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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곽아람의 서재 기자
“어린 시절, 책 안에 갇혀 있는 아이였어요. 명절에 친척들이 모여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눌 때도 저는 큰집 서재에 틀어박혀 책을 읽었죠. 어른들이 “쟤는 이상한 아이”라며 수군거렸습니다. 낯가림이 심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서 세상과 맞서기 어려웠던 제게 책은 아늑한 도피처였던 셈이죠.”

“인생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었던 때는 초등학생 시절이에요. 밥을 먹으면서도, 잠들기 전에도, 수업 시간에도, 심지어 걸어가면서도 책을 읽었어요. 돌이켜보면 일종의 ‘중독’이 아니었나 싶어요. 중고등학교 때도 많이 읽었지만 초등학교 때만큼은 아니었어요. 책을 읽고 있으면 혼자가 아닌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어서 좋았죠.”

“요즘의 관심사는 패션과 인테리어입니다. 20대 때까지만 해도 솔직히 패션, 인테리어 책을 왜 읽는지 이해를 못했는데요. 요즘 들어서 머리 식히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는 패션, 인테리어 책만 한 게 없더라고요. ‘패션의 역사’라는 책을 사놓고 아직 읽지 못했는데 꼼꼼히 읽어볼 생각입니다. 사실 패션에 대해서는 무지한데요. 공부를 하면 좀 나아지겠죠.”


지금의 나를 만든 책은 무엇일까

『어릴 적 그 책』의 저자 곽아람 조선일보 기자는 2010년 3월부터 어린 시절에 푹 빠져 읽었던 책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주로 1980~90년대 아동 도서들을 모았으며, '추억의 책장'을 채운 책들은 330여 권에 달한다. 틈틈이 모아둔 책들을 다시 꺼내 읽으며 어린 날을 추억한다. 언젠가 결혼해 아이가 생기면, 그 책들과 함께 이 책에 담은 유년의 행복한 기억도 물려주고 싶다.

“『어릴 적 그 책』은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썼어요. 흔히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이라는 질문에 소위 ‘고전’을 얘기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죠. 지난번에 쓴 책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에서 고전 이야기를 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과연 고전이 나를 만들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로 저를 만든 책은 ‘최초의 글자 있는 책’이었던 디즈니 명작전집, 『소공녀』, 『사자왕 형제의 모험』, 『계몽사 북유럽 동화집』, 뭐 그런 책들이 아닐까 했어요. 수십 번 읽은 책들이고, 어린 뇌에 각인돼 저의 사고방식, 생활습관, 지향점까지 만들어준 책이니까요.”

호기심에 절판된 아동도서를 수집하게 된 곽아람 기자는 모은 책들을 다시 읽어가기 시작했다. 추억은 힘이 강해서, 신기하게도 책장을 펼치면 그 책을 읽던 옛 시절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저자에게는 흥미로우면서 뿌듯한 경험이었고, 경험을 나누고 싶은 바람에서 책을 쓰게 됐다.

“독자 여러분도, ‘어릴 적 그 책’을 발견하고 다시 읽어보는 그런 경험을 하셨으면 했어요. 아이에게 읽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다시 동화책을 펼치는 경험 말이죠. 30대 중반쯤 되면, 몸뿐 아니라 정신도 녹슬기 시작해서, 이곳 저곳 뒤져가며 재조립 내지는 치유가 필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저는 동화를 읽으면서 위로 받고 치유 받았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은 행복하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보다는 많이 보호받고 안정돼 있었으니까요.”

곽아람 기자의 서재는 ‘엉망진창 도피처’다. 두서없이 쌓인 책들로 발 디딜 틈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에게 서재는 가장 아늑한 도피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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