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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김갑수의 서재 평론가

믿기지 않을 얘기지만 제 독서 이력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짧습니다. 대학시절 몇 개월간 두어 차례, 30대 초반의 한 일 년 정도? 방송에서 책 프로그램 진행자를 많이 해온 편이라 엄청나게 다독을 한 것은 사실이고 서평이 한때의 직업이기도 했으니 참 많은 책을 접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책들은 그저 ‘안구를 스쳐갔다’ 하는 정도로 기억될 뿐입니다.

 

반면 제가 진짜로 책을 읽었노라 할 수 있는 그 몇 차례의 경험이 평생 글을 쓰고 말을 하는 밑천이 된 것 같습니다. ‘사생결단’ 그때의 독서를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한국현대사, 변증법, 탈근대 이론서 등이 그 집중 독서의 내용물인데, 읽느라 며칠을 새다가 코피를 흘리거나 기절하는 듯했던 순간이 유쾌하게 기억됩니다. 그래서 언제나 말합니다. 뇌가 생생할 때 죽자 사자 읽어두라고요. 책 읽다 죽은 인간은 없으니, 죽는 거 아냐? 싶을 만큼 한 시절 몰두해 보라고요.

 

요즘은 모노가미, 폴리가미 운운하며 남녀가 결합하는 방식의 진화에 관심이 깊습니다. 한국사회에서 가족신화가 급변하는 중이기 때문이죠. 마땅한 저작물을 찾지 못해 차라리 이와 관련한, 특히 일부일처제 붕괴현상에 대한 책을 쓰려고 합니다. 뭐든 좋으니 지금 자신이 잘 알고 있거나 흥미로운 게 있다면 그걸 계속 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 경우는 그게 클래식 음악이었고 그 덕분에 이렇게 책도 내게 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대상이 반드시 근사한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좋은 결과물만을 낳기 위해 사는 게 아니니까요. 집념을 가지고 몰두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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