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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레드 다이아몬드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밸런싱 액트’”

『대변동』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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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니 그런 사람들이 제대로 회복하느냐 못하느냐를 예측할 수 있는 인자들이 있더라. 나는 국가에도 그런 인자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고, 그래서 책을 쓰게 되었다. (2019. 1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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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나 국가는 완전히 변할 수도 없고 과거의 정체성을 규정하던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없다. 물론 그런 변화는 바람직하지도 않다. 위기를 맞은 개인과 국가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는 정체성 중 제대로 기능해서 바꿀 필요가 없는 부분이 무엇인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바꿔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다.(21쪽)

 

『총, 균, 쇠』  ,  『제3의 침팬지』  ,  『문명의 붕괴』  ,  『어제까지의 세계』  등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방한했다. 지난 5월,  『어제까지의 세계』  이후 6년 만에 신작 『대변동』의 영어판과 한국어판을 동시에 출간한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대변동』  을 통해 거대한 변화를 앞두고 위기를 맞은 세계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핀란드, 일본, 인도네시아와 독일 등 여러 국가의 사례를 통해 제시했다. 기존의 저작과 달리 보다 구체적으로 세계의 모습을 분석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국민 혹은 지도자만이라도 과거의 위기를 되돌아보며 이해한다면 현재와 미래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굳게 믿는다”(40쪽)고 말한다.


지난 10월 31일,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화암홀에서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방한을 기념한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약 24년 전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세계 최고의 문자 체계 ‘한글’을 갖춘 곳이라 관심이 있었다. 이후 한국뿐 아니라 한국인이 좋아져서 여러 차례 방문해왔다. 특히 한국에 올 때마다 아내에게 줄 선물을 산다. 내 책이 영어를 제외하고 가장 먼저 번역되는 것이 한국어였다.”며 방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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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사전에 진단하고 예측해야 한다


방문하거나 거주했던 국가 위주로 언급하고 서술했다. 거대한 주제를 개인적 경험과 결부시켜 서술하는 방식을 택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2가지 이유다. 우선 나는 독일, 칠레, 인도네시아, 호주, 미국, 일본 등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다. 이들 국가에서 지내며 그 국가가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을 보고 ‘내가 가는 곳마다 위기가 생기는 건가’(웃음) 라고까지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절대 그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나라가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또한 내 아내는 임상심리치료사다. 개인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을 상담하며 치료를 돕는 일을 한다. 지켜보니 그런 사람들이 제대로 회복하느냐 못하느냐를 예측할 수 있는 인자들이 있더라. 나는 국가에도 그런 인자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고, 그래서 책을 쓰게 되었다.

 

미국과 중국, 양강의 대치가 형성되는 국면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중국과 미국에 비하면 한국은 약소국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런 입장이라고 반드시 선택해야 하나? 선택하지 않는 것은 어떤가? 핀란드는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양쪽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이것이 한국의 상황과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편하게 한쪽 편을 들려 하지 말고 한국의 상황, 한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균형을 잡아가는 게 중요하다. 아주 어려운 상황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영어식 표현으로 ‘밸런싱 액트(balancing act)’ 라는 말이 있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밸런싱 액트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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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내외부적으로도 커다란 위기를 겪고 있다. 교수가 해석하는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미국은 양쪽에 해양, 위로 캐나다, 아래로 멕시코를 두고 있다. 딱히 위협이 되는 국가는 없다. 반면 한국은 강대국을 주변에 두고 있다. 확실히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내부 갈등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놀란 것이 있다. 좌우 정치 세력 갈등은 미국만 심한 줄 알았는데 한국도 심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영국, 호주, 독일, 이탈리아 등 민주주의 국가라면 다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한국 리더에게 제안하는 것은 좌파 우파를 통합시키는 방법으로,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을 찾아 단합하도록 이끌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가령 한글 체계의 우수성을 기념하거나 광복, 그리고 종전을 기념해 시민들이 자랑스러워하고, 단합할 수 있도록 주도해야 한다. 미국, 핀란드, 한국이나 리더가 할 일은 시민 통합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양강 대치 구도는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 전망하나?


