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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송시우의 서재 작가

하루 일과가 모두 끝나고 의무에서 해방된 시간에 누워 뒹굴 거리며 ‘읽어 치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침대 위엔 항상 책이 몇 권씩 놓여 있기 마련이고 이게 수시로 툭툭 떨어집니다. 이미 독서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습관이라서 고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저는 관심 있고 재미있는 책만 읽습니다. 교양 쌓기 위해 왠지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책은 독서목록에 끼워 넣지 않아요. 독서는 남에게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요.

 

지난해 말, 두 번째 추리소설 『달리는 조사관』을 발표했습니다. 개성 강한 인권위 조사관 4명이 힘을 합쳐 진정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 연작 중단편집인데, 이 작품을 쓸 때는 형사법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직장에서 일하면서 실무적으로 익힌 법 지식은 있었지만 소설을 쓰려면 좀 더 깊은 내용을 알아야 했으니까요. 재밌었어요. 형사법에는 죄와 정의, 처벌에 관한 근본적인 가치평가가 담겨있더라고요. 리처드 A 레오의 『허위자백과 오판』, 김상준의 『무죄판결과 법관의 사실인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요즘은 우리 사회에서 점점 불거지고 있는 혐오현상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관련된 책이나 논문을 하나씩 읽고 있어요. 그러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소설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을 품고요.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부터 시작했습니다. 소설 쪽으로는 동화와 접목한 본격 미스터리에 급하게 관심이 가서 『인어공주』, 『앨리스 죽이기』 , 『새카만 머리의 금발소년』 등을 몰아서 읽고 있습니다. 원래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비현실에 기한 다른 인접 장르(판타지, SF, 호러)의 요소를 가져오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건 좀 다르더라고요. 현실 가능한 논리에 기반해야 한다는 미스터리의 문법을 지키면서도, 동화라는 틀로 이야기를 펼쳐본다는 것. 단박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한편 현실사회의 알고리즘으로서 현상을 비춰볼 수 있는 기묘한 기법 같아서 관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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