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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공병호의 서재 경영전문가
생각과 신념, 보이지 않는 것을 관리하기

“어린 시절에는 자서전을 많이 읽었습니다. 저 어렸을 때만 해도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아주 넓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아데나워와 처칠 같은 정치인의 자서전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청년 시절을 거치면서는 자유주의 사상에 심취했는데요. 하이에크의 『치명적 자만』과 『자본주의 정신과 반자본주의 심리』를 인상 깊게 읽었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모여서 도모하고 함께 하는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에 자유주의 사상에 관심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피터 드러커 자서전』에서 드러커가 관찰자로서의 기질이 있다고 고백하는데,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어울려서 일을 도모하기보다는 개인적으로 침잠하면서 성찰하고 사유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두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성경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영원한 것이란 무엇일까에 관심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분해하듯 읽고 있어요. 성경에 관한 책을 집필할 계획도 세워두었고요. 덧없는 것에서 한 발 물러나 앉아 내면세계, 나의 유한성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긍휼의 심정을 키우게 되더군요.”


고전과 성서의 숲을 노닐다

“자유주의 사상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던 20대에서 30대 중반까지 모든 국가의 번영은 사람의 생각과 신념에 달려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기계와 공장은 금방 고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사람의 사고란 것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요컨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관리하는 것이 관건인데, 하이에크나 제임스 부캐넌의 책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같은 고민과 이유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도 집필과 그 밖의 활동을 하는 데 큰 영감이 되어주었습니다.”

“책에서 관심사라면 역시 고전이에요. 여전히 소크라테스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사이를 산책하고 있지요. 제가 고전강독 시리즈를 내기도 했습니다만, 그리스 고전과 더불어 성경이 한동안 제 집필에서 중요하게 참고삼을 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이란 저한테는 없다고 봐야지요. 배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모조리 탐식합니다. 책을 집필하는 작가로서는 비판적 시선보다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측면에 주목합니다. 가혹한 시선보다는 긍휼과 공감의 감정을 위에 놓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가의 지적 노고와 정성을 허투루 넘겨짚지 않고 살펴보는 것이 독서의 과정 자체를 즐겁게 하니까요.”

“영화는 크게 좋아하지 않아요. 쾌락의 기간이 책이 주는 것보다 길지 않다는 것이 이유랄까요. 하지만 여운이 긴 영화도 있지요. 아이슬란드 영화로, 화산 폭발로 고향인 섬을 떠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볼케이노〉(루나 루나슨 감독)가 있어요. 거의 아무도 없는 영화관에서 눈물을 흘리며 봤어요. 재앙으로 고향을 떠났고, 가족과 자식 교육을 위해 피난지에 눌러앉아 일생을 보내며 성정이 강팍해진 아버지의 이야기가 심금을 울리더군요.”


비난이 아닌 공감과 긍휼로 이어지는 독서

“제 서재는 이름을 붙인다면 불편당이라고 하겠어요. 물론 남이 아닌 저를 편히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뜻에서 붙여본 이름입니다. 지식의 세계와 그 지평을 넓혀가면서 어떻게 하면 타인들을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인지, 그 방법을 모색하자면 나에게는 편치 않은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한파가 잦아든 겨울 어느 날 찾아간 공병호 박사의 자택은 그저 집 전체가 서재이고 집필을 위한 커다란 자료실이었다. 그에게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다작을 하느냐고 물으면 그는 궁금하고 설명하고 해석하고 싶은 것이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사람들과 어울려 좋게 좋게 갈 수도 있지만, 꾸짖는 것이 될 수도 있는 해석을 내리고 싶다고. 무엇을 꾸짖는가 하면 생각 없이 사는 것, 생각할 힘이 없으면 평생 동안 다른 사람들이 만든 규칙에 따라 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인터뷰 내내 그가 강조한 점도 그것이었다.

“대학에서는 팩트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가령 경제적인 문제는 인생에서 중요하지만 유일한 잣대가 되지 않도록 자기 주관과 인생관을 세우는 일이 필요합니다. 워렌 버핏은 경제적 부를 얻기 전과 지금과 생활의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주관을 세우면 세상이 나를 쉽사리 좌절시키지 못합니다.”

그는 비슷한 맥락과 문제의식에서 최근에 『5년 후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펴냈다. 진화 심리학을 발판으로 삼아서 대한민국이 왜 몇몇 기업만 잘 되고 이렇게 가라앉고 있는지 진단한다. 사회는 대규모화하고 있는데, 여전히 소규모 집단에 맞는 규율과 프레임에 우겨넣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공병호 박사로서는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틀을 바꾸려는 자기 성찰(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과 체계적인 교육 없이는 한국사회가 일본과 같은 방식으로 노회해가고 나라 전체가 받는 하중이 커져서 가라앉고 말 것이다. 공병호 박사는 그렇게 첨예한 문제의식을 오늘도 자신의 서재에서 벼리고 있다.


글/문은실 사진/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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