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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윤정은의 서재 작가
활자에 걸신들린 듯 책을 삼켰던 유년 시절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되었어요. 생후 2개월부터 5살까지, 시골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에 자랐어요. 하얀 모시옷을 곱게 입고 한문으로 된 책을 읽으시던 할아버지는 장남의 셋째 딸로 태어나 환영 받지 못했던 저를 애달파 하시고 가장 예뻐하셨던 분이세요. 천자문 외우면 새우깡을 사주시던 시골선비 할아버지와의 책 놀이가 독서의 시작이었던 셈이죠. 그리고 다섯 살에 서울의 부모님 집에 왔는데, 맞벌이하는 부모님과 각각 5살, 7살 차이가 나는 언니들은 너무 바빴어요. 큰언니가 책을 좋아해서 집에 책이 많았고, 심심하고 할 일 없고, 눈에 보이는 게 책밖에 없어서 무작정 책을 읽었죠.

『이야기 한국사』 『백과사전』 을 그림책처럼 읽었어요. 9살쯤부터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죄와 벌』 『제인 에어』 『무정』 『감자』 『운수 좋은 날』 같은 문학 책들을 읽었어요. 내용도 모르고 활자에 걸신들린 듯이 삼켰죠. 셜록 홈즈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도 읽고 『파리의 택시운전사』,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등과 같은 책들을 읽었어요. 물론 하이틴 로맨스나 만화책 잡지책까지도 읽을 수 있는 것이라면 간판까지 읽으며 성장했어요. 외로웠거든요. 외롭고 고독했고 존재의 이유를 알 수 없을 때, 삶을 지속하길 포기하고 싶을 때, 보잘것없는 나를 감추고 싶을 때,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친구가 없어 심심할 때, 울고 싶을 때 책을 읽었어요. 그래서 책 읽기에 가장 빠졌던 한때라기보다, 지각하는 생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책에 빠져 살고 있어요. 우울한 날은 핸드폰을 끄고 하루에 책을 열 권씩 읽어 치워요. 그럼, 회복이 되요. 한마디로 책 덕후죠.


내 서재는 안식처이자, 연애이자, 유흥공간

이렇게 말하면 재수 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제가 경험해본 놀이 중 가장 재미있는 놀이가 책 읽기에요. 책장을 열며 설렘, 책을 읽어 나가며 짜릿함,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가슴 먹먹함까지. 마치 연애하든 설레는 공간이에요. 그래서 제 서재는 안식처이자 연애이자 유흥공간이죠.

최근 출간된 『언니도 그때는 모든 게 두려웠어』는 결혼이 하고는 싶지만 너무 두려운 싱글들을 위한 책이에요. 사실 누구나 하는 고민이고, 가장 중요한 고민이잖아요. 결혼에 대해 어른들이 이야기 할 때 저는 늘 답답했어요. 본질을 이야기 해주지는 않고 무조건 결혼을 해야 한다고만 말하고, 결혼하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피상적인 이야기만 하고요. 그럴 바엔 차라리 혼자 사는 편이 더 나은 경우도 많은데 말이죠. 결혼을 하든, 혼자 살든 모두 본인의 선택이지 강요사항이 아니잖아요? 무언가에 쫓기듯 결혼하는 게 아니라, 후회 없는 선택을 돕는 책이에요. 타인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내’가 행복해지는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오늘은 소중하니까요.

재작년 단편소설 「갑을의 시간」 으로 상을 받고 나서 소설을 내지 않았는데, 올해는 첫 장편을 쓰려고 준비하는 중이에요. 이미 시놉시스와 인물설정까지는 짜여 있고, 첫 문장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어요. 소재는 ‘가족’이고, 현대사회에서 가족이 가지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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