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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산호 "소설을 쓴다면, 당연히 스릴러라고 생각했다"

첫 장편 소설 『너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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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을 할 때는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거든요. 어깨 통증도 심해지고 두통도 많이 생겨요. 그에 비해 소설은 몸도 전혀 아프지 않고 정말 즐겁게 썼어요. (2022.09.15)


영문과 교수 '선우'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아픈 기억이 있다.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아버지는 구제불능의 난봉꾼이었고, 어머니는 자살했다.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아랑'은 어느 날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선우는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게 된 것은 물론, 그 즈음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한편, 아랑에게는 쌍둥이 언니 '아난'이 있다. 아랑과 의절해야만 했던 아픈 사연은 세월이 흘러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 

『차일드44』『세계대전 Z』, 『사브리나』 등을 번역하고 『단어의 배신』『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등을 쓴 박산호 번역가의 첫 번째 장편 소설 『너를 찾아서』는 사라진 아랑을 찾는 주변 사람들의 고통과 기억의 아이러니를 긴장감 있게 그리고 있다. 

쏟아지는 비를 맞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 이것이 어느 날 작가에게 찾아온 강렬한 장면이었다. 소설은 써본 적 없었지만 '안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초고를 3개월만에 끝냈다는 박산호 작가는 "뭔가를 쓴다면 스릴러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꿈을 이룬 지금, 그는 '식당을 개업하고 나서 찾아오는 손님에게 맛있느냐고 자꾸 물어보는 마음'으로 지내는 중이다.



정말 즐겁게 썼어요

오랫동안 번역가로 활동하시다 처음으로 소설을 출간했어요. 그것도 스릴러 소설이죠. 쓰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을까, 스릴러라는 장르가 먼저였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장르가 먼저였던 것 같아요. 워낙 스릴러를 좋아해서 쓴다면 스릴러라고 생각했어요. 소설을 쓴다는 것은, 특히 한국에서는 등단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저 역시 그런 생각에 좀 겁이 났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이 이야기가 떠올랐고요. 안 쓰면 안 되겠다 생각해서 몰아치듯 썼어요.

소설을 쓴다는 것이 번역이나 에세이를 쓸 때와 많이 달랐나요? 

완전히 달랐어요. 번역을 할 때는 오역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고요. 어쨌든 저는 원저자 뒤에 숨어서 절대로 밖에 나오면 안 되잖아요. 항상 원작을 생각해야 하고요. 에세이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저의 어떤 부분까지 드러내야만 해요. 그런데 소설은 제 마음대로, 제가 쓴 인물들과 같이 놀면 되니까요. 책의 판매 여부를 떠나서 소설을 가장 즐겁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번역을 할 때는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거든요. 어깨 통증도 심해지고 두통도 많이 생겨요. 그에 비해 소설은 몸도 전혀 아프지 않고 정말 즐겁게 썼어요.

전건우 작가님께서 작품에 꼼꼼하게 의견을 주셨다고요. 두 분의 인연은 어떻게 닿은 건가요? 

주인공인 선우가 머릿속에 둥둥 떠올라서 빨리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고요. 마침 페이스북에서 정명석 작가님의 포스팅을 보게 됐어요. 전건우 작가님이 추리 소설 쓰기 교실을 열었다는 내용이었죠. 그걸 보자마자 전건우 작가님에게 연락을 했는데, 아쉽게도 방금 정원이 다 찼다는 거예요.(웃음) 제가 막 슬퍼하니까 작가님이 1:1 과외도 하신다고, 날짜와 시간이 맞으면 과외를 받아보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처음 해보는 작업이었잖아요. 첫 소설을 세상에 내놓는 마음은 어떠셨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저는 기존 스릴러들을 워낙 많이 읽고, 번역해왔기 때문에 익숙한 문법들이 있었는데요. 지금 한국의 주요한 독자층인 젊은 여성 독자 분들이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을 섬세하게 살펴봐야 했어요. 수정도 많이 했죠. 그러다 어떤 순간에는 이렇게까지 수정을 하면 이야기가 너무 납작해져 버리고, 내가 원하던 캐릭터 구현이나 이야기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도 들더라고요. 초고를 쓰는 데는 3개월이 걸렸지만,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미세한 조정을 계속하면서, 저와 편집자 분들이 중간에서 만나야 했어요. 그게 지금의 결과물이니까요. 긴장을 많이 했죠.

저 역시 예전에는 아주 재미있게 읽은 작품인데, 다시 보면 뜨악한 표현이나 장면을 발견하게 되는 경험을 자주 해요. 그런 점에서 작가님 역시 지금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네요. 

