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30대를 맞아들이는 리스트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하여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할부 누적액을 확인하고는 아뿔싸 이러다 서른 살에는 거지꼴이겠다 싶었다. 그리고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카드 대금으로 빠져나가는, 소위 월급이 통장을 스쳐가는 일은 그만하고 싶었다. (2019. 06. 14)

erol-ahmed-399674-unsplash.jpg

                             언스플래쉬

 

 

한 번쯤 온다는 삶이 재미가 없는 ‘인생 노잼시기’ 가 도래했다. 그럴 땐 친구들과 모여 ‘서른 살이라...’라고 낮게 읊조리면 삶이 조금은 재밌어 진다. 친구들의 반응이 뜨겁기 때문인데, 누군가는 격렬히 왜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내뱉느냐는 식으로 부정하고, 누군가는 그게 뭐가 대수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나와 같은 12월생들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두 살이 됐다면서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27세임을 구구절절 설명한다. 한술 더 떠, 나는 10개월을 못 채우고 나온 팔삭둥이인데 제대로(?) 태어났으면 빠른년생으로, 그러니까 학교는 일찍 들어가고 나이는 한 살 정도 어리지 않았겠냐며 푸념한다. 참 구질구질한 대화가 아닐 수 없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경험은 한 자릿수에서 10살로 갔을 때가 처음이겠지만, 그 기억은 희미하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갔을 땐, 더 이상 개학식도 종업식도 없는 게 섭섭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땐 기뻤는데,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는 담임 선생님이라는 울타리와 반 친구들이라는 동지들이 없는 허전함을 느꼈다. 다른 나라도 20대가 특별하겠지만, ‘한국식 나이’로 나이를 세는 우리나라에서는 20대가 ‘더’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나고 자라면서, 29살엔 기분이 어떨까? 라고 어릴 때 생각한 적이 있더랬다. (아마 39, 49살도 이런 종류의 궁금함 내지 불안함을 느낄지도 모르고 말이다) 아쉬워 하는게 비정상은 아니다. 어쩌면 늙어감을 받아들이는 과정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한다.


올 연말에는 꽤 마음이 복잡할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반기를 보내야 나의 노화를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성숙한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꾸준히 도움이 되는게 없을까 생각해본다. 리스트 중 몇 개만 TMI로 공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신용카드없애기


첫 번째로 생각한 게 ‘신용카드 자르기’ 이다. 진짜 힘들다. 신용카드 쓴 기간이 길수록, 하루 이틀만에 정리되지 않는다. 할부 누적액을 확인하고는 아뿔싸 이러다 서른 살에는 거지꼴이겠다 싶었다. 그리고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카드 대금으로 빠져나가는, 소위 월급이 통장을 스쳐가는 일은 그만하고 싶었다. 만기된 적금으로 신용카드 대금을 결제해버리면서, 두 장 중 한 장은 없앴고 나머지는 9월 초에 이별할 예정이다. 체크카드 현금만 쓰는 직장인으로의 전환을 바라본다.

 


#운전면허


앞에서 장황하게 얘기하더니 웬 면허냐 싶을 수도 있다. 대개의 사람은 수능이 끝나고 면허를 취득하거나, 대학교 방학 때 취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난 아직도 없다. 자전거도 못 타는데 무슨 면허냐 싶었다. 그런데 서른 살을 핑계 삼아 부랴부랴 면허학원에 77만원이라는 거금을 냈다. 필기 합격했다고 친구들에게 전하니, 20살 같다고 칭찬해줬다! (해맑) 다음주부터는 기능 연수도 받고 면허증을 한 번에 따겠다고 다짐해본다.

 


#겸손과측은지심


앞서 말한 현실적인 얘기 말고 정신적인 얘기를 해보자면, 소양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종종 공공장소에서 만나는 비정상적인 어른들을 보며, 겸손과 측은지심을 아는 노인이 되자고 얘기한다. 나이가 들면서 쌓이는 지식이나 경험과 비례하여 겸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또 남들을 생각할 때는 측은지심의 마음, 즉 어찌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생각해보면 이해 못할 일이 없다. 별일 아닌데 두 가지를 다 한다는 건 쉽지가 않고 말이다.


이런 리스트를 적어두고, 하나하나 해결해가다 보면 좀 더 덤덤하게, 어른인 척 30대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2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김지연(예스24 굿즈MD)

좋아하는 것에는 아끼지 않습니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