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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인문 MD 손민규 추천] 산에 왜 오르냐면, 그냥 웃지요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 『신과 인간이 만나는 곳, 산』 『에베레스트 솔로』 『에베레스트에서의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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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든, 산에 관해 알면 알수록 재밌는 사실이 많습니다. 산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2020.09.16)


대한민국은 2/3가 산입니다. 등산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한두번은 산에 오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비자발적으로 소풍으로, 수학여행으로, 회사 등산으로 갔던 경험이 있을 텐데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든, 산에 관해 알면 알수록 재밌는 사실이 많습니다. 산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 (최원석 저 | 한길사)

한국 산 이름에는 왜 ‘천’, ‘백’, ‘용’, ‘불’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갈까요? 블랙야크 100대 명산과 조선 후기 명산 목록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청학동이라는 지명은 왜 전국으로 퍼졌을까요? 마을 진산의 주된 위치가 북쪽인 건 왜일까요? 역사와 사상을 넘나들며 우리 땅의 산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주는 이 책을 완독하고 가면, 동네 뒷산이 그저 그런 산이 아니라 수천 년 우리 선조들의 삶과 함께해온 역사적인 장소로 새롭게 보입니다.

이상적인 장소를 실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염원과 노력은 구체적인 장소 관념과 실천 행위를 낳았다. 처음에 청학동은 설화의 공간으로서 인간이 상상하여 창출해낸 관념적 산물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구체적인 생활공간이자 장소로 현실세계에 구현하고자 했다.

지리산 청학동은 지리산의 물리적 자연공간에 이상향이라는 장소정체성을 구축한 역사문화적 소산이었다. (415쪽) 



『신과 인간이 만나는 곳, 산 (최종성 등저 | 이학사)

근대 이후 많은 공간이 세속화되었습니다. 산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인들은 취미 삼아 산에 오르거나, 관광지로써 산에 다가갑니다. 그런데 근대 이전 산은 종교성의 원천이었습니다. 단군 신화에서 보듯 최초의 뿌리를 산에서 찾았습니다. 불교의 승려들은 산에서 진리를 구했습니다. 유학자들의 격물치지는 산에서 이뤄졌습니다. 죽으면 산소에 묻혔고, 후손들은 산소에서 삶과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현대에도 이러한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연초가 되면 명산에는 시산제를 올리는 산악회들의 모습을 쉽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5명의 종교학자가 민속학, 인류학, 종교학 관점에서 산이 지니는 다양한 의미를 이야기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산은 양산 천성산, 서산 황금산, 서울 인왕산, 분당의 어느 종중산인데 이 책을 읽은 뒤 동네 뒷산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직접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산은 신과 영이 서린 곳이어서 늘 기도의 대상이었고 그 자체로 훌륭한 기도의 터였습니다. 제아무리 냉랭한 불혹의 40대라도 산에만 가면 기도의 뜨거운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산에 대한 신앙도 대단했습니다. 집안마다 조상 모시듯 산을 모셨고, 마을마다 축문을 통해 산신을 불러댔습니다. 사람들은 절박하게 산을 찾았고, 산은 박절하게 사람을 내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신과 인간이 만나는 곳, 산이었습니다. (6쪽)



『에베레스트 솔로 (라인홀트 메스너 저 | 리리)

세계 최초 무산소 단독 등정으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살아있는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 이 책은 1980년에 시도한 무산소 단독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동네 뒷산에 오르기도 귀찮아하는데, 왜 메스너는 목숨을 걸면서까지 에베레스트로 향했을까요. 그것도 산소통 없이 홀로? 처절하게 외롭고 힘들지만, 가슴 벅찬 에베레스트 산행기로부터 도전과 고통,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는 강렬한 문장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등산은 정상보다는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씨름하는 것이다. 진정한 등산의 예술은 일탈이나 정상 정복보다는 절절한 외로움 끝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느끼는 '살아 있음'의 고마움이다. (11쪽) 



『에베레스트에서의 삶과 죽음』 (셰리 B. 오트너 저 | 클)

에베레스트는 이름에서부터 서구 근대가 발견해낸 현상입니다. 티베트에서 ‘초모랑마’, 네팔에서 ‘사가르마타’라고 불린 이 산에 사람이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서구 근대입니다. 19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에베레스트 등반 역사는 서구 문명이 주도했지만, 셰르파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원정대의 조력자로서 물품 운반, 요리, 지형 안내를 담당한 게 에베레스트에 사는 셰르파 족이었는데요. 이 책은 두 문명의 만남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인종, 계급, 젠더, 종교라는 측면에서 분석하여 에베레스트 등정이 기본적으로는 반문화 게임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합니다.

이는 덜 성공한, 좀 더 주변적인, 아니면 단지 좀 더 비판적인 중간 계급 아이들을 기다리는 반문화 게임이 늘 있었고, 등반은 그 일부라는 이야기이다. 이 게임의 스타일과 이슈는 ‘근대성’과 ‘중간계급’의 정의가 변화함에 따라 다양하지만, 지배적인 문화가 어떤 면에서 숨이 막힌다는 일반적인 생각이 늘 핵심에 있다. 모든 등반가를 ‘반문화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거나, 등반이 현대인과 부르주아와는 공명하지 못했다는 뜻이 아니다. 반대로 1970년대라는 역사적으로 특정한 시대의 반문화처럼, 유럽 또는 미국 문화의 보다 영속적인 이 반문화 게임은 근대 제대와 중간계급의 가치관과 매우 정교한 공생 관계 속에서 작동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입장은 말하자면 대체로 저항적이고 비판적이었다. (3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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