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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여자들이 서로를 도와주는 이야기 (G. 최은영 작가)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04회) 『밝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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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옆에 "가장 힘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첫 번째 장편 소설 『밝은 밤』을 출간하신 최은영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2021.09.09)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최은영 작가님의 첫 번째 장편소설 『밝은 밤』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마음의 일, 미처 직시하지 못했던 감정의 일들을 선하고도 분명한 언어로 전해왔던 최은영 작가님이죠. 그런 작가님은 자신의 첫 장편소설 『밝은 밤』에서 삶의 지독하게 힘든 시간을 통과한, 그리고 통과하고 있는 인물들을 서로 만나게 해줍니다. 작가님은 바로 그곳에서 피어난 우정들을, 다정함들을 기억하자고 말하는 것 같은데요.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밝은 밤』을 출간한 최은영 작가님이 함께합니다. 벌써부터 최은영 작가님을 좋아하는 많은 독자 분들의 환호가 들리는 것 같네요. 지금 최은영 소설의 모든 것, 함께 들어주세요! 



<인터뷰 – 최은영 편>

오은: 첫 번째 장편 소설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게다가 분량도 웬만한 장편보다 긴 편이기도 해서 놀랐죠. 왠지 최은영 작가님은 이렇게 긴 이야기를 오랫동안 써온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태어나서 처음 쓴 장편이라고요? 습작할 때도 한 번도 이렇게 긴 분량의 원고를 쓰지는 않았던 건가요? 

최은영: 네, 500매 분량의 경장편 정도는 써본 적이 있는데요. 이렇게 긴 것은 써본 적이 없었어요.

오은: <채널예스> 인터뷰에서 “완성했다는 것만으로도 100% 만족스럽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완성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신 걸까요? 

최은영: 그렇게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약속이기 때문에 책을 좀 늦게 내더라도 초고는 다 완성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연재를 시작했을 때도 ‘어떤 퀄리티가 나오든지 연재 중단만은 하지 않는다’ 그 생각만 가지고 있었어요. 

오은: 이제 작가님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소설을 쓰는 일이 천직이라고 말하는 소설가. 또래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애늙은이’라는 소리를 듣는 어린이였다. 예민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어쩌면 늘 외로웠던 것 같다. 학교에서는 보이지 않는 학생, 말썽을 피우지도 돋보이지도 않는 학생이었다. 키가 작아 늘 맨 앞줄에 앉았고 공상을 많이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자퇴를 생각했을 정도로 폭력적인 학교가 싫었다. 그저 성격이 비슷한 소수의 친구들과 MSN, 싸이월드로 소통하며 성인이 되기를 기다리던 시절이었다. 

숨구멍이 되어준 것은 글쓰기였다. 처음 소설을 쓴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떤 글인지는 알 수 없어도 언젠가 직업으로서의 작가가 되리라는 꿈이 힘든 현실을 조금이나마 위로했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여성주의 교지 <석순>에서 열심히 활동했다. 그리고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됐다. 그럼에도 소설 쓰겠다는 용기를 내지 못한 채 20대의 절반 이상을 지나왔다. 그러다 석사논문을 쓰기가 너무 힘이 들어 이 정도 노력이라면 차라리 진짜 쓰고 싶었던, 소설을 써보자고 생각했다. 몇 년을 응모하고 떨어지기를 반복해서 관둬야 할지 생각하며 이별하는 사람처럼 펑펑 울기도 했는데 그때서야 당선 소식을 들었다. 서른이 되던 해였다. 2013년, 최은영은 중편 『쇼코의 미소』가 <작가세계> 신인상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여행과 분홍색과 병아리색, 부드러운 두부가 든 청국장을 좋아하는 최은영. 황정은 작가의 모든 단편 소설을 좋아하는 최은영. 요즘은 박막례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늘 기다리며 챙겨 보고 있다. 쓰는 순간 몰입하고 내가 쓸 수 있는 최선의 글을 순간순간 쓰는 것. 지금 최은영이 바라는 것은 오직 그것이다.” 언제 소설을 쓰는 일이 천직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던 건가요? 

최은영: 제가 1년을 못 썼어요. 쓰기가 안 되니까 기분이 되게 이상한 거예요. 살아있다는 느낌도 안 들고, 이상한 기분이었어요. 그러다가 쓰니까 갑자기 다시 사는 기분이 들었어요. 신기했어요. 그러면서 나는 이걸 해야 되는구나 깨달았던 것 같아요. 

