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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기준을 만드는 철학의 쓸모

『어떤 생각들은 나의 세계가 된다』 이충녕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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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서른 가지 철학적 질문과 해답을 읽다 보면, 철학은 거창하지 않으며, 잡다하고 사소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미 자신만의 인생철학을 세울 수 있다. (2022.11.22)

이충녕 저자

그 어느 시대보다 모든 면에서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아가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은 불안정하고 혼란스럽다. 살아가면서 겪는 일상의 사소한 고민들은 가치가 없다고 치부되는 세상이지만, 오히려 이럴수록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을 더욱 진지하게 고민하고 깊이 있게 생각해볼 여유가 필요하다. 2017년부터 유튜브 <충코의 철학 Chungco>을 통해 삶과 철학 이론을 쉽고 명쾌하게 전달해온 이충녕 저자는 『어떤 생각들은 나의 세계가 된다』에서 작은 일상의 고민에 대해 큰 의미를 찾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철학의 쓸모를 알려준다. 이 책에 실린 서른 가지 철학적 질문과 해답을 읽다 보면, 철학은 거창하지 않으며, 잡다하고 사소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미 자신만의 인생철학을 세울 수 있다.



먼저, 첫 책을 펴낸 소감이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저에게 20대 후반에 책을 낼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되어서 신기합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유튜브에서는 전달하기 어려웠던 긴 호흡의 생각을 정리해 전달할 수 있었어요. 글을 쓰면서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드디어 한 것 같아 후련합니다.

유튜브 <충코의 철학 Chungco>을 운영하면서 여러 철학 이론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통해 많은 구독자와 소통하고 있으신데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젊은 사람도 충분히 철학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현대 철학계의 문제가 대학의 보수적인 제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체계에 충실한 채로 오랜 시간을 쏟아서 학위를 받은 사람만 교편을 잡고 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 보니, 결국 기존의 체계가 인정한 지식을 반복하면서 주류를 만들었어요. 물리학 같은 실증적인 학문에서는 유용한 방법일 수 있으나, 체계 자체를 의심해야 하는 철학에는 일부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존 철학의 체계 바깥에서 제 나름의 생각과 지식을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었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철학을 널리 알리는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어요.

1부 2장 「자유를 스스로 제한할 때 얻어지는 자유」에서 어느 시대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만큼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피로한 현대인에게 오히려 '스스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역설적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신적 자유를 잘 누릴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있을까요?

자유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공간으로 자신을 몰아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공부하는 학생이나 취업 준비생이라면 집과 같은 자유로운 공간보다는 도서관이나 카페처럼 어쩔 수 없이 얌전히 있어야 하는 공간에 가는 게 중요한 일일 수 있어요. 너무 자유로운 공간에 있다 보면 노래를 불러도 되고, 운동을 해도 되고, 드라마를 봐도 되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쉽게 피곤해집니다. 이 무한한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를 제외하는 과정부터 정신적인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야 하는 일이니까요. 반면, 자유가 어느 정도 통제된 공간에서는 더 적은 선택지만 놓고 고민하기 때문에 덜 피곤합니다. 그리고 선택하는 데 쓰는 에너지를 아끼고 내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게 될 거예요.

이 책에서 개인적인 체험을 통해 깨달은 삶의 통찰들, 예를 들면 할머니의 죽음과 인생의 불확실성을 연결한 경험이나 대학 수업에서 명상을 하다가 어떤 진리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일 등을 이야기한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이처럼 평소 일상에서 철학적 깨달음이나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인가요? 

철학은 근본적인 전제를 뒤흔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보면, 사실 일상과 철학적인 깨달음은 서로 대척점에 있습니다. 일상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전제 위에서 매끄럽게 흘러가니까요. 우리는 평소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 결코 의심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가끔씩 그동안 당연하게 바라봤던 것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는 때가 있어요. 그런 순간을 그냥 지나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면, 기존의 전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러지 않고 그 순간을 파고들어 끈질기게 생각하면, 기존의 전제를 뒤흔드는 철학적인 작업이 시작됩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나 명상 같은 경험은 특히 일상의 당연한 전제가 흔들리는 순간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죠. 저는 이러한 일상의 균열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편이에요. 그래서 일상에서 철학적인 영감을 얻을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공들여 쓴 부분 또는 독자들이 꼭 집중해서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추천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하나만 꼽자면 3부 5장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지는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회의 기준에 의해 비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조용하게 공공의 영역에서 사라지는지를 철학자 미셸 푸코의 이론을 바탕으로 풀어본 내용인데요. 특히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다른 학생들로부터 분리되는 현상을 조명했습니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쾌적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 현대사회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몰아넣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아주 조용히 이뤄져요. 저는 이 과정을 귀에 들리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을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해볼 수 있도록요.

평소 철학 외에도 독일어를 비롯해 언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리고 독일의 베를린으로 유학을 가게 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언어를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생각하고 생활하는 방식을 알 수 있잖아요. 독일어에는 독일인나름의 삶의 방식이 반영되어 있고, 한국어에는 한국인의 삶의 방식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던 언어 표현도 자세히 분석해보면 생각보다 인간 존재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죠. 그래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항상 설렙니다. 내년에는 프랑스어를 꼭 제대로 배우고 싶어요. 독일의 베를린에 유학을 오게 된 건 우연이었습니다. 제가 학부생일 때 독일 철학에 관심이 많아 독일 교환 학생을 지원했는데, 마침 베를린에 있는 학교에 합격하게 되었어요. 그때 이 도시가 마음에 들었는데, 이렇게 대학원생이 되어 다시 오게 되었네요. 또한 베를린은 세계적인 현대 예술 중심지 중 한 곳이에요. 수준 높은 예술을 통해 감각적이고 지적인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이 도시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차기작 또는 앞으로 글로 쓰고 싶은 주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유학 중인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는 대로 일단 한국에 돌아가려고 합니다. 당장은 좀 더 자유롭게 공부하고 싶어서 박사 과정에 흥미가 떨어진 상태예요.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학위 과정을 밟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지금 당장은 학위를 위한 공부는 멈추고자 합니다. 차기작은 사랑에 관한 철학적 단상들을 모은 책으로 현재 집필 중입니다. 그 다음에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접근한 책을 쓰고 싶어요. 특히, 요즘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해도 금방 지긋지긋함을 느끼고 동기 부여가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탐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도시 환경과 문화적인 조건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책도 써보고 싶어요.



*이충녕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의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수학 중이다. 일상과 철학 사이에서 연결성을 발견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모든 것이 물질이나 경제적 조건의 관점에서 설명되는 시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인간의 생각, 감정, 느낌, 미적 경험 등이 가진 잠재력에 주목한다. 사소한 경험 안에서도 세상을 바꾸는 힘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는다. 최근에는 심심함, 귀여움, 사랑 등 일상적인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철학적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주요 관심사는 실존주의, 심리 철학, 인지 과학 등이지만, 동서양의 다양한 철학 분야를 두루 익히기를 추구하며 공부 중이다. 유튜브 채널 <충코의 철학 Chungco>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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