맞아요, 저도 최근에 아는 분이 정말 재미있다고 추천한 미스터리가 있었는데요.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는 경악했어요. 이 작품이 지금 나왔으면 그야말로 가루가 되도록 비판을 받았을 내용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20~30년 전에는 그걸 모르고 읽었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내가 이렇게 놀라고 경악하는 것 자체도 시대를 따라 많이 변했다는 의미 같아요.

스릴러에 대한 강한 애정으로 이 장르가 선택되었지만, 막상 쓰면서는 '지금' 스릴러를 쓴다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셨군요. 

네, 무엇보다 저는 여자가 무의미한 폭력을 당하거나 소비되는 장면은 쓰지 말자고 생각했고요. 모든 등장인물 각각이 자신의 명분이 있기를 바랐어요. 어느 누구도 잠깐 나왔다가 사라지지 않고,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사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이 두 가지를 꼭 표현하고 싶었는데요. 이런 부분들은 여자 스릴러 작가님들이 많아져서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요.

작품 속 모든 인물들에게 명분을 주고 싶었던 작가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제각각 인물들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이해는 되더라고요. 그 인물의 선택이 이해된다는 게 엄청 중요한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동의는 안 되지만 이해는 되는 것이 제게도 정말 중요했어요. 그들이 왜 그렇게 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저의 의도가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요. 소설은 원래 인간에 대해 얘기하는 장르잖아요. 스릴러도 아주 훌륭하게 인간을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누구도 절대적으로 악하거나 선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소설이라고 해서 어떤 인물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인물은 선이고, 누구는 악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 각자 복잡한 사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처절하게 비를 맞고 선 남자의 뒷모습

『너를 찾아서』가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기억'이잖아요. 소설은 기억을 완벽하게 맹신해서도 안 되고, 같은 상황마저도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거듭 말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저도 내가 왜 이렇게 기억에 집착을 할까 생각해봤는데요. 사실 일상을 살다 보면 기억 때문에 싸우는 일이 은근히 많아요. 저는 딸과 둘이 사는데요. 같이 겪은 일에 대한 기억이 서로 달라서 싸운 적이 있어요. 또, 저는 나름대로 아이를 잘 케어했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는 외로웠다거나 슬펐다고 하면 너무 마음이 아픈 거죠.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나 연인과도 그런 식으로 언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잖아요. 

그러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거예요.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관계들이 있는 것 같고요. 특히, 일상에서 가까운 관계들이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이 소설의 제목으로 하고 싶었던 것이 '가해자들'이었는데요. 아쉽게도 이미 있는 제목이라 선택되지는 못했어요.

한 남자가 비를 맞고 있는 이미지가 처음에 떠올라 집필을 시작했다고 하셨죠. 정확히 어떤 순간이었던 건가요? 

사실 아이가 1년 동안 많이 아팠어요. 그전까지 저는 번역만 했고, 소설 쓸 일은 절대로 없을 거라 생각하며 지냈거든요. 아이를 키워야 하고, 소설을 쓸 시간이나 정신적 여유도 없었으니까요. 그러다 아이가 아파서 1년 동안 간호를 하느라 거의 일을 못했고요. 삶이 너무 황폐해졌어요. 다행히 아이는 회복을 해서 일상으로 잘 돌아갔는데요. 제가 너무 피폐해진 거예요. 그런 와중에 친구들이 통영에 가자고 해서 따라 갔죠. 내게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곳에서 밤에 하는 공연을 관람하는 와중에 문득 그 장면이 떠올랐어요. 어느 순간 음악 소리도 안 들리고 빗소리만 막 들리면서 어떤 남자가 비를 처절하게 맞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어요. 곧바로 그 남자에 대한 얘기가 머릿속에 계속 돌아가기 시작하더니 공연이 끝나고 숙소에 가서도 이야기가 떠오르는 거예요. 심지어 다음 날까지도 말이에요. 결국 이야기가 저를 찾아왔다고 생각해요.

제목의 '너'에 해당하는 인물이죠, '아랑'이라는 캐릭터는 자신의 목소리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존재감이 대단해요. 작가님이 생각한 아랑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친구가 이 소설을 보더니 너무 아이러니하게도 아랑이 제일 행복하게 살다 갔다고 하는 거예요.(웃음)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고요. 하고 싶은 거 하고 그랬잖아요. 아난도 아픔이 있었고, 선우와 연우도 너무 아픈 캐릭터인데요. 아랑은 어쨌든 자기 욕망에 충실했어요. 저는 아랑을 누군가에게 얽매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원하는 대로 살겠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어요.

