용했지요. 그 순간에 저는 방학이 시작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이 세상은, 이 문명은 아이들에게 맞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어요. 아이들이 갑자기 사라져도 멀쩡해 보였으니까요. 조금 무섭더군요. 사람들이 전부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도 이 문명은 스스로 작동하고 있을 것만 같았어요. 어느 날 출근 길에는 사라졌던 아이들이 다시 나타났어요. 어른들의 세계와 그 소음을 피해서 그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친구 이름을 크게 외쳐 부르는 소년의 목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만히 들어 보면 알게 됩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의 방해 없이 저희끼리 속삭이는 소리들은 눈물겹지요.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이 침범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에 있거나 아래에 있으면서 이 세계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 세계를 가능하게 해 주는 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 앞을 지나가던 여자아이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그 세계와 연결된 통로를 잠시 제게 열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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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사려 깊은 문장들 덕분에 풍성한 감정들을 느끼게 되어서 이야기가 꽤 길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하루 동안의 이야기였다는 것에 책을 덮으며 조금 놀랐어요. 보경이와 나영이의 다음 날은 어땠을까요?


오래 놀지는 못하겠지만, 오래 놀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반갑게 만나서 “오늘 있었던 일 이야기해 주기” 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나 동화는요? 영화나 소설이나 다른 것도 좋아요. 같이 보고 싶어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나 동화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잘 만들어진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그냥 매번 거기 푹 빠져서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생각나는 책은, 나시키 가호가 쓰고 김소연이 옮긴 『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에 헌책방에 들렀다가 우연히 만나 사서 읽게 된 책입니다. 좋은 문장을 읽을 때의 기쁨이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고 계신가『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 를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다음 이야기가 못 견디게 궁금할 것 같아요.


신랑을 기다리다가 신랑이 오자 마침내 긴 숨을 내쉬며 재가 되어 풀썩 주저앉은 신부의 영혼은 스스로의 슬픔과 원망에 묶여서 그곳에서 풀려나지 못하는데, 우연히 그곳을 들른 방랑자 생쥐의 도움으로 해원하게 된다는 이야기와,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차를 멈추고 차에서 내려, 하늘의 오색구름을 올려다보게 되는 어떤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아름다운 것’ 세 가지만 꼽아 주세요.


세 가지만 꼽아 보려고 하니까 제가 겪은 아름다운 것들이 서로 앞다퉈서 저를 말해 달라고 웅성거립니다만, 선착순으로 세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늦은 오후 오래된 공원의 계단, 자신이 키우던 곡식을 살피던 사람의 무심한 뒷모습, 내 이름을 가만히 불러 걸음을 멈추게 하고 뒤를 돌아보게 했던 어떤 목소리,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신현이 글/김정은 그림 | 문학동네어린이
아이가 자라는 사회가 해야 할 일은 그악스럽게 속사정을 캐묻거나 여기라고 또 저기라고 잡아끄는 것이 아니라, 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작은 목소리들의 외롭고 또한 단단한 독립을 지지해 주는 일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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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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