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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무조건 1번은 이 문장이다’ 생각했어요 (G. 북튜버 김겨울)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79회) 『책의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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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계약할 때부터 이 문장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계약할 때 ‘무조건 1번은 이 문장이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2021.03.18)


삶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으로 옮기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단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중요한 내용을 골라내고 또 골라내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 쓰고 또 쓰다 보면 그것은 보르헤스의 소설에서처럼 실물 크기의 지도를 그리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82세에 사망한 사람의 삶의 책이란 82년 동안, 혹은 그보다 더 오래 읽어야 하는 분량의 책이다. 그리하여 누구나 죽을 때에 이르러서는 오로지 자신만이 읽을 수 있는 외로운 책을 갖게 된다. 자신만이 읽었고 읽을 수 있으며 단 한 번 낭독되었고 앞으로 결코 완독될 일이 없는 책이다. 누구도 읽을 일 없는 이 책을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쓰는 태도를 우리는 품위라고 부른다. 

김겨울 작가의 에세이 『책의 말들』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인터뷰 – 북튜버 김겨울 편>

오늘 모신 분은요, 작가 프로필에 이렇게 쓰여 있어요. “글과 음악 사이, 과학과 인문학 사이, 유튜브와 책 사이에 서서 세계의 넓음을 기뻐하는 사람.” 저희 <책읽아웃>과는 ‘다시 만나서 더 반가운 사이’인데요. “책에서 발췌한 ‘책에 관한 문장’을 바탕으로 쓴 책”을 들고 찾아와 주셨습니다. 『책의 말들』을 쓰신 김겨울 작가님입니다. 

김하나 : 그때도 아주 팔로워가 많고 최초의 인기 있는 북튜버로서 <책읽아웃>에 오셨지만, 뭔가 오늘 더 금의환향하시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김겨울 : 아, 그런가요. 2년 만에. (웃음)

김하나 : 네, 2년 만에 다시 <책읽아웃>을 찾아와주셨고. 그때 <옹기종기>에 출연하셨었죠?

김겨울 : 네, 맞습니다. 

김하나 : 김겨울 작가님을 오며가며 뵙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잘 안 마주쳐지다가 드디어 모시게 되어서, 저는 오늘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김겨울 : 나오게 돼서 정말 너무 기쁘고요. 재작년 연말에 <측면돌파> 출연하셨던 여성 작가 분들이 모인 자리가 있었잖아요. 그 사진을 보면서 ‘너무 부럽다, 나도 저기 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웃음) 드디어 나왔습니다. 반갑습니다. 

김하나 : 이제 자격을 획득하셨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모임이 없습니다. (웃음)

김겨울 : 그러니까요. 아주 애석합니다. (웃음)

김하나 : 이번에 오신 주제가 되는 책은 최근에 나온 『책의 말들』입니다. 3월 들어서 3쇄를 찍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김겨울 : 네, 3월의 시작을 3쇄와 함께. 

김하나 : 너무 기분 좋으셨겠어요.

김겨울 : 네, 출판사에서도 굉장히 기뻐하고 있고요. 저도 이 속도로 책이 판매가 된 게 처음이라 저도 좀 어리둥절하고 되게 감사하고 그렇습니다.

김하나 : 2019년의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이후의 책인 거죠.

김겨울 : 네 맞습니다. 

김하나 : 그때 2019년에는 두 권의 책이 나왔었죠.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이 같이 나왔었고 그리고 올해 들어서 책의 말들이 나왔는데. 이 책의 형식이라는 것이 100권의 책에서 100개의 문장을 가져와서 글을 덧붙여서 쓰는 형식이잖아요. 이 형식을 처음 제안 받으셨을 때 마음이 어떠셨어요?

김겨울 :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사실은 좀 만만하게 봤었습니다.

김하나 : 아, 진짜요?

김겨울 : 제가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이랑 『책의 말들』 계약을 같이 했어요. 계약서를 쓰면서 100개의 문장으로 쓰는 기획이라고 설명을 해주시기에 ‘재밌겠다, 금방 쓰겠는데?’ 싶었던 거예요. 그때는 뭘 모르고. (웃음) 진짜 어리석었죠. (웃음) 이렇게 힘들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고. 그때는 ‘100개 문장, 금방 찾지 않겠어? 되게 재밌겠다’ 이러고서 그냥 계약을 했는데, 쓰기 시작하면서 ‘아, 내가 정말 어리석었다’ 이런 생각을 했었죠.

김하나 : ‘책의 어떤 문장을 고르느냐’에 작가의 뭔가가 되게 많이 드러나죠. 그런데 딜레마가 있는 게, 책의 정수라고 생각하는 어떤 문장을 한 문장으로 꼽아낸다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책의 내용을 왜곡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문장을 뽑는 데 있어서도 아주 어려운 지점이 있고, 너무 동떨어진 문장을 해서도 안 될 것 같지만, 책의 정수라고 생각하는 문장을 가져다가 해석을 덧붙인다면 어떻게 생각하면 그건 그 책을 이용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여기서 윤리적인 딜레마가 발생을 합니다.

김겨울 : 맞아요.

