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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폴, 나른한 여름 오후에 감도는 아스라한 희망

인터폴(Interpol) <The Other Side Of Make-Beli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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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의 사운드스케이프에 아스라한 긍정성을 덧댄 <The Other Side of Make-Believe>는 일련의 젊은 포스트 펑크 밴드들에 귀감이 되어준다. (2022.08.03)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을 대표하는 데뷔작 <Turn On The Bright Lights>은 '바우하우스(Bauhaus)'나 '더 큐어' 같은 선배들에 모자라지 않았다. 초기의 번뜩임은 옅어졌으나 이 쿨한 뉴욕 출신 밴드는 사반세기 전 영국 포스트 펑크를 체현하며 장르의 명맥을 이어왔다. 1세대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밴드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중심을 지킨 이들은 만장일치 찬사를 받은 데뷔작으로부터 20년 후에 나온 6집 앨범 <The Other Side Of Make-Believe>로 역사성을 확립했다.

데뷔작의 아성에 못 미친 2집 <Antic>이지만 'Slow hands', 'Evil'이 흡인력을 보여줬다. 확장된 사운드의 <Our Love To Admire>와 1집의 활기를 재생한 <El Pintor>를 거쳐 준수한 곡들을 생산했고, 페달 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기타 사운드와 조이 디비전의 구심점 이언 커티스의 후계자로 불리는 폴 뱅크스의 보컬로 어둡고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점차 줄어든 원초성을 연륜으로 채웠다.

초반부가 특히 개성적이다.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이 쌓은 층위에 몽환적 가사를 실은 'Toni',애상적인 곡조에 기타 서스테인이 두드러진 'Fables' 모두 후반부 보컬 이펙트가 독특하다. 강렬한 도입부의 'Mr. credit'는 지치지 않은 채 곡을 끌고 가는 힘이 상당하다.

앨범의 전체적인 톤은 전작들에 비해 밝다. 나른한 여름 오후가 감도는 'Regenade hearts'나 '자연의 품으로 날갯짓하며 항해하네'라는 가사를 담은 'Greenwich'로 희망적 분위기를 모색했다. 일관적 흐름에 소소한 실험을 더했던 기조의 연장선상 혹은 팬데믹을 거친 심경 변화일 수 있다.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변색하는 밴드들에 비해 차분했던 인터폴의 20년은 1970년대 말 포스트 펑크가 전달했던 음울한 정서를 21세기에 소환하는 교두보가 되었다. 폴 뱅크스, 다니엘 케슬러, 샘 포가리노 3인의 조화는 25년의 역사를 증명하듯 탄탄하고 소리를 향한 이해도가 더욱 깊어졌다. 고유의 사운드스케이프에 아스라한 긍정성을 덧댄 <The Other Side of Make-Believe>는 일련의 젊은 포스트 펑크 밴드들에 귀감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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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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