현재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과하게 두려워하는 것 같다. 일종의 피해망상 수준인 것 같다. 혹자는 미래를 중국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은 거대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는 맞지만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의사 결정 과정이 더디다. 반면 독재국가는 의사 결정과 실행이 신속하다. 그러나 독재국가의 단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민주주의 국가는 정부의 나쁜 결정에 시민이 항의하고,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 독재국가에서는 불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나쁜 정책을 많이 실행했지만 내년에 선거가 있다. 우리는 선거 제도를 이용해 그가 더 이상 과오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도록 막을 수 있다. 한편 중국에서는 정부가 과오를 저질러도 막기가 힘들다. 독재로 운영되는 국가로서 중국은 이번 세기에 주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도 한국에 대한 일본의 사죄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양국의 관계가 지금처럼 나빠지는 것은 비극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내가 일본에게 사죄하라고 말할 입장은 아니다. 역시 다른 국가 모델을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폴란드와 독일의 관계를 보자. 1970년대 전까지 독일은 과거사에 대한 사죄를 할 때 지도자가 준비된 대본을 읽을 뿐이었다. 감동도 없고, 설득력도 없었다. 그러다 독일 빌리 브란트 당시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에 방문해 기념식장에서 준비해온 원고를 버리고 즉흥적으로 연설을 했다. 무릎을 꿇고, 손을 모으고, 얼마나 독일이 폴란드에 잘못했는지 사과했다. 그 사죄가 폴란드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독일 어린이들은 자신의 국가가 전쟁 당시 어떤 짓을 했는지 배우기 위해 폴란드까지 직접 가기도 한다. 오늘날 폴란드 사람들은 독일의 사죄를 의심하지 않는다. 덕분에 폴란드와 독일의 관계도 좋아졌다. 이것이 일본이 한국에게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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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인가?


명백히 가장 큰 한국의 위기는 북한이다. 그러나 여러분이야말로 북한에 대해 훨씬 더 고민했을 것이다. 내가 제안 수 있는 해법은 유사한 위기를 겪은 국가 사례를 살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소련 시절 핀란드는 소련과 꾸준히 대화했다. 대통령이나 고위직 리더 간 논의뿐 아니라 하위 공무원까지 직급에 맞는 소련 공무원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때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선전하거나 홍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누구도 정부가 소련과 어떤 식으로 논의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갔기 때문에 핀란드는 소련의 계획을 알 수 있었다. 이 논의 결과 소련은 핀란드를 신뢰하게 됐다. 한국도 이런 점을 배우면 어떨까. 어쩌다 한 번 만나 대화하기보다 물밑에서, 꾸준히 여러 단계에서 대화를 지속해나가는 것이 한국의 평화와 위기를 해결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국가의 중요한 변화를 위해서 결정적 위기가 필요한가?


좋은 질문이다. 위기는 필요하다. 불행하게도 인간은 위기에 먼저 대응하기보다 위기를 기다리는 편을 택한다. 그러나 기다리기보다 준비하는 것이 낫다. 문제가 있을 만한 문제를 찾아 문제가 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핀란드는 정부 부처 중에 위기만 전담하는 부처가 있다. 그들은 위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다가올 위기를 사전에 진단하고 예측한다. 해당 부처에 근무하는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들으니 그곳에서는 매달 위기 예측 회의를 진행한다고 한다. 가령 전국에 전력난이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예측해서 대응책을 만드는 식이다. EU도 예로 들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여러 국가가 3차 세계대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만났다. 그 결과 EU까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위기를 무방비하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미리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 저술 계획은 무엇인가?


나는 80이 넘었다. 이미 나이가 많아서 이번 책을 출간할 때 ‘남은 여생은 다른 일을 하며 지내도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전히 쓰고 싶은 욕구가 있다. 리더십에 대해 관심이 많다. 다음 책은 정치, 경제, 스포츠, 종교 등의 분야와 리더십을 다룬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아마 4-5년 후가 될 것이다.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재레드 다이아몬드 저/강주헌 역 | 김영사
국가 간 불평등, 환경 자원의 부족, 기후변화, 핵전쟁, 인구 변동 문제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이후 세계의 전망과 과제를 냉철하게 파헤친다. 마지막으로 ‘위기는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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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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