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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정홍수의 서재 평론가

책의 재미를 느낀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초등학교 때 선친이 이원수 동화집을 사다주셨습니다. 두 권이었죠. 헌책이었던 것 같은데, 책 재킷은 없고 붉은색 종이로 합지를 씌운 꽤 두툼한 하드커버 책이었습니다. 판형도 신국판쯤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뭔가 본격적인 책 같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색 삽화가 들어 있었는데 많지는 않았고 글 위주였습니다다. 읽고 또 읽었던 것 같아요. 제목은 잊었지만 노마였나 하는 장편동화의 주인공은 줄무늬 옷차림과 함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저 혼자서는 빨간책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이 경험이 열렬한 독서 체험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 무렵의 책으로 조잡한 장정의 ‘홍길동전’과 고전경시대회 준비용 책들 정도가 생각나는 걸 보면요. 아마 그럴 형편도 환경도 아니었지 싶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 동네 선배의 다락방에서 삼중당문고와 동서그레이트북스를 만났고 그때부터 책의 세계, 문학의 세상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독서는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책은 ‘나’ 외부에 교양, 지식의 세계로 존재하지만, 읽기라는 행위를 통해 ‘나’를 형성하는 질문의 공간으로 내속(內屬)되는 듯합니다. 삶의 기준을 자기 안에서 찾는 일이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면, 독서는 그 과정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실천이 아닌가 하죠.

 

요즘 관심사는 무엇이며, 관심사와 연계해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제게는 여전히 문학이 가장 큰 질문이고 화두입니다. 이즈음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 저를 많이 건드립니다. 현암사에서 열네 권으로 소설 전집이 나와 있는데, 틈나는 대로 전작을 다 읽고 싶습니다.

 

평론가님의 최근작과 관련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산문집을 내리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어쩌다 신문에 칼럼 지면을 얻게 되면서 쓰게 된 글들입니다. 간혹 잘 읽었다는 반응도 접합니다. 주장이나 입장이 선명하지 못한 글들이죠. 그러나 그 할 말 없음, 머뭇거림, 모호함도 세상에 대한 하나의 태도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전해지는 글들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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