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

안녕하세요 채널예스 담당자입니다.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 24회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대상

impoem*** <초보 기록러의 낯선 도시 산책기>

우수상

yangp*** <'딩동, 에너지가 충전되었습니다'>

eunn*** <내 첫 번째 어른 책>

betty*** <친구가 건넨 자존감 한 권>

가작

jasmin*** <어떤 나들이>

dudf*** <뺄셈의 책>

modes*** <짐이 아닌 선물로 쓰는 몸의 일기>

mws*** <처음으로 나를 믿어 본 경험>

lstjsl1*** <돈은 안 돼도 어른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신회 작가의 심사평

쓰고 싶다는 마음 앞에는 읽기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멋진 문장에 줄을 긋고 감동하면서 언젠가는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는 꿈을 꿉니다. 그 마음이 우리를 쓰는 사람으로 이끌어 주지요.

<인생 책>을 주제로 모인 이번 공모작들은 글과 책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어서 읽고 추억하는 재미가 남달랐습니다. 읽으면서 제가 사랑해온 책들을 떠올렸고, 새로 읽어갈 책들도 메모하게 되었어요. 여러분 덕분에 읽어야 할 책이 더 늘었습니다!

대상 수상작 <초보 기록러의 도시 산책기>는 첫 문장부터 호기심을 잡아끕니다. 유연한 흐름과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도 느껴집니다. 상황에 대한 설명과 감정 묘사가 적절히 섞여 절로 빠져 읽게 되고요. 군더더기 없는 글은 가독성도 훌륭합니다.

진정한 독서는 책 읽는 일에만 그치지 않고 메시지를 일상에 적용하고, 변화를 경험하는 데 있다는 말이 있지요. 이 글은 그 모든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적극적인 독서가 글쓴이의 삶마저 단단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 제 마음에도 용기가 생기는 기분입니다.

<‘딩동, 에너지가 충전되었습니다’>를 읽다 보니, ‘책을 직접 고르는 일부터가 독서다’라는 저의 오랜 믿음이 견고해지는 느낌입니다.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시기에는 책하고도 거리를 두게 되지요. 문장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책이 말하는 대로 살지 못 하는 나를 마주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고요. 하지만 글쓴이께서는 그동안 외면해온 책을 과감히 펼쳐 읽기 시작합니다. 글쓴이의 그 마음이 그 책을 ‘인생 책’으로 만든 건 아닐지요. 솔직하게 쓰인 글들을 읽으며 울컥했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에 만난 인생 책이 앞으로의 글쓴이의 삶에 늘 함께하기를 응원합니다!

우리는 평소 좋아하는 글과 비슷한 글을 씁니다. 동경하는 작품, 좋아하는 작가의 글은 어느새 내 안에 남아, 같으면서도 다른 글로 다시 태어납니다. <내 첫 번째 어른 책>을 읽다 보니, 이 글과 미우라 아야코의 작품이 비슷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쩐지 쓸쓸한, 그러면서도 격정적인 미우라 아야코의 작품에 깃든 서정미가 이 글에도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담담하면서도 서글프면서도 묘하게 패기가 느껴집니다.

다 읽고 나서는 제가 어린 시절 푹 빠져 읽었던 <빙점>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한 <양치는 언덕>은 물론이고요. 이 글을 읽으며 어린 시절 좋아했던 책들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은 독자가 저뿐만은 아닐 것 같아요.

<친구가 건넨 자존감 한 권>은 힘겨운 육아의 시간을 통해 독서의 소중함을 발견한 이야기입니다. 친구에게 선물 받은 책 한 권을 바라보며 읽고 쓰는 일을 사랑했던 과거의 나를 찾아가는 글쓴이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했어요. ‘남녀불문 교양필수로 육아 과목이 있었어야’, ‘육아에 매달린 건 1년 정도인데, 내가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그보다 몇 곱절 오래 잊은 것 같았다.’등 절로 밑줄을 긋게 되는 문장도 많았구요. 선물 받은 책을 통해 우정을 깨닫고,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는 글쓴이의 모습에 감동 받았습니다. 이 글 한 편이 친구에게 건네는 편지, 아니 교환 일기 같았어요.