"어린 나는 몰랐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상대를 순수하게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마음이라는 것."(66쪽)이라는 문장이 있어요. 선우가 아랑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었던 이유죠. 그런 사람인 거예요, 아랑은. 그런 면이 저는 정말 좋았어요. 

저는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는 그런 관심을 바라고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의 누구가 아니라, 강남에 아파트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을 궁금해하는 것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가장 섹시한 대사가 "난 네가 궁금해" 같아요. 선우의 주변 사람들은 유명한 작가 아빠를 궁금해 하거나 선우가 잘생긴 미소년이라서 관심을 보냈지, 이 사람이 어떤 영혼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았는데요. 아랑은 그걸 보아주었죠. 그래서 선우가 아랑을 잊지 못하는 거고요. 

소설을 쓸 때 마음이 있었어요. 내가 받고 싶은 것이나 가지고 싶은 것, 그리고 나에게 있었으면 하는 관계가 담겼으면 했어요. 선우가 아랑에게 빠져드는 이유가 아랑이 예뻐서라거나 모성이 그리워서라기보다는 선우가 외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선우는 박복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축복받은 환경에 있잖아요. 그러니까 아무도 선우를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아요. 그러니까 외로운 거고요. 그런데 아랑은 선우 한 명을 딱 본 거예요.

인물들이 생활하는 공간도 무척이나 구체적으로 묘사가 돼요. 취재를 하신 건가요? 

취재는 아니고요. 그냥 제가 바라는 꿈의 공간을 담았어요.(웃음) 특히, 미국에서 아난의 가족이 생활하는 주방 장면이 그랬는데요. 저는 주방이 그처럼 커서 가족이 모여 함께 차도 마시고, 밥도 먹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국집의 큰 주방 공간 묘사에 공을 들였고요. 또, 제가 어릴 때 정원이 있는 단독 주택에 살아서 선우의 집은 제가 원하는 그런 주택의 형태를 묘사했어요. 지금 제가 사는 곳 근처에도 단독 주택이 많은데요. 그 주변 산책을 자주 하거든요. 그러면서 저기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상하면서 산책하는 걸 좋아해요. 게다가 선우가 태어나서 자란 집이라는 설정이 선우의 심리를 나타내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묘사에 신경을 썼어요.



번역한 덕분에 소설을 쓸 수 있었어요

쓰면서 많이 고민한 장면은 무엇인가요? 

이건 좀 웃긴 얘기인데요.(웃음) 아난에게 초능력 같은 능력이 있잖아요. 제가 스릴러도 좋아하고, 오컬트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소설에 오컬트 능력을 넣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 스릴러 전문 편집자 분이 보더니 스릴러는 추리를 하고, 머리를 써서 범인을 찾아야지 갑자기 초능력이 튀어나오면 독자가 싫어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냥 이 능력을 남기기로 했어요. 초능력 이야기를 너무 좋아해서 이 이야기에 아난의 능력이 들어가지 않으면 이걸 쓰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정도예요.

만약 아난에게 오직 그 능력만 있으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었겠지만요. 아난은 의사이기도 한, 아주 지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인물이라 이질감이 많이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더구나 본인은 자신의 그 능력을 너무 싫어했잖아요. 또, 그것 때문에 안 좋은 기억도 많이 갖게 됐고요. 아난의 초능력, 즉 상대를 만졌을 때 그의 기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축복받은 능력은 아니죠. 특히, 고통스러운 기억을 많이 보게 되니까요. 그런 점들 때문에 아난 파트가 제일 쓰기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었어요. 아난의 능력 때문에 이야기가 풍부해지지 않았나, 생각도 하고요.

소설이 4부로 구성이 되어 있잖아요. 선우, 아난, 연우, 그리고 모두의 이야기로 각 부의 화자가 다르거든요. 그런데 각 챕터마다 딱 그 사람의 목소리로 읽히더라고요. 화자를 달리 하는 작업이 어렵진 않으셨나요?  