김하나 : 그래서 저는 ‘책의 문장을 뽑아서 쓰는 것은 쉽지 않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어떤 서사를 가져다가 내 식으로 오독을 할 수도 있고,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위험을 피해가기가 쉽지 않을 텐데 싶어서 약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는데요. 저는 들어가야 하는 말에서부터 이미 반하고 들어갔습니다.

김겨울 : 아, 정말요?

김하나 : 네. 왜냐하면 제가 우려하는 그 딜레마를 너무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생각할 때 이 책의 문장을 고르는 것부터가 너무 위트 있게 들어갔어요. 최고는 첫 번째 문장이죠.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김겨울 : 너무 좋지 않아요?

김하나 : 너무 좋아요.

김겨울 : 사실 계약할 때부터 이 문장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계약할 때 ‘무조건 1번은 이 문장이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김하나 : 그러면서 점점 원고를 써가면서 병이 들었죠. (웃음)

김겨울 : 그렇죠. 아... 정말. (웃음) 사람들이 『책의 말들』이라는 제목을 보면 그냥 책에서 좋은 문장 뽑았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김하나 : 맞아요. 그런 생각 때문에 제가 약간 우려가 됐던 거죠.

김겨울 : 그렇죠. 그런데 사실은 그런 책이 아니잖아요.

김하나 : 네.

김겨울 : 이게 사실은 책에서 뽑은 책이라는 문장 내지는 독서, 도서, 문헌 혹은 책 제목, 이런 게 들어간 문장들을 뽑은 것이기 때문에 문장을 고르는 과정이 아주 우당탕탕이었습니다.

김하나 : 아까 말씀드렸던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부분이 계속해서 등장을 하는데, 그래서 저는 저자한테 믿음이 점점 생기는 거죠.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문장이라고 하는 것은 직선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그 직선이 모여서 거대한 커브를 이룸으로써 저자의 의도가 두껍게 전달된다. 문장만 뚝 잘라내는 일이 때로는 위험한 이유다.” 이걸 알고 계신 분이 이런 책을 써야 그 책의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 처음에 서문에도 보면 “일종의 ‘반칙’으로 간주하고 사용을 자제한 문장 인용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이게 매뉴얼처럼 있는데, 반한 거죠. ‘너무 좋아’ 이런 생각이 든 거예요. (웃음) 그 중에는 “두 문장 이상 인용하기”가 있어요. 이것도 안 하려고 했는데 “딱 한 번, 인용한 문장의 다음 문장은 연이어 썼다.”고 하셨어요. 제가 밑에 ‘용감하다’라고 써놨어요.

김겨울 : 아, 네.

김하나 : 왜냐하면 한 단락을 뽑거나 두 문장만 뽑아도 좀 괜찮아요. 마음이 놓여요.

김겨울 : 맞아요. (웃음)

김하나 : 그런데 한 문장만 뽑으려면 생각을 4~5배 해야 돼요. 

김겨울 : 맞아요, 맞아요.

김하나 : 그러니까 문장을 고르는 것만 해도 정말 병이 드는 일이다... (웃음)

김겨울 : 맞아요. 책을 써보신 분들이 혹은 책의 제작 과정을 아시는 분들이 이 책의 서문도 그렇고 이 책을 쓴 방식에 대해서 대단히 감동을 하시더라고요. 

김하나 : 맞아요.

김겨울 : 일반 독자 분들보다 책을 써보신 분들은 이게 굉장히 애를 써서 만들어진 어떤 문장 목록이라는 걸 조금 더 체감적으로 이해를 하시는 것 같아요.

김하나 : 맞습니다. 그리고 저는 인용문과 글 사이의 관계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은, 문장을 하나 써놓고 ‘이 문장에 대해서 내가 이해한 바는 이렇다’라고 쓰는 것보다 너무너무 힘든 일인데. 이 관계성이 각 편마다 좀 달라요.

김겨울 : 맞아요.

김하나 : 『셜록 홈즈』에 대한 글에서는 ‘나를 만약에 심리 부검하면 어떻게 밝혀질 것인가’라고 해서, 인용문과 쓰신 글의 관계 자체가 재미있는 한편의 단편소설처럼 읽히는 거죠. 이걸 계속해서 만들려면 얼마나 공이 들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겨울 : 너무 감사하네요. 알아주시니까. (웃음)

김하나 : 저도 너무 고맙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책을 100배 더 즐겁게 읽었어요.

김겨울 : 너무 보람차네요. 아, 정말 너무 기쁘고 너무 행복합니다. (웃음)

김하나 : 그 노력을 들인 보람이 있으시죠?

김겨울 : 그러네요. (웃음)

김하나 : 제가 또 약간의 잘난 척을 하자면, 아주 초보 독자라고 한다면 ‘어? 내가 예상한 책이 아니네?’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세상의 좋다는 책 중에 정수를 담은 문장을 뽑고 그것에 대해서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놓은 책이 아니잖아, 하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것은 참고서에 불과하죠. 그런데 이 책은 정말로 다른 책을 만들어냈어요. 아주 흥미로운 방식으로. 훌륭합니다.

김겨울 : 아, 나오길 잘했네요. (웃음) 저 이제 집에 가도 될 거 같아요.

김하나 : 자, 수고하셨고요. (웃음)

김겨울 : 역시 김하나다~ 정말 너무 행복하네요! (웃음)


* 책읽아웃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책의 말들
책의 말들
김겨울 저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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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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