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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이희옥의 서재 교사/교수
학교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연구실로 올라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면, 어둠이 짙어지고 사위가 고요해집니다. 이 때가 책 읽기의 적기죠. 간혹 자정이 넘어 귀가할 때도 있습니다. 지난해 일본 나고야에서 연구년을 보낼 때, 커피를 사랑하던 청년이 운영하던 커피숍 한 구석 또한 내 책상이었습니다.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일종의 직업병인데, ‘지금 여기서’의 의미를 찾기 위해 어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때입니다. 그곳은 조선시대 어느 곳이기도 하고 세잔이나 고흐의 화실이기도 합니다.

전공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는 편입니다. 특히 정치현상을 분석하는 것이 직업인 필자로서는 ‘쓴다’는 것이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좀 더 풍부하게 사물을 드러낼 수 있는 ‘그린다’는 것에 주목할 때가 있습니다. 요즘은 이런 점에서 그림들에서 상상력을 찾을 때가 있습니다. 필자의 삶에 많은 책들이 영향을 미치고 갔습니다. 마음 도저한 곳 어디엔가 그러한 기억들이 켜켜이 남아있을 겁니다.

명색이 교수이고 그 생활이 벌써 20년째입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것은 아버님의 무게입니다. 지금도 여든을 훌쩍 넘기셨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을 읽으시고 일상의 생활을 한시로 옮기시는 중이죠. 물론 컴퓨터에 앉아 글을 쓰고 한시선집을 정리하는 것은 온전히 당신의 몫입니다. 그런 아버님이 오덕헌(伍德軒)이라는 서재 이름을 주셨습니다. 이것은 내 이름의 옥(玉)을 풀이한 것인데, 무릇 내 공부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는지를 늘 자문하게 됩니다.

요즘 중국이 붐입니다. 중국은 이미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고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과 개인 모두 생존전략을 모색 중입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는 다소 경박스럽기까지 합니다. 더구나 우리는 제대로 된 공구서(工具書) 하나 가지지 못했습니다. 국가와 기업은 물론이고 대학도 호흡이 긴 책이나 중국연구의 인프라에 눈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필자가 소장으로 있는 ‘성균중국연구소’에서 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뜻있는 74명의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차이나 핸드북』을 발간했습니다. 우리 연구의 자부심과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죠. 독자들은 가뭄의 단비처럼 이 책을 반가와 했습니다. 이 책을 가진 독자들은 우리 중국학계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신 분이죠. 이들의 성원이 학문의 토대를 깊게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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