저는 번역이 연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배우마다 자기만의 햄릿이 다 다르잖아요. 『빨간 머리 앤』도 번역가에 따라 다르고요. 게다가 저는 소설 번역을 할 때 주인공에 완전히 몰입해서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또, 선우와 연우는 제가 혼자서 캐스팅한 배우들이 있었어요.(웃음) 그 배우 사진을 벽에 붙여 놓고 보면서, 구체적인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썼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번역가로서의 경력이 소설에 도움이 됐던 걸까요?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저는 20년 가까이 번역을 한 덕분에 소설 문장을 쓸 수 있었다고 답했어요. 20년 동안 어쨌든 문장 만드는 법을 꾸준히 연습을 했기 때문에, 그나마 소설의 문장을 만들 때 덜 어려웠던 것 같아요. 물론 이야기를 만들 때는 어려웠지만 말이에요.

책이 나오고 독자 분들이 어떻게 읽는지 궁금해서 감상평이 나오면 다 읽어보고 있거든요.(웃음) 보면, 어떤 분들은 영미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건 아마 제가 오랫동안 영미 문학을 번역했기 때문이겠죠. 또, 어떤 분들은 일본 스릴러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또 일본 소설을 워낙 좋아하거든요.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스타일이라는 것이 제 몸이 이미 배어 있기 때문에 떨쳐낼 수가 없구나, 생각했어요. 번역가로서 살아온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그렇게 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도 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나저나 오컬트를 좋아하시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우리 일상이 너무 평범하잖아요. 매일 똑같은 아침에, 일어나기 싫을 때가 있죠. 그럴 때 저는 초능력에 대한 상상을 많이 해요. 일상이 특별해지는 그런 순간을 상상하면 좋아요. 그래서 초능력이 나오는 영화나 소설도 되게 좋아해요.



상처에 밴드를 붙여주는 이야기였으면 

혹시 특별히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다면 꼽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롤모델로 삼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 소개부탁드려요. 

제가 스릴러 번역을 하게 된 건 영화 <양들의 침묵>을 보고 받은 충격 때문이에요. 그때 비로소 스릴러라는 세계를 발견한 거죠. 그래서 한동안 빠져서 엄청나게 영화를 봤고요. 영미 스릴러 소설을 다 섭렵했어요. 그러다 나중에 로버트 해리스가 쓴 소설을 번역하게 됐을 때는 정말 기뻤죠. 영미 스릴러 소설 덕분에 번역의 세계에 들어온 거니까요. 또한, 언젠가 꼭 그처럼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쓰고 싶다는 작가는 일본 작가 기리노 나쓰오예요. 『아웃』을 읽고 너무 좋았거든요. 언젠가는 『아웃』같이 정말 처절하게, 피도 눈물도 없는 그런 작품을 써보고 싶어요. 흥미로운 것이, 제가 재미있는 책 좀 읽고 싶다, 싶으면 어느새 일본 스릴러나 미스터리를 읽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아사다 지로라든가 미야베 미유키처럼 재미있게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소설을 쓰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무엇보다 위로를 하고 싶었어요. 선우나 아난이나 연우 모두 상처가 있잖아요. 결핍이 있고요. 우리 모두에게는 결핍이 있는데요. 그럴 때 저는 책을 읽으면서 마치 책 속의 인물들이 나를 위로해 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제 주인공들도 읽는 분들을 위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왜 드라마 보면서 울 때 있잖아요. 주인공이 하는 말이 나한테 해주는 말 같을 때가 있고요. 이 소설도 그랬으면 했어요. 마음에 난 상처에 밴드를 붙여주는 이야기였으면 해요.

지금도 계속 소설 쓰고 계신다고요? 

『너를 찾아서』는 정말 아무 기대 없이 쓴 거고, 다 쓰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어요. 그랬는데 갑자기 이야기가 또 찾아온 거예요. 그래서 또 전건우 작가님한테 연락을 드렸죠.(웃음) 아시겠지만 소설만 써서는 생활이 힘든데, 이거 괜히 잘못 쓰면 진짜 힘들어진다, 보시고 정말 냉정하게 재미있는지 판단해달라, 하고요. 그렇게 작가님께 시놉시스를 보냈는데요. 다음 날 바로 너무 재미있다고, 꼭 써야 된다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역시 초고를 3개월 만에 썼고요. 이미 완결했어요. SF스릴러고요. 『너를 찾아서』는 슬프고 어둡다면, 그 이야기는 밝고 경쾌한 이야기예요. 언젠가 독자 분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



*박산호

번역가, 에세이스트. 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과에서 공부하고, 영국 브루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영화 <툼스톤>의 원작 소설 『무덤으로 향하다』 번역을 시작으로 번역가로 데뷔했다. 첫 장편 소설 『너를 찾아서』를 시작으로,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있다.




너를 찾아서
너를 찾아서
박산호 저
더라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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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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