<어떤 나들이>는 순탄하게 이어온 결혼과 육아 생활이었음에도 문득 ‘허기’가 느껴져 책을 읽기 시작한 글쓴이의 이야기입니다. ‘팔자가 좋다는 것은 얼마나 구원이 없는 암담한 늪일까.’라는 문장에 자신의 삶을 겹쳐보고 이제껏 외면해왔던 결핍을 되돌아보는 성찰이 돋보입니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 <어떤 나들이>를 읽지 않았지만 저 한 문장과 글쓴이의 이야기만으로도 깊은 생각에 빠져들 수 있었어요. ‘배부른 평온과 행복에도 불구 종종 눈앞에 암담한 늪이 펼쳐져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던 것 같다.’라는 문장에는 저도 모르게 밑줄을 그었고요. 글쓴이의 머리와 마음을 뒤흔드는 책들을 앞으로도 많이 만나시기를 바라봅니다!

<뺄셈의 책>은 개성이 물씬 느껴지는 글입니다. 다른 작품처럼 ‘이 책이 나의 인생 책이 된 이유’에 대해 쓰기보다, 동화책에 대한 영업(!)을 본격적으로 펼침으로써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동화책 <노랑 가방>의 내용을 소개하고, 독자들에게 작은 의문을 던지는 것에 이어 동화책의 특징, 동화책 읽는 법까지 등장해 전체적으로 풍성한 글이 완성되었습니다. 중간중간 책을 통해 얻은 깨달음도, 책 내용에 빗대어 글쓴이의 포부를 밝힌 마무리까지, 읽는 재미가 남달랐습니다. 글쓴이께서 다른 글은 어떻게 쓰실지 궁금해집니다!

<짐이 아닌 선물로 쓰는 몸의 일기>는 몸에 관한 새로운 생각과 시선을 갖게 된 글쓴이의 고백입니다. <몸의 일기>라는 책을 읽으며 스스로 몸을 관찰하고, 몸에 대한 그간의 믿음을 되돌아보고, 나아가 내 몸과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가 감동적이었어요. 과연 누가 자신의 몸에 만족스러워하며 살까요? 그만큼 몸은 마음만큼이나 복잡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그 정리 안 되는 마음을 책과 함께 하나 하나 풀어나가려 애쓰는 글쓴이의 모습이 공감을 전해 주었습니다. 단, 문단을 조금만 정리했더라면 이야기가 더욱 명료하게 읽혔을 것 같아요. 글의 과반수를 이루는 마지막 문단을 네다섯 문단으로 나누어 본다면 더 전달력 있는 작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가끔은 절친이나 가족보다, 책으로부터 더 큰 위로를 받곤 합니다. 나아가 큰 용기를 얻기도 하지요. <처음으로 나를 믿어 본 경험>은 방황하던 시기, 책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는 이야기입니다. 글쓴이께서는 소설 <쿨하게 한걸음>의 주인공 연수 씨를 친구, 또는 멘토로 삼아 힘든 공부를 견디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달래고, 용감하게 외국 연수도 떠납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글쓴이의 이야기에 마음이 두근거렸어요. 이렇게 적극적인 독서가라니요. 이렇게 (대책 없이) 용감하다니요! 앞으로도 글쓴이께서 책을 통해 만나실 또 다른 나, 새로운 경험과 변화를 응원합니다.

<돈은 안 돼도 어른은 될 수 있지 않을까?>는 길어지는 방황의 시기에 소설 <달의 궁전>을 통해 위안을 얻고, 기다림을 배워가는 이야기입니다. 내 편은 아무도 없는 것 같을 때 소설책 한 권을 ‘애착 인형’삼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글쓴이의 모습에 울컥했어요. 외로움의 순간 책을 통해 따스함을 얻고, 작품 속 등장인물들과 대화하며 더 버텨보자 다짐하는 이야기에 안타까움과 용기가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글쓴이의 애착 인형이 여전히 <달의 궁전>일지. 아니면 새로운 애착 인형이 생겼을지, 아니면 이제는 애착 인형 없이도 씩씩하게 잘 지내고 계실지 궁금해졌습니다.

지난 1년 3개월 동안 <나도 에세이스트>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습니다. 매달 다른 주제로 펼쳐지는 작품들을 읽으며 새로운 자극을 받았고, 원고를 읽는 동안 육성으로 웃음을 터뜨린 것도, 눈물을 훔친 것도 여러 번이었어요. 원고를 통해 저에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꾸준히 쓰고 읽으며 지내다, 언젠가 만날 수 있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