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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서형욱의 서재 방송인
“나이가 들면서 책을 손에 잡는 일이 줄어든 것 같네요. 바쁘다는 핑계가 거짓말은 아니지만 물리적인 여유보단 심리적인 여유가 줄어든 것이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어릴 적부터 책 냄새를 워낙 좋아해 시간 날 때마다 동네서점이나 시내 대형서점을 참 많이도 들락거렸는데 언제부턴가 그것도 쉽지 않아졌으니까요.”

“중고등학교 때는 추리 소설을 많이 읽었습니다. 코난 도일, 엘러리 퀸, 아가사 크리스티 등.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입니다. 나중에 『링』 같은 본격 공포 소설도 충분히 무서웠지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일반적인 공포 소설이나 추리 소설과는 다른 질감의 공포감을 느끼게 해줬거든요. 사방이 꽉 막힌 것 같은 답답함, 어디서 누가 튀어 나올지 모를 불안함. 그리고, 마지막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전해진 연민까지. 언젠가는 꼭 다시 읽고 싶은 책입니다. 고3 때 읽은 『7막 7장』도 감명 깊게 읽은 책 중 하나입니다.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 시절엔 어릴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성공한 이들에 대한 선망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버드대 최우수 졸업이라는 간판도 흥미로웠고요. 기억나는 내용이 많진 않지만, 아직도 확연하게 떠오르는 건 이 책에 마침표가 없었다는 것. ‘과거의 얘기가 아니라 내일을 여는 책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달려있던 게 참 멋져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어릴 땐, 그런 패기가 선망의 대상인 법이니까요.”

“방송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혹은 대화를 나눌 때에도 시니컬하다는 얘길 많이 듣는 편입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자라면서 읽은 책들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성 언론이 전해주는 이야기만 들으며 자란 평범한 대학 새내기에게, 대학은 그야말로 새로운 역사와 현상의 전당이었죠. 하지만 아무리 선배들의 말이라도 논리나 근거가 빈약하면 잘 믿지 않는 까칠한 성격이던 탓에 말보단 글에 많이 집중했습니다. 그런 대학 시절에 주로 읽은 책 중엔 강준만 교수의 책들이 여럿 끼어 있습니다. 『김대중 죽이기』나 『조선일보 공화국』, 그리고 그가 정기적으로 발행하던 계간지 <인물과 사상>은 새로운 깨달음과 다양성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 귀한 교본이었습니다. 논픽션이나 에세이를 주로 읽는 편이지만, 그래도 인간에 대한 성찰이나 다양한 세계로의 꿈을 펼치는 데에는 소설만한 것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문열의 『삼국지』 같은 고전이나 신경숙의 『깊은 슬픔』,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같은 국내외 현대 소설을 두루 즐겨 읽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5~10년 전만해도 장편을 즐겨 읽었는데 언제부턴가 단편 위주로 독서 호흡이 짧아진걸 보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스포츠해설가 서형욱은 첫 저서 『유럽축구기행』을 쓰면서 많은 책에서 영감을 받았다. 사이몬 쿠퍼의 『축구 전쟁의 역사』는 직접 유럽 축구의 현장을 체험해보고 싶다는 꿈을, 하루키의 에세이 『먼 북소리』는 해외 체류와 여행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켜준 책이고, 최승돈 KBS 아나운서가 쓴 『월드컵도 하는데 축구장 하나 살까』는 축구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을 갖게 했다.

지난해부터 작은 밥집과 축구 전문 콘텐츠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서형욱은 저널리스트라는 본업과 함께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갖추기 위해 『태도의 차이』를 읽고 있다. 그는 “한 분야의 거장들이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실천의 모습들 속에서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 덕분에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일들이 잦아진 것 같다”고 말한다.

서형욱의 서재는 ‘잡독의 방’이다. 뭐든 닥치는 대로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다 깔끔하게 정리해두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라고. 최근에는 『유럽축구기행』의 두 번째 이야기를 작업 중에 있다. 지난해 펴낸 번역서 『나는 축구선수다』가 좋은 반응을 얻은 덕분에 근 8년째 미루고 있었던 작업을 시작했다. 서형욱은 근 8년여 동안 유럽 곳곳의 축구장을 다니며 만난 여러 사람들, 선수들에 관한 이야기를 묶어낼 계획이다.


사진/김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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