오은: 여성주의 교지 <석순> 이야기는 <김하나의 측면돌파>에서도 이야기를 해주셨었죠. 그런데 그 다음 문장,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말의 의미가 궁금해요. 아마 이때의 경험이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들에 다 녹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은영: 맞아요, 그걸 안 했으면 저는 지금 다른 직업인이 됐을 거예요. 거의 100퍼센트 확신하고 있어요. 

오은: 『쇼코의 미소』가 중편이잖아요. 신춘문예도 그렇고, 거의 단편 부문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단편이 아닌 중편을 쓰게 된 이유도 듣고 싶었어요. 

최은영: 저는 솔직히 아직도 단편을 가장 어려워해요. 제 호흡이 길어서 그런지 잘 안 돼요. 주인공 나오면 그냥 100매가 돼요.(웃음) 보통 단편 분량이 80-100매잖아요. 『쇼코의 미소 』가 제가 알기로는 250매정도거든요. 그래서 그걸 그해 봄에 중편 응모가 있는 곳에 냈다가 예선 탈락했고요. 가지고 있다가 가을에 다른 데 냈는데 그때 됐어요. 

오은: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먼저 작가님께 『밝은 밤』이 어떤 책인지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은영: 1년 정도 <문학동네> 잡지에 연재를 했던 소설이고요. 4대에 걸친 모녀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서사예요. 그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살아오면서 만나왔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죠. 그런 내용들이 100년 정도 시간을 걸쳐서 내려오는 이야기라고밖에 말씀을 드릴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은: 아까 캐릭터만 나오면 100매가 나온다고 했지만요. 이 구상을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을 것 같아요. 언제 구상을 했는지, 어떻게 하게 됐는지 듣고 싶어요. 

최은영: 저는 구상은 하지 않고 글을 쓰는 스타일이에요. 이들이 살았던 시대적인 배경은 계속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구상은 안 했는데요. 인물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고, 그 사람 입장에 집중을 하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이야기가 진행됐어요. 예를 들어 ‘삼천이’ 가족이 대구에 피난을 가잖아요. 그러면 여기서부터 ‘내가 이 사람들을 대구에 보냈는데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되지?’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집 앞에서 비가 내리고, ‘새비’ 가족을 기다리는데 그때 ‘명숙’ 할머니가 등장하죠. 명숙 할머니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러면 저는 또 생각해요. ‘명숙 할머니라는 사람은 어떤 말투로 얘기를 했지?’ 하고요. 생각을 하다 이 사람은 되게 무뚝뚝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 캐릭터에 맞게 이야기를 쓰게 됐죠. 그런 식으로 계속 썼던 것 같아요.

오은: 제목이 『밝은 밤』이에요. 어떻게 보면 단출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묘하게 울림이 있는 제목이에요. 이 제목에 어떤 마음을 담고 싶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최은영: 이걸 쓰고 있을 때 제 인생이 되게 밤 같다고 느꼈어요. 다 자고 있는 시간, 잠겨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요. 여기서 ‘밝은’이라는 말은 쨍한 밝음이라기보다는 은은하게 비춰주는 달빛 같은 것을 생각을 했던 거거든요. 그러니까 사람이 무척 힘들게 살지만 그래도 정말 암흑은 아니다, 곁에 누군가 있고 그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은은한 달빛 같은 것이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됐고요. 이것이 제가 그 시기를 거치면서 느꼈던 바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정했던 것 같습니다. 

오은: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을 드릴게요. <책읽아웃> 청취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은영: 제가 아모스 오즈라는 작가를 좋아해서요.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를 추천하고 싶어요. 두 권으로 출간된 조금 긴 장편소설이고요. 어쩌면 『밝은 밤』과도 비슷한 점이 있는데요. 작가가 자기 조상들의 삶이 나에게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를 쓴 것이거든요. 가장 가까운 가족인 어머니를 이해하려고 하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그 어머니가 겪었던 많은 일들이 역사와 연결되죠. 처음에는 집요할 정도로 역사적인 이야기를 자세하게 써요. 그래서 이 사람 왜 이렇게 소설을 쓰지(웃음)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요.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나 좋더라고요. 이래서 앞에 그렇게 썼구나, 생각이 들면서 ‘이것이 소설이다’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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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밝은 밤
최은영 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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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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